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편집부] 그토록 고대했던 V1. 

마침내 정상에 선 청주 KB스타즈가 WKBL 출범 이후 최초로 도전자가 아닌 챔피언의 위치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이제는 단순한 우승을 넘어 수성과 왕조건설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WKBL에서 유일하게 우승이 없었던 한을 푼 만큼 ‘최강의 전력에 경기력은 미치지 못했다’는 혹평도 털어낼 필요가 있다. 청주체육관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이는 WKBL 최고의 홈팬들을 자랑하는 KB가 ‘옐로우 다이너스티’의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까?

■ 2018-19 REVIEW

2018-19시즌, KB는 모든 팀들로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통합 6연패를 달성한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을 지목한 팀은 오직 KB뿐이었고, 나머지 5개팀은 KB만을 경계했다. 

하지만 출발은 버거웠다. 초반,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을 모두 패했던 KB는 지난 해 12월, 3연패에 빠지며 힘든 초반을 보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기적과 약속의 2019년이 모든 걸 바꿔 놓았다. 

주장 강아정의 부상 결장 속에서도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KB는 창단 후 최다인 13연승을 기록했다. 2019년 내내 단 2번 밖에 패하지 않은 KB는 숙적 우리은행을 플레이오프에서 물리친 삼성생명을 챔피언 결정전에서 3경기 만에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 2019-20 POINT 

① 발전 가능성 높은 전력의 상승세 

전력 누수가 없다. V1을 이끌었던 지난 시즌의 중심 전력이 그대로 팀을 지키고 있다. 

KB는 지난 해 염윤아, 심성영, 강아정, 카일라 쏜튼, 박지수를 축으로 시즌을 운영했고, 김민정이 전천후 식스맨의 역할을 맡았다. 이 전력이 이번 시즌에도 고스란히 유지된다. 염윤아와 강아정이 30대이기는 하지만 기량 하락의 우려는 크지 않다. 오히려 여전히 어린 나이인 박지수와 김민정의 발전 가능성이 더 희망적이다. 

쏜튼은 WNBA에서 일취월장하며 커리어 하이시즌을 보냈다. 박지은이 비시즌 연습경기와 박신자컵 서머리그를 통해 1군 무대에서 박지수의 백업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였다는 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KB는 지난 시즌, 염윤아와 쏜튼이 새로운 전력으로 가세한 후 팀의 중심인 박지수와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며 힘든 시즌 초반을 보냈다. 하지만 전력이 안정된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에는 가공할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 시즌에는 기존의 전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초반의 부침을 최소화 할 수 있다. 

② ‘새로운 전력’ 최희진

KB는 FA시장에서 삼성생명의 최희진을 영입했다. 2006년 프로에 입단한 최희진은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을 거친 프로 15년차 선수로 14시즌 동안 284경기를 뛴 베테랑이다. 그러나 평균 출전 시간은 11분 29초. 2.9득점 1.2리바운드로 기록 역시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슈팅 능력이 뛰어난 최희진은 ‘디펜딩 챔피언’ KB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박지수를 중심으로 강력한 높이를 구축한 KB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고비마다 외곽에서의 지원이 함께 이어져야 한다. 3점 성공률은 높은 편이지만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슈터가 강아정 뿐인 KB로서는 최희진의 가세가 상당히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발목에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는 강아정이 출전 경기 수와 출전 시간의 안배가 필요한 만큼 KB는 강아정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절실했다. 이번 시즌에는 최희진이 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③ 핵심은 박지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박지수다. 박지수는 KB뿐 아니라 WKBL, 그리고 한국 여자농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선수다. WNBA에서 농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큰 부침을 겪었지만 기량이 흔들릴 요소는 없다. 

21살 나이에 이미 WKBL 정상에 우뚝 선 박지수는 리그 내에서 대항마로 견줄 수 있는 라이벌도 존재하지 않는다. 독보적인 박지수의 존재는 다른 팀들에게 절대적인 부담이다. 특히 박지수는 나이답지 않게 큰 경기에 강하고, 승부처에서 더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집중력을 높인 박지수의 활약은 확실히 압도적이었다.

절대적인 전력인 만큼 ‘박지수 없는 플랜B’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KB는 박지수의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박지수는 2017-18시즌 개막부터 좀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WKBL과 WNBA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홀로 골밑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컨디션 관리와 몸 관리가 필수다. 

■ 2019-20 예상

엄청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KB의 추락을 예상하기는 힘들다. 상대적인 경쟁력은 지난 시즌보다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 2연패의 가능성도 상당하다. 

백업 멤버들의 기량이 올라올 경우 KB의 전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지난 시즌 KB가 주전 의존도가 높았다는 점, 국내 선수만 뛰는 2쿼터에 큰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 등은 이러한 선수들의 성장과 최희진의 가세로 풀어내야 한다.

과거 우리은행은 통합 6연패를 하는 동안 강력한 압박 수비와 임영희를 중심으로 한 2대2 플레이를 바탕으로 리그를 압도했다. 상대는 이러한 우리은행의 플레이를 알고도 막지 못했다. 체력과 높이에서 상대보다 우위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시즌 KB는 스위치 디팬스와 박지수-쏜튼을 축으로 한 공격으로 리그 정상에 올랐다. 독보적인 센터 박지수가 있기에 가능했던 KB의 농구 역시 상대가 알고도 막아내지 못했다. 박지수를 비롯해 비중이 높은 주전 선수들이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른다면 올 시즌 KB는 지난 시즌보다 더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 Comments

안덕수 감독 :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만큼 목표를 2연패로 잡는 것이 당연하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지수의 합류 시기 문제도 있고, 국가대표에 소집되어 있는 선수들의 몸 상태도 좋지 않다. 개막까지 충분히 맞춰 볼 시간도 부족했다. 지난 시즌에도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부분은 올 시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주요 전력이 그대로 남아있는 만큼 시행착오를 줄이고 맞춰가는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지키는 입장에서 시즌을 맞이하는 것은 처음이다. 불안감과 부담은 있지만 좋은 긴장감이라 생각하고 이를 더 큰 집중력으로 가져가고자 한다. 

외부에서 평가하는 것처럼 우리 팀은 좋은 선수가 많고, 경쟁력도 높다. 하지만 상대도 우리를 이기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할 것이기에 더 큰 준비가 필요하다. 우승에 대한 자존심과 자부심은 당연히 가져가야겠지만 이것만으로 정상을 지킬 수는 없다. 더 준비해야 한다.

박지수라는 훌륭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박지수를 제외하면 인사이드에서 높이의 열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4-5번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박지은이 잘 해줘야 한다. 또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민정이 올해에도 더 성장해주기를 기대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