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용인, 이동환 기자] KBL 팀들이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8월은 각 구단들이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새 시즌에 구상하고 있는 전술을 테스트해보는 시기다. 외국선수들이 합류하려면 아직 시간이 꽤 남았지만(대부분의 외국선수들은 21일 혹은 22일에 입국할 예정이다), 국내선수들만의 조합만으로도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9일 경기도 용인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 원주 DB 프로미의 연습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경기를 통해 현대모비스와 DB가 새 시즌에 추구하고 있는 전술적인 색깔을 일부 엿볼 수 있었다. 동시에 몇몇 선수들의 달라진 플레이와 남은 비시즌 동안 수행해야 할 과제도 확인됐다. 현대모비스와 DB의 연습 경기에서 드러난 3가지 키포인트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1. 변화 노리는 현대모비스 오펜스 시스템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그런 팀이 이어지는 시즌에 곧바로 변화를 가져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미 성공을 거둔 모델에 굳이 수정을 가할 이유가 사실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올여름 다른 구상을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성공을 거둔 농구에 새로운 색깔을 추가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 색깔은 볼이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늘리는 것이다.

DB와의 연습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스플릿 액션(split action)’으로 불리는 부분 전술을 시도하는 빈도가 높아진 것이었다.

스플릿 액션은 볼을 가지지 않은 2명의 선수가 각각 페인트존과 3점슛 라인 바깥으로 서로 교차하며 갈라지는(split)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득점 기회를 노리는 전술을 의미한다. 이를 가장 잘 구사하는 팀이 NBA의 골든스테이트인데, 이날 현대모비스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 조동현 코치는 “비시즌 동안 볼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늘리는 쪽으로 훈련을 많이 진행했다. 집중적으로 훈련한 부분이 연습경기에서 보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리 오펜스 패턴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플레어 스크린(flare screen)을 활용해 기습적으로 3점슛 시도를 노리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플레어 스크린은 스크린을 받는 선수가 볼을 가진 선수로부터 멀어지는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도록 걸어주는 스크린이다.

특히 배수용과 서명진은 플레어 스크린을 통해 여러 차례 3점슛을 빠르게 던졌다. 경기 후 이에 대해 묻자 서명진은 “그런 상황에서 더 적극적으로 3점슛을 던져야 하는데 돌파를 해서 감독님께 혼나기도 했다. 외국선수들이 합류하면 (플레어 스크린을 받은 후) 돌파를 해도 득점을 올리기 힘들다고 하셨다. 보다 과감하게 점프슛을 던지길 요구하셨다”고 답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에도 얼리 오펜스를 중시했던 팀이다. 하지만 플레어 스크린을 활용해 3점슛을 던지는 패턴은 자주 보이지 않았다. 라건아의 페인트존 침투에 맞춰 빠르게 볼을 투입하거나, 이대성과 섀년 쇼터의 2대2 게임을 빠른 타이밍에 시도하는 방향으로 얼리 오펜스를 전개했다.

플레어 스크린을 활용한 기습적인 3점슛 시도가 늘어날 경우 현대모비스의 득점 생산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지난 시즌 현대모비스는 경기당 3점슛 시도가 19.9개로 리그 9위에 머문 팀이었다. 라건아의 높이와 기동성을 활용해 페인트존 득점을 극대화하는 것에 집중했던 탓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어쩌면 다른 그림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양동근, 박경상, 서명진은 물론이고 내년 2월에 전역할 전준범도 플레어 스크린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양동근은 과거부터 플레어 스크린을 받아 3점슛을 터트리는 능력이 좋은 선수였다.

 

2. DB의 구상: 새 시즌 공격의 핵심은 2대2 게임

올여름 2번 정도 원주를 찾았다. 첫 번째는 6월 말이었고, 두 번째는 7월 중순이었다.

6월 말에 원주를 찾았을 당시에는 때마침 DB와 상명대의 연습경기가 열렸었다. 7월 중순에는 체육관에서 선수단의 공격 패턴 훈련을 오랜 시간 지켜볼 수 있었다. 두 차례 원주를 방문하며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DB가 2대2 게임에 대한 준비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명대와의 연습경기에서는 허웅, 김현호, 원종훈이 하프라인을 넘어오자마자 사이드 픽앤롤(사이드라인에 가까운 위치에서 전개되는 픽앤롤)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상대가 대학 팀이었던 만큼 큰 효과를 보며 무난히 승리를 거뒀다. 다만 전술 훈련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탓인지 2대2 게임에 포함돼 있지 않은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확실하게 잡혀 있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이 문제를 보강하려는 모습이 7월 중순에 진행된 팀 훈련에서 보였다. 2대2 게임에 기반을 둔 얼리 오펜스 패턴 훈련이 집중적으로 실시됐다. 처음에는 3명, 나중에는 4명으로 조를 짜서 수비 성공 후 하프라인을 넘어가 얼리 오펜스를 전개하는 패턴을 연습했다. 선수들이 상황에 맞춰 서로의 움직임을 소통하면서 다양한 패턴의 얼리 오펜스를 연습했는데, 이때도 핵심을 이루는 것은 2대2 게임이었다.

