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원석연 기자] 우리은행이 낯선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가 11일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명지고등학교와 연습 경기를 치렀다. 우리은행의 비시즌 네 번째 연습 경기, 박혜진이 21점, 김정은이 13점으로 분전했지만, 전체적인 신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아쉽게 졌다.

이날 우리은행은 점수와 상관없이 김정은, 박혜진, 최은실, 박다정 등 주축 선수들을 비롯해 나윤정, 최규희, 유현이 등 여러 선수들을 계속해서 바꿔 투입하며 라인업을 실험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남자팀과 연습은 감각을 살리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아직 준비하는 과정이다. 서로 점검 차원이기 때문에 점수나 결과는 당연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홈 구장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일주일간 국내 전지훈련을 치르며 체력을 다졌다. 지난 시즌까지는 2주 동안 쉬지 않고 진행했던 체력 훈련을 올 시즌부터는 일주일씩 두 차례 나눠서 진행한다. 

1차 전지훈련을 마친 위 감독은 “이번 훈련은 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사실 우리 체력 훈련은 이름은 체력 훈련이지만, 몸을 만들거나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이기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목표다. 1차 훈련에서 몸을 만들었으니, 2차 훈련은 정신력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 감독의 말대로 ‘자기 자신과 싸움의 장’인 우리은행의 전지훈련은 매년 진지하다 못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선수들의 한계를 끌어내기 위해 코치진은 의도적으로 웃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선수단 증언에 따르면 올 시즌 우리은행의 전지훈련은 예년과 달랐다고.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 감독님께서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예전에는 기록 내에 못 들어오면 일부러 선수에게 화를 내시면서 한계를 끌어 올리게 했던 반면 이제는 본인 스스로 깨닫게 하신다. 선수들도 그 부분을 느끼고 있어 오히려 스스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우리은행 주장 박혜진의 말이다.

위 감독은 이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우승을 했다. 비시즌마다 다음 시즌에 대한 압박감이 없을 수가 없었다. 선수들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더 다그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우승도 실패했고, (임)영희도 은퇴했다. 선수단 구성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 무작정 다그치기보다 함께 끌어올려야 할 때”라고 밝혔다.

 

7년 연속 통합 우승 실패에 가려졌을 뿐,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리그에서 가장 훌륭하게 리빌딩을 마친 팀이었다. 맏언니 임영희의 은퇴는 아쉽지만, 박다정, 김소니아, 박지현 등 새 얼굴을 대거 발굴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다. 

위성우 감독은 “영희가 은퇴한 올 시즌이야말로 확실한 뉴페이스가 나와야 할 시기”라며 “나윤정이 이번 비시즌에 더 열심히 해서 올라와야 한다. 재능은 있지만, 아직 보완할 점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17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3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된 4년 차 가드 나윤정은 고교 시절부터 외곽슛 하나만큼은 이미 프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우리은행의 숨은 옥석.

지난 시즌 신인왕 박지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위 감독은 “(박)지현이의 활약 또한 중요하다. 아쉬운 것은 지현이가 이번 여름이 프로에서 처음 맞이하는 비시즌이다. 한창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봐야 할 시기인데, U-19 대표에 아시안컵 성인 대표팀까지 발탁됐다. 함께 운동할 시간이 적다”면서 “U-19에서는 그래도 주전으로 나서기 때문에 경기 감각이라도 익힐 수 있겠지만, 성인 대표팀에서는 출전 시간을 받기 힘들 것이다. 본인이 잘 준비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실 우리은행의 고민은 박지현뿐만이 아니다. 8월 초 소집되는 인도 방갈로르 아시안컵 대표팀에 앞서 언급한 박지현을 비롯해 김정은, 박혜진, 최은실 등 무려 네 명의 선수가 차출된다. 총원 12명의 대표팀 명단 중 1/3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위 감독은 “나도 대표팀 감독을 지내본 경험이 있다. 부름을 받으면 당연히 가야 한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을 좋게 봐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가서 열심히 하고 오면 된다”고 덤덤히 말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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