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올시즌 프로농구에서는 새 외국선수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국선수에 대한 신장 제한 규정이 전면 철폐되면서, 지난 시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다양한 색깔의 외국 선수들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큰 신장으로 화제를 모으는 선수도, 화려한 경력으로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선수도 있다. 물론 기존에 KBL에서 뛰었던 외국선수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예정. 오는 시즌 외국선수들은 어떤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까.

 

더 커지고 이름값도 높아졌다! 새로운 외국선수들

KBL은 외국선수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해나가는 중이다. 더 이상은 신장 제한도 없고 NBA 경력 제한도 없다. 그래서일까. 올여름 새로 한국 땅을 밟은 외국선수들은 더 큰 신장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KT의 바이런 멀린스(212.5cm)가 대표적이다. 올시즌 KBL 최장신 외국선수인 멀린스는 경력이 무척 화려한 선수이기도 하다. 과거 NBA 샬럿 밥케츠(현 샬럿 호네츠)에서 뛰었고 불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G 리그에 몸을 담갔다. 1989년생으로 나이도 젊다. 여기에 또 다른 왕년의 NBA 리거 윌리 쏜튼(198cm) 역시 이번 시즌에 KT 유니폼을 입는다. 현장에서 연습경기를 통해 쏜튼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쏜튼이 노련하고 클래스 있는 플레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는 후문. 지난 시즌 양궁 농구로 리그에 큰 파장을 일으킨 KT가 전 NBA 리거 외국선수들을 앞세워 더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SK의 자밀 워니(199.8cm)는 터리픽12 대회를 통해 국내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는 선수다. 과거 미국 농구 대표팀에도 선발된 경험이 있는 워니는 큰 체구를 앞세운 묵직한 몸놀림으로 페인트존에서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빅맨이다. 워니의 합류로 SK의 골밑이 더욱 탄탄해진 것은 물론 우승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키에서 최근 자체적으로 진행한 10개 구단 실무자 19인 설문조사에는 ‘올시즌 최우수 외국선수는 누가 될까?’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설문 결과 자밀 워니가 무려 74%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노련한 애런 헤인즈가 자밀 워니의 KBL 적응에 힘을 보태준다면, SK는 분명 무서운 팀이 될 것이다.

사실 과거 경력하면 이 선수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KCC의 조이 도시(206cm)다. 도시는 제임스 메이스가 개인 사정으로 합류가 불발되면서 조금은 급하게 KCC 유니폼을 입게 됐다. 9월 중순이었다.

과거 NBA 휴스턴, 새크라멘토, 토론토에서 뛰었던 도시는 유럽 무대에서도 올림피아코스, 바르셀로나, 갈라타사라이 등 명문 구단에서 활약했다. 다만 워낙 급하게 한국행을 결정하다 보니 경기를 문제없이 뛸 만큼 체력이 충분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큰 신장과 긴 팔을 앞세운 높이가 워낙 압도적이기에, 체력만 잘 끌어올리면 KCC 골밑에서 무척 위협적인 공수 옵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GC인삼공사의 크리스 맥컬러(204cm)와 삼성의 닉 미네라스(200cm)는 화려한 공격력으로 눈길을 끈다.

NBA 경력을 가진 맥컬러는 김승기 감독이 “올시즌 최고의 외국선수가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선수이기도 하다. 다만 연습 경기에서 팀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최근에는 오히려 우려를 사고 있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팀 플레이보다는 개인기에 치중하는 필리핀 리그에서 뛰었던 습관이 여전히 몸에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맥컬러는 남은 비시즌과 시즌 초반에 KGC인삼공사의 농구에 맞는 선수로 바뀌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닉 미네라스는 올시즌 삼성 농구의 변화를 이끌 선수다. 뛰어난 외곽슛 능력을 갖춘 미네라스는 빅맨보다는 포워드의 성향을 가진 자원. 2미터의 신장을 가졌으나 공수 모두 성향이 스윙맨에 가깝다. 이상민 감독은 올시즌 팀 컬러에 대해 “빠른 농구, 외곽슛을 앞세운 농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미네라스가 그 중심에 서줘야 한다.

DB의 칼렙 그린, LG의 케디 라렌은 제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들이다. 그린은 203.3cm의 큰 신장을 갖췄음에도 외곽 공격력이 뛰어난 자원이다. 라렌은 이번 시즌 외국선수들 중 최고의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올시즌 최단신 외국선수이자 최연소 외국선수인 조던 하워드(178.6cm, 1996년 1월생)는 추일승 감독이 가드진 문제 해결을 위해 꺼내든 비장의 카드다. 추 감독은 “하워드의 가장 큰 장점은 성실함과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가 원하는 농구에 빨리 적응해나가고 있어 그 부분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워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관이 명관? 경력자들의 반격 있을까?

새 얼굴들이 다수 데뷔를 앞둔 가운데, KBL 경력을 가진 외국선수들이 경험을 살려 새 얼굴들을 누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KBL에서 뛰었던 머피 할로웨이(196.2cm)와 섀넌 쇼터(185.9cm)를 새 외국선수로 낙점했다. 둘은 6년 전 이스라엘 리그 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이기도 하다. 이들이 얼마나 노련하게 경기를 끌고 가느냐에 따라 새 시즌 전자랜드의 성적도 달라질 것이다.

유도훈 감독은 “정효근의 입대와 김상규의 이적으로 포워드진이 얕아졌다. 그로 인해 가드진의 경기력이 더 중요해졌다. 가드들이 살아나려면 빅맨들이 그만큼 잘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뛰어난 빅맨인 할로웨이를 다시 데려왔다. 할로웨이와 쇼터의 신장이 작아 높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신장만 보지 말고 플레이의 디테일을 봐야 한다. 솔직히 우리가 높이가 밀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올시즌 외국선수 조합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시즌 KT의 돌풍을 이끌었던 마커스 랜드리는 올시즌 추일승 감독의 부름을 받아 오리온의 유니폼을 입었다. KT에서 센터로 뛰었던 것과 달리 랜드리는 오리온에서는 포워드로 플레이할 전망. 랜드리가 3번과 4번을 오가고 최진수, 이승현, 장재석이 프런트코트에서 골밑을 함께 지켜주는 그림이 예상된다. 높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랜드리는 매우 위협적인 외곽 공격수임이 분명하다. 골밑 수비의 부담을 던 랜드리가 오리온에서 장기인 공격력을 얼마나 극대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LG의 버논 맥클린은 2017-2018시즌 오리온에서 뛰며 리그 최고의 빅맨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바 있다. 2미터 신장 제한 규정이 생기면서 잠시 한국을 떠났다가 한 시즌 만에 다시 한국에 오게 됐다. 오리온에서는 국내 선수들과의 뛰어난 연계 플레이로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능력도 보여줬는데, LG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애런 헤인즈는 올시즌부터는 SK의 외국선수 1인자 자리를 내려놓았다. 한국 나이로 올해 39살이 된 헤인즈는 자밀 워니에 1옵션 자리를 내주고 그를 뒤에서 받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문경은 감독은 “워니가 1옵션이 되어주고 헤인즈가 경험을 살려 워니를 도와줄 것이다. 물론 둘의 출전 시간을 정확하게 어떻게 가져가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헤인즈는 여전히 노련하고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그날 경기 상황과 두 선수의 경기력에 따라 출전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헤인즈가 괜찮다면 헤인즈가 더 많은 시간을 뛸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헤인즈는 SK가 우승을 차지했던 2018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바 있다. 올해만큼은 코트에서 SK의 우승을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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