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6년 왕조가 막을 내렸다. KB에 밀려 정규리그 7연패가 좌절됐던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3위 삼성생명에게 덜미를 잡히며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도 못한 채 2018-19시즌을 마쳐야 했다. 그렇게 통합 6연패를 이룩했던 우리은행의 치세는 종언을 고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우리은행의 몰락을 말하지는 않는다.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우리은행은 여전히 강했다. 이번 시즌에도 우리은행은 가장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팀이며, WKBL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한 사령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우우(어차피 우승은 우리은행)’의 시대를 마치고, 도전자로 새 시즌을 맞이하는 우리은행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 2018-19 REVIEW

우리은행은 많은 선수들이 국가대표 차출로 비시즌 훈련을 치르지 못해 심려가 컸지만, 이전과 다름없는 초반 상승세를 자랑하며 순위표에서 앞서 나갔다. 

개막 9연승, 우승 후보 KB와의 맞대결 2연승 등으로 경쟁에서 앞서 나갔던 우리은행은 그러나, 3라운드 맞대결 이후 KB에게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3연패에 빠지는 등 고비를 맞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외국인 선수 문제는 주전들의 체력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고, KB와의 선두 싸움에서 끝내 한 발이 모자랐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삼성생명에게 밀려 1차전을 이기고도 2연패를 당했고, 왕좌에서 내려와야 했다. 

■ 2019-20 POINT

① 통합 7연패의 좌절.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우리은행의 통합 7연패 실패는 우리은행의 전력저하보다는 '더욱 강력해진 라이벌' KB의 성장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통합 6연패를 하는 동안 210경기에서 167승을 거두며 8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했던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27승을 수확했다. 8할 승률에 단 1승이 모자랐을 뿐이다. 우리은행은 여전히 강했다. 

신입선수선발회에서 박지수(KB) 이후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차세대 대형 가드’ 박지현을 선발하며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호재다. 

주전 선수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했던 김소니아와 박다정이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번 비시즌을 통해서는 나윤정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계속된 우승으로 인해 만족스러운 신인 수급이 어려웠던 우리은행이지만, 식스맨 급 젊은 자원들의 발굴과 박지현의 선발로 인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당장 이번 시즌부터 위성우 감독이 준비하는 ‘우리은행 시즌2’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② 임영희의 은퇴
우리은행의 가장 큰 고민은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우리은행의 베테랑 임영희는 은퇴를 선언했고, 이번 시즌부터 코치로 함께한다. 20세기의 WKBL을 경험했던 마지막 선수인 임영희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600경기를 출전했고, 우리은행의 흔들림 없는 중심이었다. 위성우 감독 이후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 왕조의 주장이었고, 2011-12시즌부터 은퇴시즌까지 8년간 꾸준히 평균 두 자리 수 득점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알고도 막지 못한다는 우리은행의 2대2 플레이의 중심에는 항상 임영희가 있었다.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였던 임영희가 더 이상 유니폼을 입고 함께 뛰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은행에게 상당한 손실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에는 박혜진과 김정은이 있다. 임영희가 코트에서 보여줬던 리더십을 이제는 이들이 보여줘야 한다. 

전력면에서는 지난 시즌 신인왕인 박지현의 성장에 기대를 건다. 박혜진-박지현-김정은-최은실이 국내 선수 베스트라인업으로 나서는 가운데 김소니아, 박다정, 나윤정 등이 주요 백업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은행의 전력은 여전히 안정적이다. 

다만 임영희가 보여줬던 지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③ 새로운 외국인 선수, 르샨다 그레이
우리은행이 지난 시즌 중반 이후 순위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선수의 변수 때문이었다. 공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던 크리스탈 토마스가 발목 부상 이후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의 부족함만큼 한 발씩을 더 뛰던 국내 선수들의 체력에도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선수를 모니크 빌링스로 바꿨지만, 이번에는 수비에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 통합 6연패를 하는 동안 우리은행이 꾸준히 가져갔던 높이와 체력의 우위가 무너지며 끝내 선두 수성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선택은 르샨다 그레이다. 

그레이는 신한은행에서 활약했던 2017-18시즌, 평균 14.5점 10.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88cm로 센터 치고 장신은 아니지만 몸싸움이 강하고 저돌적이다. WNBA 뉴욕 리버티에서 활약하며 2년 전보다 기량이 발전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골밑에서 경쟁력도 있는데다가, 몸싸움이 강하고 2대2 플레이도 나쁘지 않아, 우리은행 특유의 농구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선다면 적어도 지난 시즌 우리은행이 겪었던 외국인 선수와 관련한 부침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 2019-20 예상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우리은행의 전력 구성이 지난 시즌보다 경쟁력 면에서 높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박지현의 성장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임영희의 공백을 당장 메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은행은 박지현을 어느 포지션에서 활용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답을 찾고 있는 과정이다. 

게다가 이번에도 주요 전력들이 대표팀 차출로 인해 비시즌 훈련을 만족스럽게 하지 못한 점, 김정은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한 점, 최은실이 대표 선발 당시부터 허리 통증 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은 우리은행의 고민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시즌에 대한 걱정을 언급하는 위성우 감독의 시름이 이번에는 엄살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은행이 정상권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부정할 수 없는 리그 최고의 가드와 포워드인 박혜진과 김정은이 있다. 임영희의 은퇴는 분명 아쉽지만, 박혜진-김정은 조합만으로도 그 위력은 엄청나다. 

아직까지는 우리은행 없는 선두 다툼이 익숙하지 않다. 어려움은 있겠지만 우리은행은 자신들이 ‘극복’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팀임을 증명할 것이다. 정상 방어에 실패한 후, 처음 맞이하는 이번 시즌에 위성우 감독이 구상할 '시즌2'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는 향후 우리은행 행보에 큰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Comments

위성우 감독 : 감독 부임 후 가장 힘든 시즌이 될 것 같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시즌을 준비하게 돼서 지켜야 할 게 없기 때문에 마음의 짐과 스트레스는 덜하지만 여러 상황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비시즌에 주력 선수들과 함께 많은 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부담이다. 지난 시즌에는 그래도 임영희가 있었기 때문에 체력 문제에 주의하면서 몸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은 완전히 다르다. 

플랜B를 떠나 플랜A를 짜기도 힘든 상황이다.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게 사실이다. 시즌을 치러봐야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표 선수들과 부상 선수들을 제외하면 7-8명을 데리고 비시즌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식스맨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는 크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잘 해줬던 김소니아와 박다정, 그리고 이번에는 나윤정까지 이 3명의 선수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박지현은 말할 것도 없다.

팀 전체적으로 보면 확실히 임영희의 은퇴가 크다. 임영희의 공백은 특정 선수가 채우는 게 아니라 모두의 역량을 모아서 극복해야 한다. 임영희는 오랫동안 팀의 중심이었고, 내 농구를 가장 잘 아는 선수였다. 리더십 부분에서는 박혜진과 김정은이 임영희의 자리를 채워줘야 한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우선을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하고 그 뒤의 상황은 그때까서 고민하겠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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