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슛 없는 빅맨은 도태되는 시대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과 한국의 농구 팬들이 모두 놀랐다. 미국은 NBA 현역 최장신인 댈러스 매버릭스의 보반 마리야노비치(221cm)가 프리시즌 경기에서 3점슛을 성공해 놀랐고, 한국은 KBL 국내선수 최장신인 원주 DB 프로미 김종규(207cm)가 정규시즌 경기 중 극적인 순간 3점슛을 터뜨려 팬들을 놀라게 했다.

NBA 보반의 3점슛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열린 프리시즌 경기, 1쿼터 3분여를 남기고 나왔다. 21-24로 팀이 뒤지고 있는 가운데, 보반이 탑으로 나와 공을 잡았다. 이때 매치업 상대인 스티븐 아담스가 보반을 열어 두자, 보반은 지체 없이 슛을 올렸다. 아담스가 뒤늦게 손을 뻗어 봤지만, 슛은 깨끗이 림을 갈랐다. NBA 최장신의 3점슛 성공에 코트는 물론 벤치에 앉아있던 동료들도 쌍수를 들며 환호했다.

KBL 김종규의 슛은 보반의 슛보다 좀 더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 중 4쿼터 5분여를 남기고 DB가 71-7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걷고 있던 상황, 김종규가 외곽에서 가드 김태술의 패스를 받아 누구도 예상 못 한 타이밍에 3점슛을 올렸다. 공은 그대로 림을 통과. 김종규의 3점으로 리드를 잡은 DB는 이후 단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86-81 승리를 챙겼다.

데뷔 후 NBA에서 5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보반은 지난 4년간 186경기에 나서며 3점슛 시도가 단 10번밖에 없었다. 의외로 성공률은 40%(4/10)으로 나쁘지 않았던 편. 

KBL에서 262경기를 뛴 7년 차 센터 김종규는 보반보다는 많은 3점슛을 성공했다. 통산 26개를 던져 6개 성공으로 성공률(23.1%)은 낮지만, 성공 개수는 근소하게 앞선다.

그러나 올시즌, 이렇게 보반과 김종규가 나란히 3점슛을 성공하는 날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BA와 KBL, 동서를 막론하고 농구는 이제 코트 위 5명 전원이 3점슛이 필수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NBA는 지난 시즌 총 2만 7,955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역대 단일 시즌 최다 3점슛 기록을 경신했다. KBL 역시 지난 시즌 4,232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2004-05시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3점슛이 터졌다.

앞서 말한 보반이 던진 통산 10개의 3점슛은 전부 지난 시즌 기록한 것이다. 김종규 역시 지난 시즌 3점슛 시도가 단 3개에 그쳤으나, 올시즌 벌써 두 차례나 외곽에서 슛을 던졌다. 양대 리그를 대표하는 최장신 보반과 김종규의 변해가는 3점슛 기록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료(史料)와도 같다.

사진 = 로이터/뉴스1,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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