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도원체육관에서 특별한 매치업이 성사됐다.

부천 KEB하나은행과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연습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76-63으로 하나은행의 승리.

비시즌 흔한 연습 경기지만, 양 팀의 골밑을 책임지는 신한은행 김연희와 하나은행 이하은은 경기 전부터 굳은 각오로 몸을 풀었다. 

1996년생 동갑내기 센터 김연희와 이하은은 지난 2015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나란히 1라운드로 프로에 지명됐다. 분당경영고 이하은이 1라운드 3순위로 하나은행의 부름을 받았고, 선일여고 김연희가 곧바로 뒤를 이어 4순위로 신한은행에 지명됐다. 

“사실 나이가 같아도 큰 접점은 없었는데, (김)연희와 U-19 대표팀에 함께 뽑히면서 친해지게 됐다. 아무래도 나이가 같고, 포지션도 같다 보니 서로 마음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 2015년 러시아 체호프에서 열린 FIBA U-19 세계여자농구선수권 대회를 회상하며 이하은이 말했다.

김’연’희, 이’하’은 그리고 2015 신입선수 선발회 동기인 홍’소’리(KDB생명 ,6순위)까지. 2015년 리그에 입성한 센터 3인방은 각자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따 ‘하소연’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고.

 

그러나 프로 입단 후 김연희와 이하은의 맞대결을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김연희는 입단 당시 곽주영이라는 걸출한 선배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고, 이하은은 신장 질환으로 오랜 시간 코트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이날 이들의 만남은 ‘하소연’에게 무척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김연희는 “워낙 친한 사이다 보니, (이)하은이가 아프고 고생했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쉰 기간이 길었는데도 정말 잘하더라. 그 공백기가 없었다면 지금쯤 더 잘했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느껴졌다. 친구로서, 그리고 같은 농구선수로서 정말 대견하고 기특하다”며 함께 뛴 소감을 밝혔다.

이하은 역시 “오기 전부터 연희와 매치업을 기대하면서 버스를 탔다. 친하기도 하지만, 같은 센터인데도 플레이 스타일이 정말 달라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기대대로 재밌는 경기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김연희와 이하은은 완전히 다른 성향의 센터다. 187cm의 김연희는 우직한 골밑 플레이를 즐기는 ‘정통 센터’다. 반면 185cm의 이하은은 먼 거리에서 슛이 가능한 ‘스트레치형 빅맨’이다. 때문에 이날 매치업에서도 이들은 자신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상대를 막느라 애를 먹었다.

 

김연희는 “하은이가 슛이 좋다. 페인트존 밖으로 돌아 나와 슛을 던지는데, 자꾸 골대 비우고 따라 나간다고 감독님께 한 소리 들었다”고 말했다. 김연희가 막기 어려운 것은 이하은 역시 마찬가지. 이하은은 “힘으로는 연희를 못 이긴다(웃음). 스텝이나 움직임으로 이기려고 밖으로 끌고 나왔는데, 감독님께서 너무 급하게 슛을 올린다고 혼내셨다”고 전했다.

WKBL은 지난 시즌부터 2쿼터를 외국인 선수 없이 오직 국내 선수만 뛸 수 있게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지배력은 줄어들었고, 국내 선수들의 높이는 더 중요해졌다. 양 팀 코치진 역시 김연희와 이하은을 다가오는 시즌, 순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키플레이어로 꼽고 있는 상황. 과연 이들은 정규리그에서도 멋진 맞대결을 펼칠 수 있을까? 그들의 특별한 줄거리에 주목해보자. 

사진 = 박진호 기자,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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