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2019 NBA 신인 드래프트가 한국시간으로 오는 6월 21일에 열린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듀크대의 자이언 윌리엄슨이 유력한 1순위 후보로 손꼽히는 상황. 6.0%의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은 뉴올리언스가 윌리엄슨을 지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윌리엄슨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치열하게 맞서는 중이다. ‘2000년대 가장 성공한 1순위’로 손꼽히는 르브론 제임스 이후 1순위로 NBA 무대에 입성한 선수들은 어떤 커리어를 보내고 있을까. 루키에서 되돌아 보았다.

이 정도는 돼야 1순위지! 

르브론 제임스가 NBA 무대에 입성한 2003년 드래프트 이후 4시즌 동안은 빅맨들이 모두 1순위로 부름을 받았다. 2004년의 드와이트 하워드(올랜도)를 시작으로 2005년의 앤드류 보것(밀워키), 2006년의 안드레아 바르냐니(토론토), 2007년의 그렉 오든(포틀랜드)이 그 주인공들. 

이들 중에서는 단연코 드와이트 하워드의 존재감이 가장 돋보인다. 지금은 인저리프론으로 전락한 하워드이지만 올랜도 시절의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괴수’ 그 자체였다. 공격 코트에서의 모습은 다소 투박했지만 넘치는 운동능력을 앞세운 수비 존재감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데뷔 시즌 평균 12.0점 10.0리바운드로 최연소 더블-더블 시즌을 보낸 선수로 기록된 하워드는 이후 착실한 성장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데뷔 후 4시즌 연속 82경기 모두를 소화할 정도로 그의 초창기 이미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하워드의 커리어는 커리어 처음으로 이적을 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2012-13시즌을 앞두고 레이커스로 트레이드 된 하워드는 코비 브라이언트, 파우 가솔, 스티브 내쉬와 ‘판타스틱 4’를 이루었으나 팀은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물렀다. 하워드 역시 허리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올랜도 시절과 같은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다. 이후 휴스턴, 애틀랜타, 샬럿, 워싱턴 등을 거치며 하워드의 커리어는 점차 내리막을 걷게 된다. 

2008년 전체 1순위로 시카고 유니폼을 입은 데릭 로즈는 단기간 임팩트만큼은 최고였던 선수였다. 데뷔 시즌 신인왕을 수상한 로즈는 3년차인 2010-11시즌 리그 최연소 MVP로 선정되는 ‘사건’을 일으켰다. 

전성기 시절 로즈는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공격형 가드의 정석과도 같은 선수였다. 특히 엄청난 순간 속도를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크로스오버와 돌파 능력은 알고도 막지 못하는 수준. 그러나 신은 그의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시간을 그리 길게 주지 않았다. 

2011-12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로즈의 커리어를 180도 바꾼 경기였다. 당시 로즈는 4쿼터 종료 1분 전 무릎을 붙잡고 쓰러졌는데 검진 결과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후 끊임없이 부상에 시달린 로즈는 더 이상 전성기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로즈의 뒤를 이어 2009년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클리퍼스에 지명된 블레이크 그리핀은 ‘짐승’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엄청난 덩크 능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첫 시즌을 통째로 날린 그는 이후 건강히 복귀해 크리스 폴, 디안드레 조던과 함께 ‘랍 시티’로 일컬어지던 클리퍼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리핀 역시 잦은 부상으로 인해 조금씩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갔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강력한 림 어택의 비중을 계속해서 줄여나간 그는 가드 못지않은 뛰어난 볼 핸들링과 뛰어난 농구 센스로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지명된 카이리 어빙(클리블랜드)과 2012년의 앤써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역시 1순위 지명 선수에 어울리는 커리어를 보내고 있다. 데뷔 시즌부터 평균 18.5점을 기록하며 ‘될 성 부른 떡잎’임을 증명한 어빙은 빠르게 리그에 적응하며 엘리트 포인트가드 반열에 올라섰다. 리그 최고 수준의 드리블 능력을 바탕으로 한 어빙의 화려한 플레이는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데이비스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빅맨 중 한명으로 자리 잡았다. 데뷔 2번째 시즌이던 2013-14시즌 20.8점 10.0리바운드의 기록으로 20-10시즌을 보낸 그는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웠다. 또한 데이비스와 같은 켄터키 대학 출신인 칼-앤써니 타운스(미네소타) 역시 2015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후 역대 다섯 번째로 만장일치 신인왕을 수상하는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필라델피아에 지명된 벤 시몬스는 지명 당시 ‘포스트 르브론’으로 불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8cm의 축복받은 신장으로 가드 뺨치는 스피드와 패싱 능력을 보유한 그는 2017-18시즌 신인왕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예고했다. 

