[루키=원석연 기자] “저 사실... 얼음공주예요.” 

색깔은 은발과 금발의 경계, 길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보기 좋게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로 냉미녀 포스 한 움큼 뽐내는 그녀. 별명을 물으니 스스로를 “얼음공주”라 소개한다. 생긋 웃으며 본인 입으로 얼음공주라니...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이 사람, 어째 말을 하면 할수록 인간미를 넘어 점점 허당미가 느껴진다. 잠시 ‘혹시 얼음공주의 뜻을 모르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쯤, 결국 이실직고한다. “사실 안 차가운데 주위에서 얼음공주 하라고 해서...” 그렇다면 쉿, 우리는 그녀를 얼음공주로 지켜주기로 하자.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명절여신
그녀를 만난 건 9월 13일이었다. 달력을 음력으로 바꾸면 8월의 한가운데날인 15일로, 바로 우리나라의 으뜸 명절 추석, 그것도 추석 당일이었다. 사연이 있다. 9월 초, 어렵사리 섭외하긴 했는데, 서로 일정표를 맞춰 보니 9월 중순 이후로는 어째 하루도 시간이 안 맞는다. 방법을 고민하던 그때, 안지은 치어리더로부터 먼저 제안이 왔다. 

“혹시... 기자님이 괜찮으시면 저는 13일도 좋습니다.”

13일을 제외하고 연휴인 12일과 14일에는 모두 일정이 있었는데, 마침 추석 당일 13일은 덩그러니 비어 있는 것을 어찌 알고 이렇게 고마울 수가. “저도 좋아요”라고 답장을 보내고 이번에는 시간을 조율하는데 글쎄, 자기는 아무 때나 상관이 없는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단다. 오후에 급한 약속이라도 있나 싶어 부랴부랴 오전 9시에 만나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사상 초유, 추석 당일 아침 9시에 진행된 ‘월간여신’ 아니 ‘명절여신’ 인터뷰. 아침 인사와 함께 “날짜가 잘 조율돼 인터뷰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오후에는 또 약속이 있나?”라고 묻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안지은 : 약속이요? 아니요. 오늘 오후에 시간 비어 있어요!
루키 : 아 그런가요? 그럼 왜 인터뷰를 이렇게 오전 일찍부터...?
안지은 : 아~ 제가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을 좋아해서요(웃음).

대략 이런 타입.

 

연습생 출신의 그녀
안지은 치어리더는 자신을 “얼음공주”라고 소개했다. 외모만 보면 정말 잘 어울리는 별명인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전혀 차갑지 않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서글서글한 미소를 보고 있자면 얼음은커녕 남극의 빙하도 사르르 녹을 기세다.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듣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웃음과 함께 이실직고했다.

“예전에 우연한 기회로 라디오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다들 자기소개를 하는데, 보통 앞에 별명을 붙이잖아요? 그런데 저만 별명이 없는 거예요.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때 추천받은 게 바로 ‘얼음공주’였어요. 가만히 있으면 표정이 차가운 것 같다는 소리를 좀 듣긴 하거든요. 뒤에 ‘공주’가 좋아서 그 뒤로 밀고 있긴 한데, 보시다시피 도도하거나 차갑지는 않아요...”

올해로 3년 차 치어리더가 된 안지은 치어리더는 보기 드문 연습생 출신 치어리더다. 치어리더가 된 계기는 바로 ‘춤’이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어느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신입생 장기자랑을 시켜서 우연히 춤을 준비하게 됐어요. 그게 살면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춘 거였는데, 재밌더라고요? 그 이후로 춤에 빠져서 친구와 함께 전문 춤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너무 좋아서 하다 보니 어느새 연습생까지 하게 된 거죠.”

고등학교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쪽 업계에서는 상당히 입문이 늦은 편에 속했다고.

“3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워낙 힘들기도 하고 이제 슬슬 저도 경제 활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그만뒀어요. 그렇게 잠시 쉬고 있었는데, 친구가 ‘치어리더 한번 해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한 거예요. 저는 그때만 해도 춤만 출줄 알지, 스포츠에 대해 전혀 몰라서 ‘그래, 뭐 쉬는 동안 잠깐 해보지’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어느덧 3년이 지났네요(웃음). 치어리더는 팀을 맡으면 시즌 단위로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가요!”

 

그렇게 데뷔한 치어리더. 지금은 삼성 썬더스 유니폼을 입고 잠실 단상을 누비고 있지만, 안지은 치어리더의 데뷔 구단은 창원 LG였다.

“처음 데뷔하던 날이 아직도 생각나요. 창원이었는데, 그렇게까지 단상과 응원석이 가까울 줄은 몰랐거든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춘 것도 되게 오랜만이었고... 또 혼자 추는 것과 달리 치어리딩은 옆에 동료들과 동선을 맞추잖아요? 그래서 혹시라도 틀리면 모두에게 피해가 가니까 정말 긴장한 상태로 춤을 췄던 게 기억나요! 그땐 긴장하고 추느라 완전 표정도 무표정이었어요. 이제는 3년 정도 하니까 그래도 어느 정도 표정도 좀 지을 수 있어요.”(웃음)

치어리더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다이어트’라고 한다. 사실 치어리더라는 직업 자체가 워낙 에너지 소모가 큰 터라 다이어트가 고민이라고 말한 여신들은 거의 없었다.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매일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는데, 먹는 것을 잘 못 줄이겠어요. 다이어트를 하려고 밥을 안 먹고 단백질 쉐이크나 채소 이런 것들을 먹으면 도저히 힘이 안 나더라고요... 운동도 꾸준히 못 하겠고... 그래서 이제는 어느 정도 포기했어요. 자신과 타협한 거죠. 저 자신을 예쁘게 보기로(웃음).”

그렇다면 자칭 ‘얼음공주’ 안지은 치어리더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뭘까?

“저는 싫어하는 음식은 없고, 제일 좋아하는 것은 김치찌개! 어제 저녁도 김치찌개 먹고 왔어요. 아니, 꼭 김치찌개가 아니라, 김치를 정말정말 좋아해요. 사람들이 보통 ‘밥에 김치만 있어도 먹는다’라고 하잖아요? 저는 밥 없이 김치만 있어도 돼요. TV 보면서 그냥 김치만 먹을 때도 있다니까요?”

오늘부터 별명으로 김치공주는 어떠세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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