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①편에 이어..

신한은행
신한은행에서 강계리가 뛴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기간으로 한 달 반 남짓, 경기 수로는 13경기. 그러나 강계리는 그 시간을 “농구 인생에 있어서 절대 잊지 못 할 시간”이라고 했다. 

“하루는 이런 날이 있었어요. 경기 중에 작전 타임이 있었는데, 신기성 감독님께서 따로 부르셔서 ‘계리야, 하고 싶은 것 다 해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제껏 농구하면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정말 짜릿했죠.”

그의 말대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강계리는 데뷔 후 최고의 기록지를 작성했다. 같은 시즌, 삼성생명에서 출전한 11경기 기록은 1.9점 1.4리바운드 0.5어시스트에 불과했던 반면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고 뛴 13경기에서는 무려 7.1점 2.2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당 출전 시간은 무려 25.6분. 그의 농구 인생에 봄이 찾아왔다.

그러나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그의 봄은 짧았다. 시즌을 마치고 맞이한 휴식기, 하나은행의 가드 김이슬이 FA로 나온다는 기사가 떴다.

“직감이 왔어요. ‘우리 팀으로 오겠구나’하는… 신경이 쓰여서 운동을 하는데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팀에서 (김)아름이랑 (유)승희랑 같이 운동을 하는데 서로 보상 선수로 갈 것 같다며 농담 반 진담 밤으로 장난을 쳤어요. 그러다 외박을 앞둔 어느 금요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김밥을 먹으면서 제가 아름이한테 농담을 했어요. ‘아름아, 이거 우리 마지막 저녁이다. 잘 먹고 간다’고. 그렇게 웃으며 저녁을 먹고 외박을 나갔는데…”

 

4월 25일, WKBL은 김이슬의 협상 결과를 알렸다. 3년간 첫해 연봉 1억 8천 100만원으로 신한은행과 계약. 보상 선수는 이틀 뒤 발표됐다. ‘부천 KEB하나은행은 인천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가드 김이슬에 대한 보상 선수로 가드 강계리를 지명했다.’ 짧은 보도자료 한 줄에 강계리는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들은 얘기도 있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확인하니까 더 화가 났어요. ‘이제 좀 풀리는 것 같았는데 왜 맨날 나한테만 이럴까’ 싶기도 하고. 그때 기사를 본 게 동물 병원이었거든요. 김영민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대성통곡을 했죠. 하나은행이 싫은 게 아니라, 제 상황에서 지금 어디를 가도 신한은행보다 많이 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거든요.” 

동물 병원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던 강계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하나은행
신한은행에 짐을 푼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캐리어를 정리해 인천 청라에 위치한 하나은행 숙소에 도착한 강계리.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슬피 울었던 그는 오히려 하나은행에 와서 현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 웃음이 먼저 나왔다고.

“도착해서 하나은행 선수들과 인사를 하는데, 다들 저를 보고 웃더라고요. (강)이슬이나, (고)아라 언니, (김)민경 언니 등 친한 선수들이 좀 있었거든요. 저도 웃음이 먼저 나왔죠.”

이 밖에도 춘천여고 후배인 김예진을 비롯해 삼성생명에 있을 때 선수로 함께 훈련했던 이시준 코치까지 강계리의 적응을 도왔다. 덕분에 아직 하나은행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강계리는 벌써 하나은행의 훈련 분위기를 주도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지난 6월 중순 다녀온 삼천포 전지 훈련 역시 만족스럽게 마쳤다. 그는 “마무리 단계에서 페이스가 좀 떨어지긴 했는데, 다시 와서 연습 경기를 뛰고 해보니 몸이 잘 만들어졌다. 다른 팀에 비해 운동량이 많긴 한데, 이훈재 감독님 스타일이 짧고 굵게 하는 스타일이다. 훈련 방식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고 전했다.

새 감독과 새 코치진, 새 외국인 선수와 함께 청라의 새 훈련장까지.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과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삼성생명에 있을 때도 경쟁 참 많이 했는데, 여기 와서도 오자마자 경쟁 시작이네요(웃음). (신)지현이나 (김)지영이나 모두 개성 있는 가드들이에요. 그래도 제 단점을 고치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올 것이라 생각해요.”

올 시즌 강계리의 비시즌 숙제는 명확하다. 포스트 수비와 3점슛. 특히 3점슛에 대해서는 팀 동료 강이슬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자세 같은 것보다 마인드를 많이 따라 하고 있어요. 연습 경기 때도 한두 개 안 들어가더라도, 속으로 ‘나는 강이슬이다, 이번에는 들어간다’고 주문을 걸면서 던지죠. 그러면 또 들어가더라고요.”

“이적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올시즌을 마치면 또 FA가 돼요. 득점이나 어시스트 기록보다도 전 경기에 출전해 팀에 꾸준히 도움이 되는 선수로 각인되는 게 이번 시즌 목표입니다. 매 경기 투입될 때마다 네 명의 동료들이 모두 저를 보면서 제 패스를 기다리는 그런 가드가 되고 싶어요.” 

강계리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모진 풍파를 겪고 성숙해진 강계리가 세 번째 유니폼을 입고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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