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의 맞대결에서 삼성생명이 먼저 웃었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21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2019-20 여자프로농구 홈 개막전에서 아산 우리은행 위비를 68-62로 꺾었다.

삼성생명에게는 의미가 큰 승리였다.

시즌 첫 경기를 이겼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우리은행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부임 후 몇 년 동안 선수들에게 꾸준히 우리은행에 대한 공포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임 감독은 “준비를 잘 해놓고도 유독 우리은행만 만나면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친다. 준비한 걸 해보지도 못하고 지면 프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그러나 지난 해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내주고도 내리 2연승으로 우리은행을 제압한 데 이어,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도 이겼다. 플레이오프와 정규리그를 연속기록으로 치지는 않지만,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3번을 연달아 이기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은행 포비아’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개막전에서 양 팀은 정상전력은 아니었다. 대표팀 차출과 부상 등으로 시즌 준비가 충분치 못했다. 전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최은실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삼성생명도 마찬가지다. 박하나가 결장했고, 윤예빈 역시 몸이 좋지 않아 2분 남짓 뛰었다. 주전 1-2번이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개막전에서 보여줬다. 양인영이 15분 48초를 뛰며 11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이주연은 39분 이상을 뛰며 공수에서 활력소 역할을 함과 동시에 14점을 득점했다. 4쿼터 승부처에서도 과감한 플레이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선택이 결실을 맺고 있음이 결과로 나타났다.

외국인 선수 맞대결에서의 승리도 의미가 있다.

지난 시즌 KB와 함께 3강을 형성했던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은 정상 도전을 위해,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KB를 넘어야 하고, 외국인 선수가 인사이드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삼성생명의 선택은 리네타 카이저였고, 우리은행은 르샨다 그레이였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기대 이하였기에, 두 팀 모두 외국인 선수 선택에 더욱 공을 들였다.

개막 이전까지는 우리은행의 표정이 더 밝았다. 2017-18시즌 신한은행에서 뛴 바 있는 그레이는 올해 WNBA에서도 활약하며 2년 전보다 기량이 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시즌 연습경기를 통해서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반면 카이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이 드리웠다.

WNBA에서 꾸준히 기록이 내리막을 달리던 카이저는 올해 WNBA 하위권인 댈러스 윙즈의 트레이닝 캠프에서 고배를 마셨고, 여름 내내 개인 훈련을 했다. 기량과 몸 상태, 경기 감각 모두 의문이었다.

그러나 첫 맞대결에서 웃은 쪽은 삼성생명이었다. 카이저가 18점 9리바운드 3블록슛을 기록한 반면, 그레이는 11점에 그쳤다. 1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지만 자기가 놓친 슛을 잡은 공격 리바운드도 많았고, 턴오버도 5개를 기록했다.

2점슛 야투율이 38.5%(5/13)에 그쳤고, 자유투도 4개 중 3개를 놓쳤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그레이에 대해 “지난 시즌 선택했던 크리스탈 토마스보다 공격에서는 낫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었는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2년 전에도 문제가 됐던 팔꿈치 사용에 대한 주의도 여전히 필요한 모습이었다.

이제 1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성공과 실패를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개막전 승리와 함께, 우리은행에 대한 자신감, 젊은 선수들의 성장, 그리고 외국인 선수에 대한 믿음을 함께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하나의 결장을 비롯해 주요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인해 임근배 감독은 1라운드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고민을 전했다. 하지만 일단 첫 고비는 넘겼다. 개막전에서 확실한 성과를 확인한 삼성생명이 어떤 모습으로 초반 일정을 헤쳐 나갈지 관심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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