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원석연 기자] “아무리 좋은 마케팅이라도 팬 입장에서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 팬은 굳이 경기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

KBL(한국농구연맹)은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연맹 및 구단 관계자를 대상으로 ‘2019 KBL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3일 차였던 12일 오후에는 MLS(미국 프로축구연맹) 신승호 부사장이 강단에 섰다. 신 부사장은 이날 MLS의 팬 니즈(fan needs)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를 바탕으로 관계자들과 함께 프로농구의 중·장기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 부사장은 애틀랜타 유나이티드, 미네소타 유나이티드 등 MLS 구단의 사례를 들며 팬들의 니즈에 맞춘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모든 고객은 동일하지 않다. 팬들은 획일화, 보편화된 서비스나 상품을 원하지 않는다. 고객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파악해 그에 맞는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 KBL은 아직 획일화된 마케팅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마케팅이라도 팬 입장에서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 팬은 굳이 경기장을 찾을 이유가 없다. 수요를 파악해 가족들을 위한 마케팅, 연인들을 위한 마케팅 등 다양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신승호 부사장의 강연은 단순히 ‘듣는 강연’에 그치지 않고 관계자들이 조를 이뤄 그룹으로 토의를 한 뒤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룹 발표에는 플레이어 캠, 심판 캠, 벤치 캠 등 다양한 시점의 카메라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연고지 팬들을 위해 도시의 특색을 유니폼에 넣는 ‘시티 에디션 유니폼’을 개발하자는 방안도 나왔다. 

이를 지켜본 신 부사장은 “’맞다, 틀리다’를 떠나 현재 KBL 실무자들에게는 이런 경험이 더 필요하다. 오늘 강연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저마다 다른 구단에서 왔다. 이렇게 그룹 토의를 통해 서로 다른 마케팅 방법과 철학을 공유하는 기회가 많아져야 결국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면 할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흐뭇하게 강연을 마쳤다.

매 시즌 휴식기마다 10개 구단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시즌을 결산하는 자리는 있었지만, 이처럼 축구나 야구 등 타 종목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교본 삼아 관계자들이 강의를 듣고 직접 토의 및 발표까지 한 자리는 이번 ‘2019 KBL 컨퍼런스’이 처음이다.

또한 KBL은 지난 3일, 팬 좌담회 'VOICE FOR KBL'을 통해 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던 'VOICE FOR KBL'은 어느덧 3회차다. 해마다 위기론이 나오고 있지만, KBL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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