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주, 이성민 기자] KBL 최초의 유럽 선수는 독특했지만 존재감만큼은 묵직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9일(토)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 프로미와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2라운드 맞대결에서 71-63으로 승리했다. KBL 최초의 유럽 선수 보리스 사보비치는 인상적인 활약으로 팀 승리에 힘을 실었다.  

경기 전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사보비치에 대해 “영리하고 농구 지능이 높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첫 경기지만 선발로 내보낼 생각이다. 잘하면 많이 뛰고 안되면 뺄 생각인데, 기대를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보비치는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KBL 데뷔전에서 처음으로 던진 3점슛이 실패했지만, 장재석의 공격 리바운드를 컷인 득점으로 이었다. 득점 인정 반칙은 덤이었다. 자신의 KBL 첫 득점이 팀의 경기 첫 득점으로 기록됐다. 이어진 수비 성공 이후 사보비치는 또 한 번 득점에 성공했다. 오누아쿠를 상대로 절묘한 펌프 페이크로 자유투를 획득, 2점을 추가했다. 

수비에서도 사보비치의 묵직한 존재감은 빛났다. 오누아쿠의 골밑 공략을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오누아쿠를 향한 엔트리 패스 투입을 어렵게 만들었고, 지속적인 몸싸움으로 턴오버를 유발했다. DB는 오누아쿠가 사보비치에 막히면서 공격 활로를 찾기 어려웠다. 득점 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오리온은 이 틈을 타 차근차근 득점에 성공, 1쿼터 6분여가 흐른 시점 19-9로 달아났다. 사보비치의 끈적한 수비에 이성을 잃은 오누아쿠는 작전타임이 불리자 공을 강하게 내리치며 고함을 지르는 장면을 연출했다. 

1쿼터 2분여를 남겨놓고 사보비치는 하워드와 교체되어 벤치로 향했다. 사보비치가 만든 10점 차 넉넉한 리드는 오리온에 큰 힘이 되었다. 1쿼터를 21-15로 앞선 채 여유롭게 마칠 수 있었다. 

2쿼터에 재투입된 사보비치는 개인보다는 팀을 위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공격은 주로 미드레인지에서 이뤄졌다. 자신있게 슛을 쏘거나 백다운 과정에서 동료를 살핀 뒤 재빠르게 패스를 내주어 득점을 도왔다. 4분경 나온 사보비치의 감각적 A패스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3점슛은 자신감에 비해 성공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DB 수비를 밖으로 끌고나오면서 나머지 국내 선수들이 손쉽게 슛을 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사보비치의 헌신 아래 팀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진 오리온은 9점 차 넉넉한 리드와 함께 전반전을 마감했다. 

사보비치는 후반전에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냈다.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동료들을 살려주는 팀플레이와 수비 헌신으로 중심을 지켰다. 사보비치의 헌신은 오리온의 굳건한 리드로 이어졌고, 오리온은 큰 무리 없이 승리를 따냈다. 

사보비치는 데뷔전에서 11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공격력에 있어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오리온에 절실히 필요했던 팀플레이를 완벽하게 해내며 밝은 미래를 꿈꾸게 했다. 

사진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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