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코비 브라이언트가 달라지는 세계 농구 판도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90년대처럼 미국이 쉽게 우승을 달성하는 일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14일(이하 한국시간) E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월드컵 우승 도전이 좌절된 미국 대표팀에 대해 이야기했다.

코비는 “이제는 더 이상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관건이)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어떤 경기는 이기고 어떤 경기는 지는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말했다.

코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을 근거로 들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6년 일본 월드컵(실제 당시 명칭은 세계선수권)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자존심을 구긴 미국은 2008년에는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카멜로 앤써니, 드와이트 하워드, 크리스 폴 등이 주축이 된 최정예 멤버를 출격시켰던 바 있다. 목표가 금메달 탈환을 통한 명예 회복이었기 때문에 당시 미국 대표팀은 ‘리딤 팀(Redeem Team)’으로 불렸다.

코비는 “(2008년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그때 리딤팀조차도 결승에서 스페인을 꺾기 위해 4쿼터까지 접전을 펼쳐야 했다”며 “최고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하더라도 이제 미국은 우승을 위해 도전자들의 반격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즐겁고 무난한 우승(cakewalk)은 없을 것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한 드림팀처럼 쉽게 우승하는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는 미국도 우승이 쉽지 않은 시대가 왔다”라고 했다.

농구의 세계화가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미국과 다른 나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조별예선에서 미국을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갔던 터키(제디 오스만, 후르칸 코크마츠)는 물론이고 미국을 잡아낸 프랑스(루디 고베어, 에반 포니에, 프랭크 닐리키나)와 세르비아(니콜라 요키치,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네만야 비엘리차) 모두 NBA 리거를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들은 FIBA 농구에 대한 적응도가 미국선수들에 비해 높다.

지난 6월 NBA 어워드에서는 개인상 6개 중 4개가 비미국인에게 돌아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야니스 아데토쿤보(MVP), 루카 돈치치(신인왕), 파스칼 시아캄(MIP), 루디 고베어(올해의 수비수) 모두 미국 선수가 아니었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성장이 가파르다. 코비는 이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8강전에서 프랑스에, 순위결정전 첫 경기에서 세르비아에 패한 미국은 폴란드와 7-8위 결정전을 치른 뒤 대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미국과 폴란드의 7-8위 결정전은 14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사진 제공 = FIBA,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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