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이제는 '국가대표' 허예은이다.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2019 FIBA U-19 여자농구월드컵 대표팀이 12일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 연습 경기를 치렀다. 

이날 연습 경기, 체육관의 모든 이목을 사로잡은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상주여고 3학년 가드 허예은. 그의 키는 167cm다. 작전판에 적힌 다섯 개 포지션 중 신장에서 가장 자유로운 포지션이 가드라고 하지만, 신장도 작을뿐더러 아직 근육이 붙지 않은 영락없는 고등학생의 체격을 가진 탓에 허예은이 공을 잡으면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그러나 그의 플레이는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철 지난 명언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단신 가드 특유의 화려한 기교와 낮은 자세로부터 나오는 악착같은 수비, 그의 경기를 보고 있자면 땅과 가까운 그의 신장은 오히려 농구에 유리한 것처럼 느껴진다.

대표팀은 이날 우리은행을 상대로 박지현(우리은행), 이소희(BNK), 최지선(신한은행), 엄서이(춘천여고) 그리고 허예은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상대 우리은행 선수단까지 코트 위에 10명 중 프로 선수가 8명이나 서 있는 상황. 그러나 대표팀의 메인 볼 핸들러 역할을 맡은 허예은은 주눅 들지 않고 당돌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쳤다. 허예은은 이날 이소희(11점), 박지현(10점)에 이어 8득점을 올리며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허예은은 진이 빠진 목소리로 “프로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은행은 더 다르다. 일부러 실전처럼 몸싸움을 해주셨는데, 정말 힘들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 대표팀에 소집되면서 여러 프로팀과 연습 경기를 치르고 있는 허예은. 그가 느낀 아마추어와 프로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허예은은 “그냥 다른 농구다. 힘도 더 센데, 스피드도 훨씬 빠르다. 거기에 조직력은 더 차이가 난다(웃음)”고 말했다.

박수호 대표팀 감독은 대회에서도 허예은을 중용할 생각이다. 박 감독은 “(허)예은이는 기교가 좋다. 처음 프로를 상대로 연습 경기를 했을 땐, 키가 작아 패스도 많이 걸리고 공을 오래 끌기도 했다. 그러나 터득하는 속도가 빠르다. 이제는 프로를 상대로도 곧잘 한다. 프레스를 지시했을 때 앞선에서 수비력도 좋다. 박인아(부산대)와 함께 대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들은 허예은은 “감독님이 잘하라는 의미로 일부러 좋게 말씀해주신 것 같다”며 “그나마 고등학교에서 뛸 땐 패스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프로 언니들을 상대해보니까 내가 한 패스는 아무것도 아니더라”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번 U-19 여자농구월드컵 대표팀은 지난 U-18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 대표팀과 로스터가 거의 똑같다. 그중 유일한 변화가 바로 새로 합류한 허예은이다. 그가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게 가장 노력한 선수는 주장 박지현이라고. 

“대표팀은 16세 때 이후로 처음이다. 그때는 상대도 모두 아마추어였는데, 이제는 성인 혹은 프로를 상대해야 하는 차이가 있다. 부족한 것을 많이 느끼고 있어 언니들한테 많이 물어보고 있다. 가드로서 리딩이나 패스 같은 것들은 정통 포인트가드인 (박)인아 언니에게 조언을 구한다. 주장 (박)지현 언니한테도 많이 의지하고 있다. 며칠 전 프로팀과 경기를 했을 때다. 내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낙담하고 있었는데, 언니가 따로 불러서 ‘네 공격을 먼저 보고 더 자신 있게 하라’고 조언해줬다. 큰 힘이 됐다. 지현 언니는 정말 어른이다.”

허예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수비다. 작은 사이즈 탓에 상대에게 집중 공략되는 경우가 많아 혹여 팀에 피해를 줄까 항상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코트를 밟고 있다. 

그는 “지역 수비를 하면 그렇게 크게 티가 나지 않는데, 맨투맨을 서면 상대에게 밀릴 때가 많다”며 “그러나 대회뿐만 아니라 앞으로 프로 무대에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꼭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훈련해서 고쳐가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대표팀은 18일 결전 장소인 방콕으로 출국한다. 허예은의 모습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첫 번째 경기인 20일 오후 4시 30분 헝가리전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 =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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