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주, 이동환 기자] 김태술은 지난 2007년 프로 무대를 처음 밟았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 누구보다 화려한 출발이었다.

SK와 KGC인삼공사를 거치며 리그 최고급 가드로 인정받았다. 짜릿한 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하지만 2014년 이적 후 커리어에 굴곡이 생기기 시작했다. KCC에서 두 시즌, 삼성에서 세 시즌을 꽤나 다사다난하게 보냈다. 그리고 지난 6월 1일 김태술은 사인앤트레이드로 DB 유니폼을 입었다.

KGC 시절을 함께 보낸 이상범 감독과 원주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김태술은 “이상범 감독님이 절 부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안양의 김태술이 보여줬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다음은 지난 26일 김태술과 진행한 일문일답 인터뷰다.

 

이달 초에 비시즌 훈련이 시작됐다. 시즌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은 시즌을 위한 몸을 만드는 기간이다. 웨이이 트레이닝을 하면서 근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DB 유니폼을 새로 입게 됐다. 시즌을 준비하는 마음이 예년과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시즌을 준비할 때는 늘 똑같다. 시즌이 시작되면 코트에서 잘하고 싶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코트에서 많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늘 그런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한다. 때문에 팀을 옮겼다고 해서 특별히 마음이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베테랑 포인트가드가 합류했다는 것에 DB 팬들의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이상범 감독님이 절 부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양에서 뛸 때 이상범 감독님 밑에서 많이 배웠고,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팀에는 어린 친구들도 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들을 알려주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 중에 흥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팀 전체를 리딩하고 다잡아주는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김태홍, 김민구와는 KCC에서 함께 뛰었던 경험이 있다. 팀 분위기에 적응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태홍이, 민구와는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다. 사실 팀을 많이 옮겨 다닌 편이다. 그래서 처음 만난 다른 선수들과도 첫 며칠만 어색하지 금방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태홍이, 민구와는 KCC에서 같이 있었다. (윤)호영이는 청소년 대표팀부터 같이 뛰어서 친하다.

최근 진천에서 만난 김종규가 “DB에서는 태술이 형 눈만 보고 있을 생각”이라고 농담조로 얘기하더라. 가드 김태술에 대한 신뢰가 큰 느낌이었다. 김종규와 호흡을 맞추는 부분은 어떤가?

종규가 키가 크고 잘 달리는 선수다. 내 입장에서도 패스를 주기 좋을 것 같다. 공을 가지고 있는 가드의 눈을 잘 보고 있으면 득점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건 종규뿐만 아니라 코트에 있는 모든 선수에 해당되는 얘기다. 대표팀에 있을 때 종규를 비롯한 포워드와 센터들에게 나를 잘 보고 있어야 좋은 패스를 줄 수 있으니까 잘 맞춰보자고 얘기를 많이 했었다. 종규 말대로 종규가 제 눈을 보고 있으면 제가 패스를 많이 줘야 할 것 같다.(웃음)

DB에 원종훈 같은 어린 가드들이 있다.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 있을 듯하다. 직접 코칭해주는 것들이 있나?

사실 제가 팀에 합류한지 한 달도 안 됐다. 베테랑이라고 해서 어린 선수들한테 뭔가 자꾸 이야기하는 건 오버라고 생각한다. 먼저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훈련하는 모습과 태도가 어린 친구들이 본받을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 조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훈련을 하고 연습 경기를 하면서 어린 친구들의 눈에 제 플레이가 괜찮다고 느껴질 정도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어린 친구들에게 조언도 해줄 수 있다. 지금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제가 어떤 충고나 조언을 해주는 건 아직은 오버가 아닌가 싶다. 서로가 어떤 선수인지 알아가는 데 많이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어린 친구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주고 싶다.

직접 와서 느낀 DB의 팀 분위기는 어떤가?

DB에 와서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해졌다. 안양에 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인 것 같다. DB는 팀이 경기할 때 흔히 하는 말로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팀이다. 정말 활기차다. 그런 분위기가 좋다. 안양 시절을 함께 보낸 이상범 감독님도 계시다. 김성철 코치님도 그땐 선수로 함께 계셨다. 김주성 코치님도 대표팀 때 선수로 같이 뛰었던 사이다. 심지어 이효상 코치님도 대학 시절에 대표팀에서 같이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마음이 많이 편하다. 분위기나 느낌이 안양 때와 많이 비슷하다.

커리어 후반기를 보내고 있다. DB라는 팀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을 것 같다.

사실 코트에서 이제는 새로운 걸 보여주기보다는 한창 잘할 때 잘했던 것을 다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KGC를 떠나고 다른 팀에 있으면서 스스로에게 아쉬운 것이 늘 있었다. 안양에서 잘했던 걸 많이 못 보여줬다는 것이었다. 팬들께는 핑계나 건방진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안양에서 잘했던 모습을 DB에서 다시 보여주고 싶다. 이제는 ‘안양의 김태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때 잘했던 플레이들이 분명 있었다. 그 플레이에 집중할 생각이다. 팀의 메인이 되기보다는 제가 잘했던 것들을 다시 해내면서 DB라는 팀이 우승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선수 생활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유종의 미를 잘 거두고 싶은 마음이다.

 

사진 =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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