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①편에 이어..

기억에 남는 주인공
2012년부터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약한 박지영은 어느덧 8년차가 됐다. 남자농구와 여자농구를 모두 경험했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루키 더 바스켓‘의 코너를 5년째 맡고 있다. 당당하게 “나는 ‘루키 더 바스켓’의 가족이며, 애정이 많다”고 말한다. 츤데레인가 보다. 정작 우리는 그 애정을 못 느끼고 있으니...

박지영이 ‘바스켓 데이트’를 1년간 진행한 후, “이 코너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대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당당히 “코너를 그만 둘 마음도 없고 이유도 없다”고 했다. 코너를 처음 제의 받았을 때 “거부감이 1도 없었다”며, “인터뷰를 할 선수들이 아직도 많다”며 자신의 코너가 존속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심지어 같은 달에 ‘코트위의 여신-아나운서 특집’을 준비하며(월간여신 코너가 생기기 전), KBL과 WKBL의 주관방송사인 MBC스포츠플러스와 KBSN에서 농구를 담당하던 아나운서를 통틀어 ‘누가 최고의 여신인가‘를 물었을 때도 “경쟁자가 없다. 내가 독보적”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후배였던 박신영 아나운서가 ‘박지영의 바스켓 데이트’ 같은 코너를 해보고 싶다고 하자, “(박)신영이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기다리다보면 다 기회가 올 것”이라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했다. 언젠가는 자신도 놓아야 할 때가 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능력 있는 후배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코너를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게 무려 3년 전의 일이다!

“아니, 나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니까. 없어, 없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 분발해야 돼, 다들!”

대단한 고인 물이다... 

그렇다면 박지영이 지금까지 현장에서 만났던 선수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는 누구였을가?

“KB의 강아정!”

뜻밖이다. 박지영이 자신의 코너를 진행하며 만난 선수 대부분은 KBL 선수였다. 그런데 몇 안 되는 WKBL 선수의 이름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박지영은 강아정과의 인터뷰를 위해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KB의 숙소를 찾았고, 그날 사진 촬영을 위해 강아정과 농구장이 아닌 축구장 잔디밭을 맨발로 맹렬히 달리기도 했다. 그래서 특별했던 걸까?

“얼마 전에 갑자기 연락을 하더니 밥을 사주겠대. 우승했다고!! 그래서 지금 제일 먼저 생각나네!”

그럼 그렇지... 

“KBL 선수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주희정 선수. 아 이제 감독이라고 해야 하는구나. 일단 내가 생각했던 주희정이라는 사람과는 180도 반대였어. 너무 재미있었어. 나는 주희정 선수는 뭐랄까... 진지충? 약간 재미없는 느낌일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무 재미있었거든. 인터뷰 때 몇 번이나 되물었던 거 같아. 원래 성격이 이러시냐고. 너무 재미있고 입담도 좋아서 놀랐었어.”

재미와 별개로 ‘바스켓 데이트’에 획을 그은 선수도 있다. 서울 삼성의 김준일. 김준일은 바스켓 데이트에 유일하게 두 번이나 등장한 선수다. 박지영은 김준일이 입대하기 4일 전에 인터뷰를 했고, 그가 전역을 한 후 채 1달이 안 된 시점에 다시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김준일은 두 번 모두 박지영과 티격태격하며 현실 남매같은 캐미를 보여줬다. 미디어와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기보다 내성적인 편에 가까운 김준일이 그런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삼성 관계자가 오히려 놀랄 정도.

“아니... 나는 김준일이 뒤끝이 있다고 느껴졌던 게... 내가 첫 인터뷰때 군대로 편지를 써 준다고 했었나봐. 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런데... 내가 편지를 왜 써?(웃음) 아니, 써도 웃기잖아... 그런데 이번에 인터뷰 때 그 얘기를 하더라고... 조금 미안하기는 했어.”