 

1순위 맞아? 아쉬운 모습을 보인 이들은 누구?

모든 1순위가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꽃피우지 못하고 리그에서 자취를 감추는 선수들도 있고 상위 리그인 NBA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며 조용히 자취를 감추는 선수들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2006년 드래프트 1순위인 안드레아 바르냐니(토론토)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남은 선수다. 213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슈팅 능력을 지닌 그는 ‘제 2의 노비츠키’로 주목을 받았지만 부족한 리바운드 능력과 수비 등에 발목을 잡히며 그저 그런 선수로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2007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그렉 오든(포틀랜드)는 부상에 발목을 잡힌 케이스다. 사실 그가 NBA 무대에 뛰어들 당시만 하더라도 그의 성공을 의심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 정도로 오든이 가진 재능은 특별했다. 당시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포틀랜드가 케빈 듀란트가 아닌 그를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를 향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오든은 반복된 부상으로 인해 자신이 가진 재능을 전혀 선보이지 못하고 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가 데뷔 후 5시즌 동안 소화한 총 경기는 겨우 82경기. 수치상으로는 단 1시즌만을 뛴 셈이다. 

결국 포틀랜드에서 방출된 오든은 2013-14시즌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으며 NBA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미 반복된 부상으로 인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의 몸은 더 이상 리그에서 버티기 힘든 수준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역대급 재능을 가진 빅맨으로 주목받던 그는 통산 105경기 출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2013년 1순위로 클리블랜드의 부름을 받은 앤써니 베넷은 ‘역대 최악의 1순위’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되는 존재다. 사실 드래프트 당시에도 클리블랜드의 선택을 두고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당시 드래프트 1순위 후보로 손꼽히던 선수는 켄터키 대학 출신의 너렌스 노엘이었다. 그러나 노엘이 드래프트를 앞두고 무릎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1순위의 주인공은 오리무중이 되고 말았다. 고심을 거듭하던 클리블랜드는 베넷을 최종적으로 선택했으나 이는 처참한 실패로 귀결됐다. 

203cm의 신장을 지닌 베넷은 NBA 무대에서 어정쩡한 트위너로 전락했다. 데뷔 시즌 52경기에 출전했지만 평균 12.7분을 뛰며 4.2점 3.0리바운드의 초라한 기록을 남겼다. 심지어 클리블랜드는 그를 D리그(현재 G리그)로 내려보내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 만약 그랬다면 베넷은 역대 최초로 전체 1순위 지명 후 D리그로 내려간 선수로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다. 

이후에도 베넷의 커리어에 반등은 없었다. 이후 미네소타, 토론토, 브루클린 등을 전전한 그는 2016-17시즌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NBA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7년 필라델피아에게 지명된 마켈 펄츠는 오든의 전철을 밟고 있다. 그 역시 대학 시절만 하더라도 ‘결코 실패할 수 없는 선수’로 분류될 정도로 특출난 재능을 자랑했다. 

그런 펄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어깨 부상이다. 필라델피아가 트레이드로 픽 순위를 끌어올리면서까지 그를 영입했지만 데뷔 시즌 펄츠는 단 14경기 출전에 그치고 말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어깨 통증에 시달린 펄츠는 자신의 2번째 시즌을 앞두고 한결 나아진 몸 상태를 보이며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를 향한 기대가 또 다시 실망으로 바뀌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또 다시 찾아온 어깨 통증으로 인해 19경기 출전에 그친 펄츠는 결국 시즌 중반 올랜도로 트레이드되기에 이르렀다. 펄츠의 대가로 필라델피아가 손에 쥔 자원은 조나단 시몬스와 1라운드 지명권 1장, 2라운드 지명권 1장. 불과 1년 전 1순위로 뽑혔던 선수의 대가치고는 너무나 초라했다. 

그나마 펄츠는 98년생으로 여전히 젊은 선수다. 아직 그에 대한 기대치를 완전히 접기에는 이르다는 의미. 마찬가지로 데뷔 후 두 시즌을 부상으로 날렸지만 현재는 NBA 정상급 센터로 자리 잡은 조엘 엠비드의 사례도 있는 만큼 펄츠 역시 얼마든지 부활할 가능성을 남겨 두고 있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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