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이번에도 하나은행의 FA시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2017년 김정은, 2018년 염윤아에 이어 이번에는 김이슬이 FA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보상 선수로 강계리를 얻어왔다. 전력 보강 측면에서 보면 이번에도 소득이 없었던 FA 결과다.

물론 김이슬을 놓친 부분은 이전의 두 시즌에 이어졌던 손실과는 다소 감이 다르긴 하다. 신지현과 김이슬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봤을 때, 신지현의 재계약은 예상이 가능했다. 

지난 시즌 긴 부상 이후 성공적인 복귀를 했고, 시즌 중간 약간의 발목 부상으로 몇 게임 쉬기는 했지만 과거 기대를 모았던 모습을 찾아가며 시즌을 마쳤다. 어린 나이에 큰 부상을 당했고 긴 재활로 엄청난 시련을 겪었음을 감안할 때 신지현 개인적으로는 정상적으로 고비를 넘긴 성공적인 시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지현의 장점은 어리지만 흔들림 없는 강한 정신력에 있다. 냉정한 판단을 잘하고, 감독이 요구하는 것을 충실히 이행할 줄 아는 선수이다. 한 번 받은 지적을 두 번은 안 받으려 하는 의지가 강하다. 

약점이라면 체격 조건에 따른 체력적인 부침이다. 아직 한 게임 30분 이상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또한 1번 포지션으로만 오래 뛰기에는 득점력도 있기 때문에 리딩을 맡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이 된다.

반면 모두가 알고 있듯이 김이슬은 신지현과 다른 스타일의 가드다.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와도 같아서 잠재되어 있는 능력들은 달리는 농구, 그리고 좋은 센터를 만나면 그 가치가 찬란하게 빛날 수 있다. 

다만 잦은 부상과 그에 따른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는다. 2017-18시즌 부상에서 벗어나며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으로 기대를 줬지만 결국 지난 시즌에도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한 시즌을 나지 못했다.

FA가 되면서 김이슬 스스로에게는 분위기 전환이 아주 절실했을 수도 있다. 다른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하나은행은 신지현을 잡는 데는 성공 했지만, 김이슬과의 재계약은 실패했다. 가드라인에 많은 자원이 있어서 오히려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았던 하나은행에서 실제로 정통 1번을 볼 수 있는 선수는 김이슬이었다.

김이슬의 몸 상태가 제대로 올라왔다는 가정 하에는 신지현과 다른 스타일이기 때문에 둘의 적절한 배분과 그에 따른 선수 구성이 더 잘 될 수 있었다. 물론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뛰는 것이 아닌 둘 중의 하나는 확실한 주전 가드가 되어야 한다. 

또 하나은행으로서는 스타일이 다른 두 명의 대형 유망주를 함께 보유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둘 수밖에 없지만, 막상 선수 입장에서는 출장시간을 나누어야 하니 이 부분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이슬과 신지현의 투 가드 시스템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높이가 낮은 하나은행의 선수 구성상 꾸준히 구사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결국 김이슬이 떠났고 하나은행은 그 자리를 강계리로 채웠다.

전통적인 기준에서 농구는 뛰어난 가드와 강력한 센터를 갖추고 있으면 나머지 3자리는 어떻게는 조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늘 1번과 5번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냉정하고 구체적으로 봤을 때, 하나은행의 문제는 가드라인 보다는 센터 쪽이다.

지난 시즌에도 명백히 드러났지만, 빅맨의 낮은 높이와 확실하지 못한 자원 구성은 하나은행에게 치명적이다. 국내 선수들만 뛰는 2쿼터에서는 특히 골치가 아프다. 상대의 파워풀한 장신 센터들과 부딪히고 깨져서 하나은행의 4번 선수들은 녹초가 되곤 했다. 하나은행이 무조건 보강해야 하는 포지션은 빅맨 자리임이 명확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FA시장은 기회였다. ‘KB에서만 활용 가치가 낮아지는 빅맨’ 김수연이 FA시장에 나왔다. 하나은행으로서는 무조건 잡아야 하는 선수였다. 심지어 김수연은 보호 선수가 6명이나 된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원소속구단과 협상이 결렬됐던 김수연과 계약을 하지 않았고, 이후 사인 앤 트레이드에서도 잡지 않았다.