박지영은 김준일이 군 복무 중일 때 인터뷰를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김준일이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훈련병이나 이등병 시절에 인터뷰를 했어야 한다는 것. 이는 ‘남자들 군대 많이 보내보지 않았냐’며 박지영에게 ‘프로 논산러’라는 별명을 강제 하사했던 김준일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진짜, 나를 그렇게 모함한 선수는 김준일이 처음이야. 프로 논산러가 왠 말이니? 진짜 군기 바짝 들어서 농담도 못하고 딱 얼어있었을 때 인터뷰를 했어야 해! 그런데, 역시 남의 군 생활은 빨리 가. 뭘 해보기도 전에 벌써 제대했잖아.”

이 외에도 박지영은 ‘신인답지 않게 멘탈이 정말 강한 것 같았고, 자기애도 있는 것 같았다’며 양홍석(KT)을 언급하기도 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리고 사장님
지금은 유튜브 전성시대다. 언제부턴가 많은 아나운서들이 유튜브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아나운서들의 유튜브가 언제부턴가 잠잠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는 속도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박지영의 ‘Ji Young Park TV’도 지난 2월 7일, 첫 영상을 올렸다. 

그는 ‘[Vlo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지영입니다’라는 영상을 통해 ‘8년이란 시간동안 스포츠만 고집했던 제가 여러분과 또 다른 소통창구를 열어보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약 100일 동안 달랑 5개의 영상만 올렸다. 3월 8일에 마지막 영상을 올리고 개점휴업 중이다. 팬과의 소통 창구가 거의 3개월째 막혀있다!!! (이 인터뷰를 마친 후에는 그래도 이전보다 부지런히 영상을 올리고 있다.)

“아니... 이게 할 일이 너무 많아. 일 하면서 하려다 보니까 시간이 안 나는 거지. 영상 편집이 얼마나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지 않잖아! 다른 아나운서들도 그래서 많이 못 올리는 걸거야. 그냥 알아서 편집해줄 사람 누구 없을까...”

그러나 영상을 찍기는 정말 많이 찍는다고 한다. 편집을 못한 채 유튜브 용으로 촬영한 영상이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넘쳐난다고. 이 날도 박지영은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의 화보 촬영 장면을 수없이 찍고 카메라를 보며 독백을 했다. 구석에서 혼자 세워진 카메라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혼자 독백을 하는 그를 보며 살짝 오싹함도 느꼈다...

박지영은 또한 화장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대표님이다!

“인생의 2막을 미리 설계해보는 거랄까? 언젠가 나도 내 자리를 후배들한테 내줘야 할 때가 올텐데, 아나운서 외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지를 생각해봤어. 그래도 내가 미인대회 출신이고 뷰티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미용에 대한 쪽의 일을 해 본다면 즐기면서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마음에 맞는 친구랑 같이 시작을 하게 됐어.”

그러면서 처음 도전한 분야는 남성 화장품이다. 오히려 남자들을 위한 화장품 쪽이 더 블루 오션이라고 판단했다. 여자 화장품은 여러 종류가 나와 있지만 남자 화장품은 그렇게 다양하지 못하고, 또 제품의 퀄리티 면에서도 자신이 있었다는 것.

현장에서 마주친 선수들이 피부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상황을 직접 느끼면서 ‘간편한데, 고급스럽고, 기능까지 좋은 남자 화장품’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박지영이 화장품 사업을 선택한 이유다. 곧, 자신의 출시한 화장품이 간편하고 고급스럽고 기능까지 좋다는 자화자찬이기도 하다. 박지영은 곧 여성 라인도 출시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농구 여신’이라 칭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아나운서. 농구에 대한 매력을 물으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농구라서 좋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8년차의 아나운서이자 유튜버이고, 화장품 브랜드 대표다. 많은 일을 병행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스포츠 아나운서로서의 롱런을 다짐하는 그녀의 마지막 인사로 이번 월간여신 코너를 정리한다.

“그래.. 벌써 8년차야. 8년이나 됐으니까... 사실 내가 지겨울 때도 있을 거야.(웃음) 새로움이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시대지만, 아무리 그래도 함께한 시간과 익숙함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 같이 나랑 농구 본 시간이 길고, 웃었던 시간도 길고, 감동했던 시간도 길었을텐데, 그런 것들을 넘어설 것들이 있을까? 없을 걸!!! 익숙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같이 가고픈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질리지 마!”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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