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한국여자농구가 만리장성을 넘고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 희망을 높였다.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은 14일, 오클랜드 트러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지역예선 프리-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중국을 81-80으로 제압했다. 

국제 대회가 거듭될수록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대표팀은 이날,  중국을 상대로 주축 선수들이 국내무대에서 보여줬던 활약을 그대로 재현하며 값진 승리를 일궜다. 경기 내용 역시 한국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줬던 어떤 명승부에 견줘도 부족함 없는 모습이었다.

경기 초반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KB의 중심'이자 '한국 여자 농구의 희망'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박지수였다. 골밑 공략은 물론 미드레인지에서도 자신 있게 슛을 시도하며 중국의 장신숲을 궤멸시켰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중국의 팀 평균 신장은 187cm. 한국은 박지수를 제외하면 모든 선수의 키가 중국 평균 신장 이하다. 190cm가 넘는 선수가 총 6명. 이중 한쉬(205cm)와 리위에루(200cm)는 2미터가 넘는다. 

박지수는 이 경기에서 23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 최다리바운드다.

2017년 아시아컵에서 중국의 장신 선수들과 힘든 대결을 펼쳤던 박지수는 지난 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이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이날 경기에서는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팀 리바운드는 여전히 중국보다 12개가 적었지만(26-38), 박지수가 코트에서 보여준 존재감으로 인해 중국보다 인사이드에서 열세라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 김정은과 박혜진의 활약도 돋보였다.

건강한 모습으로 대표팀에 복귀한 김정은의 기록은 3점슛 3개를 포함해 21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내외곽을 오가며 중국 수비를 꾸준히 흔들었고, 고비마다 중요한 득점을 성공하며 상대의 흐름을 끊었다. 지난 달 30일, KB와의 경기에서 던지는 족족 모두 림에 꽂아 넣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높이 면에서는 분명 중국보다 한국이 낮았지만, 김정은이 김한별과 함께 버텨주면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대표팀만 오면 부침이 심했던 박혜진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했다.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한 박혜진은 이전보다 안정감있는 모습으로 경기를 치렀고, 결정적인 순간에 진가를 발휘했다.

79-80으로 끌려가던 경기 막판, 박혜진은 2미터의 장신 리위에루를 앞에 두고 자신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왼쪽 레이업을 성공했다. 이 경기의 위닝샷이었다. 1점차 살얼음판 승부에서 모두가 박지수와 김정은에게 시선이 향했지만, 박혜진의 기습적이고 과감한 돌파에 중국 수비가 무너졌다.

박혜진은 11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별브론’ 김한별도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78cm의 신장으로 인사이드에서 190cm가 넘는 중국 선수들과 치열하게 몸싸움을 펼치는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11점(5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을 득점했다. 

특히 지난 시즌 리그 스틸 1위답게 경기 종료 직전 결정적인 스틸 2개를 성공했다. 종료 43초전 김한별이 가로챈 공은 박혜진의 역전 드라이브인으로 마무리됐고, 이어진 마지막 수비에서 기록한 종료 6초전의 스틸은 팀 승리를 결정지은 장면이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박지수가 36분 19초를 뛴 것을 비롯해, 김단비(34분 57초), 김정은(33분 37초), 김한별(33분33초) 등 주축 선수 대부분이 33분 이상을 소화하며, 승부처에서 체력적인 어려움이 나타났다. 경기에 뛴 10명의 선수 중 30분 이상을 소화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중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지수의 제공권과 김정은의 꾸준한 득점력, 박혜진의 클러치 능력, 그리고 김한별의 궂은일과 결정적인 스틸 등, WKBL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자신들의 장점을 유감없이 펼치며 힘든 승부를 승리로 이끌었다.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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