엄밀히는 ‘잡지 않았다’보다는 ‘못했다’가 맞다. 하나은행은 김수연 영입에 관심이 높았고, 꾸준히 조율을 했지만 결국 마지막 영입전에서는 신한은행에 밀렸다.

유망주와 어린 선수들에 대한 자체 평가가 상당히 후한 하나은행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김수연 영입시 발생하는 보상 선수 부분(보호 선수가 6명이나 된다 해도)이 고민이었던 것 같고, 트레이드 때는 언제나 그랬듯 소극적인 대처로 성사가 안 된 것 같다.

항상 성적에 목말라 있는 하나은행임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조금 더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 했다. 특히 김수연은 그 어느 팀보다 하나은행에게 가장 절실한 카드였다.

하나은행의 지난 시즌 국내 주요 선수 라인업을 보면 최장신이 180cm인 슈터, 강이슬이다. 4번 자리를 맡는 선수들의 키는 175cm 남짓. 수비 때 최대한 인사이드에서 버텨주고, 공격 때는 페인트 존보다는 미들레인지나 3점슛 빈도가 더 높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 밖에 없다.

KB는 196cm의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180cm가 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KB의 염윤아는 가드임에도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포스트업을 하는 데 조금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삼성생명에는 정상급 빅맨인 배혜윤(183cm)과 WKBL에서 언더사이즈 빅맨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때 적수가 없는 김한별이 버티고 있다.

센터가 없는 처지가 하나은행과 비슷한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면면이 경험과 기량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센터가 없을 뿐,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 최은실 등의 평균 높이는 낮지가 않다. 여기에 박지현(183cm)도 가세했다.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한 BNK와 신한은행도 하나은행을 상대하는 높이에서는 고민이 없다. 김소담(185cm)과 진안(183cm)이 버티고 있는 BNK는 지난 시즌 정선화(185cm)까지 합류했다. 김연희(187cm)와 한엄지(179cm)의 가능성을 확인한 신한은행은 국가대표 빅맨 곽주영(183cm)이 은퇴했지만 FA시장에서 김수연을 채워 넣었다.

하나은행은 어쨌든 180cm대의 국내 빅맨이 필요하다. 김수연이 있다면 최소한 2쿼터만이라도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었다. 2쿼터 외에도 김수연의 쓰임이 가장 많았을 팀이 하나은행이다. 이제는 이하은(185cm)과 김민경(186cm)을 어느 정도 키워내는 방법밖에 없다.

이하은은 너무 안타깝게도 한참 실력과 경험이 늘어가던 지난 해, 신장 문제로 수술을 하며 이후 거의 1년을 쉰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정상적인 기량을 회복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비시즌을 잘 이겨내고 복귀한다고 해도 이하은은 골밑에서 몸싸움과 파워 게임을 펼치기보다 하이포스트에서 미들슛과 패스 연결에 더 특화가 되어있다. 공격 면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수비와 리바운드에서는 밀릴 수 있다. 본인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김민경은 발전이 더디고, 풀 코트 게임에서의 집중력이 좋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농구에 대한 센스도 나쁘지 않고, 연습 때는 외국인 선수 역할을 맡을 정도로 힘도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1군 무대 뿐 아니라 박신자컵이나 퓨처스리그에서도 김민경은 본인의 잠재력에 항상 못 미쳤다.

1993년생인 김민경은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지난 달 열린 '2019 WKBL 3X3 TRIPLE JAM' 1차 대회에서 하나은행이 우승을 차지하며 김민경이 MVP가 됐다. 처음으로 큰 상을 받은 만큼 김민경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

하나은행의 성적은 결국 국내 빅맨이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주느냐에 있다. 이번 여름 박신자 컵에서 하나은행 백업 센터들의 모습에 따라, 가장 약점이 될 수 있는 다음 시즌 2쿼터의 모습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오로지 성적 하나만 풀어내지 못한 하나은행으로서는 결국 이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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