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13개 슛을 놓쳤다? 14번째 슛을 던졌다면 들어갔을 것이다.”

부천 KEB하나은행은 지난 8월 31일 막을 내린 2019 KB국민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우승. 하나은행의 4년 차 가드 김지영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록을 남긴 선수 중 하나다. 

먼저 김지영이 남긴 첫 번째 기록. 김지영의 이번 대회 3점슛 성공률은 0%다. 6경기에 출전해 총 13개, 경기당 2.2개의 3점슛을 던졌으나 모두 빗나갔다. 김지영의 이번 대회 평균 득점 6.8점의 대부분은 뒷문을 따고 들어간 컷인 플레이 혹은 드리블 후 점퍼로 나왔다. 가드로서 낙제점의 기록이 분명하다.

두 번째 기록. 김지영은 이번 대회 총 210분 40초를 뛰며 이번 대회 참가한 9개 팀 총 99명의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김지영은 하나은행에서 다음으로 많이 뛴 선수인 고아라(189분 12초)와도 20여 분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이번 대회, 지휘봉을 잡은 하나은행 김완수 코치 역시 김지영의 기록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김 코치는 의연하다. 

“지영이가 3x3 대회나 연습 때 보면 슛이 나쁘지 않다. 13개 슛을 놓쳤다? 경기가 더 있어서 14번째 슛을 던졌다면 들어갔을 것이다. 문제도 없고, 걱정도 없다. 이시준 코치와 교정해가는 단계다. 실전에서 계속 던지게 할 것이다. 못 넣는 것은 혼내지 않는다. 하지만 찬스에서 안 던지면 그건 선수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기록에 매몰되어 슛을 망설인다면, 그땐 화를 낼 것이다.”

 

당사자의 입장은 어떨까?

“저는 지금 시체예요.” 김지영이 운을 뗐다. 

“데뷔 때부터 자신감 빼면 시체라고 했는데, 나는 지금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시체다. 지난 시즌 3점슛이 좋지 못했던 것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 같다. 아빠가 멘탈에 관련된 책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도 패스를 받을 때부터 긴장하는 것이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 ‘너 자신을 너무 못 믿고 있다. 연습한 것을 믿고 던지라’고 주문하시는데, 맞는 말씀이다. 이겨내야 한다.” 김지영이 말했다.

김지영은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농구광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대한민국 남녀를 통틀어 이보다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김지영은 온종일 그리고 1년 내내 농구 생각밖에 없다. 팀 훈련이 있는 날에는 당연히 농구를 하고, 훈련이 없는 휴일에도 농구를 보고 싶어 남자 농구 경기나 대학 경기 혹은 3x3 대회를 찾는다. 

김지영은 과거 “농구 말고 딱히 좋아하는 게 없다. 휴가 때도 농구장을 많이 가는데, 1년에 11개월은 선수로 농구를 하는 거고, 그 한 달은 팬으로 농구를 즐기는 것이다. 농구가 진짜 재밌고 좋다”고 고백했다.

그의 농구사랑은 자연스럽게 훈련량으로 이어진다.

가령 오후 연습경기를 마치고, 이훈재 감독이 “경기에 많이 뛴 선수들은 야간 자율 훈련에 쉬어도 좋다”고 말을 해도 김지영은 훈련을 거르는 법이 없다. 최근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역시 슛이다. 멘탈 관리와는 별개로 이시준 코치와 매일 저녁 교정 작업에 여념이 없다.

 

김완수 코치는 그런 김지영을 보며 “단점이 있다. 그러나 장점이 더 확실한 선수다. 언제든 드라이브인이 가능하고 공이 없을 때 움직임도 좋다. (김)지영이가 상대 수비를 흔들면, 거기서 파생되는 공격도 많다. 토킹이나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자세도 훌륭하다. 출전 시간에서 알 수 있듯, 3점슛 13개를 놓쳐도 지영이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말했다.

해마다 박신자컵은 미래 스타를 꿈꾸는 유망주들의 등용문으로 통했다. 김지영은 그곳에서 대회를 통틀어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한 선수다. 그가 기록한 210분 40초의 출전 시간. 올시즌 하나은행이 김지영에게 거는 기대치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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