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①편에 이어..

배꼽시계

선수단 구성에 한창 골머리를 앓던 때, 구단 지주회장과 구단주가 정상일 감독을 찾았다. 이들이 정 감독에게 부탁한 것은 단 한 가지. ‘배꼽시계를 조심하자’였다. 

회장과 구단주는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아도 점심때가 되면 배가 고파지고, 저녁이 되면 또 출출해진다. 올 시즌 신한은행은 그렇게 끼니때에 맞춰 울리는 배꼽시계를 경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령 신입생이 들어오면 주전자를 들고, 2년 차는 설거지를 하고, 3년 차부터 경기에 뛰는, 이런 연차에 얽매이는 악습을 폐지하고 철저히 능력 위주의 등용을 부탁한다는 당부. 이 말을 들은 정상일 감독은 크게 기뻐했다. 

“깊이 공감했어요. ‘아, 윗분들도 나와 생각이 같구나’ 생각이 들었죠. 저는 훈련을 믿지, 절대로 선수 이름을 믿지 않아요. 지난 시즌도 그랬어요. (한)채진이와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됐지만, 솔직히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에서는 채진이와 (조)은주를 많이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에요. 왜냐면 저는 중국에 있다가 한국에 왔어요. 내 눈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선수를 판단해야 하는데, 채진이와 은주는 비시즌 때 수술하고 재활하느라 제가 제대로 못 봤거든요. 

그때 여름에 같이 훈련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말했어요. ‘지금 나와 훈련하고 있는 너희들이 올 시즌 팀의 주축이다. 외국인 선수? 베테랑 언니들? 다 너희한테 끼워 맞추는 조각이다. 그러니 믿고 열심히 땀 흘려라’라고요. 고참 선수들을 배척한다는 소리가 아니에요. 고참이면서 훈련도 열심히 하고 게임에 나오면 그게 베스트죠. 실전에서는 구력이라는 것을 절대 무시 못 하거든요. 그렇게 고참과 젊은 선수들이 서로 자극을 받으면서 운동할 때, 팀은 건강해집니다.”

 

2019-2020시즌의 신한은행

5명의 선수가 떠나갔지만, 5명의 선수가 새로 오면서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일각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신한은행의 전력과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을 13승으로 이끌었던 정상일 감독의 리더십이 조화를 이룬다면, 지난 시즌 굳건했던 3강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정상일 감독은 “우리 팀은 첫째는 팀워크, 둘째는 건강, 셋째도 건강”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정 감독에 따르면, 한채진-김수연-김이슬로 이어지는 이적생 3인방은 순조롭게 몸을 만들고 있다. 비시즌 훈련 때 특별한 부상이 없다면, 개막전부터 팬들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신한은행 팬들에게 반가운 이름인 유승희 또한 개막전 출전을 목표로 재활 중이다. 유승희는 지난 시즌 박신자컵 마지막 경기에서 십자인대 파열로 안타깝게 시즌을 마친 바 있다. 단, 유승희와 같은 부위인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마감했던 김아름은 시간이 좀 더 걸릴 예정이다. 정 감독은 “김아름은 이번 비시즌 훈련 없이 재활에만 집중한다.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돌아올 수도 있지만, 무리해서 빨리 복귀시켰다가 다시 탈이 나면 그땐 정말 큰 일이다. 장기적으로 천천히 두고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베테랑 이경은의 몸 상태다. 지난 시즌,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쳤던 이경은은 현재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정상일 감독은 “복귀 시점이 명확히 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본인이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사활을 걸어보겠다’고 하더라. 고액 연봉 선수가 경기에 안 나오면 욕하는 팬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경은이처럼 잘했던 선수들은 저렇게 아파서 경기에 못 나오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한다. 믿어보겠다”며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정상일 감독이 생각하는 올 시즌 신한은행의 농구는 어떤 색깔일까? 

“빠른 농구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전 팀과 달리 지금 신한은행에는 빨리 달리는 선수들보단 지공에 강한 선수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속공을 포기하고 지공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되든 안 되든 우선 공을 잡으면 빠르게 넘어와야 합니다. 왜냐면 그래야 보는 사람이 재밌거든요. 프로농구는 무조건 보는 사람이 재밌어야 합니다. 팬이 없으면 프로는 의미가 없어요. 팬들이 좋아할 만한 농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론 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패를 하든 절대로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코트 위에 있는 선수들은 항상 끝까지 끈질길 것이며, 저 또한 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감독이 되어 올 시즌을 명가 신한은행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해로 만들겠습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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