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돈만 바라봤다면 KCC에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농구를 하고 싶어서 여기에 왔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지난 5일 고양체육관 내 보조체육관에서 동국대학교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이전까지 체력 훈련에만 매진하던 오리온은 1주일 전부터 볼을 갖고 하는 운동을 시작했고, 연습경기는 이날 동국대 전이 처음이었다. 이 경기에서 오리온은 114-76으로 동국대에 승리를 거뒀다. 

첫 실전이었던 만큼 추일승 감독은 여러 선수를 고르게 기용했다. 허일영과 김강선 등은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최진수와 한호빈 등 기존 선수들과 장재석과 이현민 등 최근 팀에 가세한 선수들이 골고루 나섰다. 

이중 가드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것은 베테랑 포인트가드 이현민이었다. 이현민은 지난 6월 14일 이진욱과의 1대1 맞트레이드를 통해 KCC를 떠나 오리온 유니폼을 입었다. 햇수로 치면 약 3년만의 친정팀 복귀인 셈이다. 

이현민은 이날 박재현, 한호빈 등과 돌아가며 경기에 나섰다. 아직 100%의 완벽한 조직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순간적으로 골밑의 장재석을 살려주는 날카로운 어시스트는 여전했고 찬스가 나면 주저함 없이 스스로 득점을 올리는 마무리 능력까지 보여줬다. 

경기 후 만난 이현민은 "팀에 합류한 지는 3주 정도 됐다. 일단 편하고 좋다. 원래 있었던 곳이고 감독님도 편하게 해주신다"며 친정팀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는 "볼을 갖고 하는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다. 하지만 처음 이곳에 올때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이 (한)호빈이와 (박)재현이를 베테랑으로서 잘 이끌어주면 좋지 않겠냐고 하셨다. 오리온 복귀를 결정했을 때 나름 생각했던 부분과 어느 정도 일치했다. 저도 잘은 못하지만 그래도 힘 닿는 한 도와주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 보수 1억 6천만원을 받았던 이현민은 올 시즌 오리온과 인센티브 없이 5천만원에 계약했다. 받는 돈으로만 치면 50% 이상 삭감을 당한 셈.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처음 오리온에 올 때도 고려했던 부분이었다. 연봉만 생각하면 KCC에서 지금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됐다. 하지만 나는 어떤 역할이든 그동안 못했던 농구를 여기에서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농구를 하고 싶었고 또 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코트에서 뛰기 위해 이곳에 왔다. 출전시간도 많이 안 뛰어도 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뛸 수도 없고. 물론 많이 뛰면 좋겠지만 그렇게 큰 욕심은 없다. 다만 5분을 뛰든 10분을 뛰든 농구선수 이현민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현민의 말이다. 

이런 그이기에 다가오는 시즌을 맞는 각오 역시 남다르다. 
 
그는 "다른 것보다 선수에게 믿음을 주시는 감독님 밑에서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다. 추일승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올 시즌에는 무조건 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사진 =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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