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우승의 영광과 짧았던 휴식을 뒤로하고 6월, 천안의 위치한 숙소에 새 시즌 맞이를 위해 다시 소집된 청주 KB스타즈. 지난 시즌과 달리 빈 자리가 제법 보인다. 터줏대감 정미란은 코치가, 김수연은 FA가 되어 KB의 유니폼을 벗었다. 젊은 자원이었던 김한비와 임주리의 모습 역시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네 명의 선수가 팀을 떠난 가운데, 새로운 얼굴이 눈에 띈다. 2006년 신한은행에 1라운드서 지명돼 지난 시즌까지 무려 14년간 WKBL을 누빈 베테랑 최희진. 그는 챔피언 KB가 백투백 우승을 위해 점찍은 유일한 전력 보강 카드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삼성생명 최희진

2018-19 챔피언 결정전. 삼성생명은 비록 KB에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들의 시즌은 분명히 성공적이었다. 김한별-박하나-배혜윤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눈부셨고, 이주연과 윤예빈 젊은 가드진의 선의의 경쟁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했으며, 베테랑 김보미 역시 팀이 필요로 할 때 존재감을 발휘했다. 삼성생명의 준우승은 분명 해피엔드였다.

그러나 그곳에 최희진의 자리는 없었다. 

2분 9초. 삼성생명의 세 번의 챔프전 도합 120분 중 최희진이 코트를 밟은 시간은 단 2분 9초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패색이 짙어진 3차전 종료 직전, 가장 잔인한 시간에 투입된 최희진은 단 한 번의 슛 기회도 잡지 못하고 팀의 3연패를 알리는 종료 버저를 들어야만 했다. 

“아쉽다기보다도 저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죠. 비시즌에 하루도 안 쉬고 정말 열심히 운동했거든요. 그러다 개막을 일주일 남기고 손가락을 다쳤어요. 금방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큰 부상이었어요. 개막 직전에 다친 것은 처음이었는데, 상실감이라고 하나요? 한 번 그렇게 떨어지니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는 개막 후 한 달여가 흐른 12월 10일이 돼서야 돌아왔다. 그러나 이미 그가 돌아올 무렵에는 이주연, 윤예빈, 김보미 등 다른 선수들이 자리를 꿰찬 상태. 

“12월쯤 팀 훈련에 복귀했는데 제가 곁에서 봐도 ‘자리가 없다’ 싶을 정도로 톱니바퀴처럼 팀이 잘 돌아가고 있었어요. 잘되고 있는 팀에 제가 끼어드는 모양새라 무엇을 해도 조심스럽게 되고...”

낙심하고 있는 그를 붙잡아 준 것은 다름 아닌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이었다. 최희진은 은사 임 감독을 이렇게 묘사한다. 

“지금까지 농구를 하는데, 아니 살아가는데 정말 큰 도움을 주신 분이죠. 농구보다도 성격을 정말 많이 바꿔주셨어요. 힘든 게 있어도 혼자 삭이는 성격이었는데, 감독님을 만난 뒤 그런 것들을 터놓는 방법을 알게 됐죠. 어린 선수부터 나이 든 선수까지 항상 진정으로 선수를 대하시는 분이에요.”

 

두 번째 이적

“삼성생명 최희진, 2년 5,800만원 KB스타즈 行” 

지난 4월 25일, WKBL은 보도 자료를 통해 최희진의 이적을 알렸다. 프로 두 번째 이적. 그의 첫 번째 이적은 2013년 겨울 박다정(現 우리은행)과 트레이드였다. 최희진은 6년 전 그날을 떠올리며 “그땐 정말 얼떨결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저 ‘새 팀 왔으니까 잘해야지’하면서 훈련하고 경기에 나섰다. 앞으로 운동할 날이 많다고 생각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리고 선수 생활 황혼기에 겪은 두 번째 이적. 그는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때와는 정말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첫 번째는 트레이드고, 두 번째는 FA다. FA는 누군가가 내 가치를 인정해 값을 치르는 것 아닌가. 게다가 지난번과 달리 지금은 나이까지 있다 보니 책임감이 배로 막중하다. 이젠 운동할 날도 얼마 없다.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적이 많았던 만큼 여러 팀을 겪으며 많은 감독을 만났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 KB 안덕수 감독. 이렇게 색깔 확실한 감독들을 모두 겪은 선수도 아마 리그에 최희진 밖에 없을 것이다.

“감독님들 스타일이 정말 정말 달라요(웃음). 훈련 방식도 많이 다르고. 안덕수 감독님은 제가 합류한 지 얼마 안 돼 바로 미국 출장을 떠나셔서 많이 뵙지는 못 했는데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주시더라고요. 젊은 감독님답게 표현이 확실하신 분이에요.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삼촌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선수들을 아끼는 것이 훈련 때도 확실히 티가 나요.”

KB의 최희진 영입은 우연이나 충동이 아니다. 지난 시즌 챔프전 3차전이 끝나고 우승 인터뷰 때부터 안덕수 감독은 언론과 팬들에게 조금씩 힌트를 뿌렸다. “박지수와 외국인 선수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골밑보다 외곽에서 풀어줄 수 있는 농구를 하면 골밑도 더 쉬워질 것이라 본다.” 당시 안 감독의 인터뷰다. 

그렇게 최희진 영입이 성사되고, 안덕수 감독은 역시 직설적인 화법으로 최희진에게 다가갔다.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말씀하셨어요. 제 장점은 슛이라고. (박)지수와 (염)윤아 등 동료들을 믿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슛에 집중하자고. 첫 만남부터 그렇게 확실히 역할을 정해주시니까 저도 믿음이 생기면서 동기 부여가 되더라고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박진호 기자,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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