 

현대모비스와의 연습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얼리 오펜스 상황에서 허웅이 2대2 게임을 시도하는 모습을 무척 자주 볼 수 있었다. 윤성원, 서현석 등 이날 코트를 주로 밟았던 DB 빅맨들은 공수 전환 과정에서 스크린을 빨리 걸어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허웅을 비롯한 드리블러들이 이를 통해 아주 손쉽게 돌파 득점을 올리는 장면도 나왔다.(국가대표에 차출된 김종규를 비롯해 윤호영, 김태술, 김민구는 이날 출전하지 않았다.)

이상범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팀의 공격은 2대2 게임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외국선수 제도가 바뀌었다. 우리 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대2 게임에 무게를 많이 실으려고 한다. 새로 온 김태술이 가장 잘하는 것이 2대2 게임이다. 김민구도 지금은 1대1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2대2 게임에서는 아직도 타고난 감각이 잘 드러난다. 외국선수들(칼렙 그린, 일라이저 토마스)도 그에 맞는 선수들로 일부러 데려왔다. (김)종규도 팀에 합류하면 스크린을 걸어준 뒤 바깥 쪽으로 빠져나가면서 공격 기회를 보는 식으로 활용해볼 생각이다. 지난 시즌 중에 허웅을 1번으로 쓰며 2대2 게임을 많이 시도하게 했던 것도 다가오는 시즌을 위해서였다.” 이상범 감독의 말이다.

결국 국내 가드들의 활약이 중요해졌다. 이상범 감독이 언급한 김태술, 김민구, 허웅은 물론이고 원종훈, 김현호도 2대2 게임의 드리블러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과연 DB의 구상은 시즌이 시작됐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3. 서명진의 변화와 배수용의 과제

이날 현대모비스는 함지훈, 박경상이 경기에 뛰지 않았다. 양동근은 짧은 시간만 코트를 누볐다. 대부분의 출전 시간을 젊은 선수들이 나눠가졌다.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서명진, 배수용이었다.

서명진은 이날 현대모비스 가드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 28분 52초 동안 12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3점슛을 매우 자주 시도했다는 점이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7개를 던졌다. 앞서 설명한 플레어 스크린을 받은 뒤 3점슛을 기습적으로 던지는 상황이 무척 많았다. 모두 좋은 타이밍에 적절하게 시도한 슈팅이었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아쉬운 것은 적중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점. 7개 중 적중한 것은 2개에 불과했다.

이날 서명진은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슈팅을 던지고 돌파를 하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함께 연습경기를 지켜본 점프볼 민준구 기자도 “서명진이 지난 시즌에 비해 확실히 자신감이 넘친다. 달라진 것 같다”며 감탄할 정도였다.

사실 지난 시즌 서명진은 고졸 신인의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느낌이었다. 센스 넘치는 패스로 선배들의 득점을 돕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도 있었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프로의 베테랑들을 정면 상대하려면 시간과 준비가 더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이날 연습경기에서 서명진은 양 팀 어떤 가드들보다 거칠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DB를 괴롭혔다. 양동근, 이대성에게서 보이는 특유의 에너지가 서명진에게서도 보였다. 체격과 힘 모두 지난 시즌이 비해 눈에 띄게 좋아진 느낌이었다.

경기 후 서명진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도 하나 전해들을 수 있었다. 성장 판이 아직 열려 있다는 것이었다. 무릎 검사를 위해 최근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로부터 아직도 키가 크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현재 서명진은 데뷔 당시에 비해 2cm 이상 키가 더 컸고 맨발 신장이 189.3cm까지 자랐다고 한다. 서명진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0.7cm만 더 커서 190cm가 됐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한편 배수용은 이날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작전타임 중에 김상규와 더불어 유재학 감독에게 가장 많은 질책을 받았다. 특히 전반에 현대모비스는 스몰포워드 전향을 노리는 배수용을 위해 다양한 전술을 시도했는데, 모두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배수용의 슛이 계속 림을 빗나갔기 때문이다.

이날 배수용은 29분 32초 동안 경기에 나서 총 10개의 슈팅을 던졌는데 그 중 무려 6개가 3점슛이었을 정도로 슈터 역할에 집중했다. 슈팅을 던지는 타이밍도 최대한 빠르고 간결하게 가져갔다. 오픈 상황일 때만 신중하게 3점슛을 던지던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문제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점. 6개의 3점슛 시도 중 림을 가른 것이 1개도 없었다. 6개 모두 좋은 과정에서 시도됐기에 더더욱 아쉬웠다. 경기 후 배수용은 “스몰포워드 전향은 결국 3점슛이 관건”이라며 “특히 박구영 코치님께 집중적으로 슈팅 코칭을 받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이렇게 어려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올 시즌 현대모비스에게 배수용의 스몰포워드 전향은 매우 중요하다. 라건아, 함지훈, 자코리 윌리엄스가 있는 상황에서 3-4번을 오갈 김상규가 합류하며 빅맨 포지션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

반면 스몰포워드 쪽은 상대적으로 뎁스가 얕다. 전준범이 돌아오려면 시즌 개막 후에도 무려 네 달을 기다려야 한다. 너무 긴 시간이다. 때문에 배수용의 포지션 전향 성공 여부에 따라 오는 시즌 현대모비스 스몰포워드 포지션의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시즌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약 두 달. 배수용이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KBL 제공

이미지 제작 =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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