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13승 22패로 지난 시즌을 마친 OK저축은행이 BNK 썸 여자농구단으로 거듭났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전까지의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의 가능성을 보인 시즌을 치른 만큼, 더 나은 조건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이번 시즌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BNK는 WKBL사상 처음으로 코칭스태프를 전원 여성으로 선임했고, 지난 시즌 리빌딩에 어느 정도 성공을 했던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꾸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신이었던 KDB생명 시절, 상징적인 선수였던 한채진과 조은주가 FA자격을 획득했지만 BNK는 잡지 않았다.

KDB생명 시절부터 응원을 했던 팬들로서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팀이 새롭게 창단하며 연고지도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팀의 수장이 바뀌었을 때 팀 문화를 다시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한채진과 조은주는 팀의 A코치보다도 나이가 많다. 신임 감독이 새로운 팀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결국 조은주는 은퇴를 선택했고, 한채진은 신한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베테랑 2명을 제외한 모든 FA선수(정선화, 노현지, 정유진, 구슬)들을 잔류시킨 BNK는 코트를 떠났던 가드 김시온을 다시 복귀 시켰다.

박신자컵과 퓨처스리그에서 여러 차례 좋은 모습을 보였던 당시의 어린 선수들 분 다시 모이게 됐다. 그런 만큼 포지션 별로 선수 면면을 보면 BNK의 선수 구성은 나쁘지 않다. 

BNK는 지난 시즌 가드 포지션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경은을 FA시장에서 잃으면서 유망주의 틀을 깨지 못하던 안혜지가 ‘강제 주전’이 되는 상황을 맞았지만, 정상일 감독이 성장과 조화를 맞추는데 성공했다.

고민이 많았던 가드 포지션은 1년 만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기가 막힌 속공 엔트리 패스를 하는 지난 시즌 ‘풀타임 주전 가드’ 안혜지, 템포 바스켓을 하는 김시온, 과감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지난 시즌에 정말 ‘신인다운 신인’의 모습을 보였던 이소희까지 다양한 색깔을 가진 가드들을 보유하게 됐다. 

유영주 감독은 이소희와 입단 동기인 임예솔에게도 기대가 높다.

임예솔은 이소희, 박지현(우리은행), 신이슬(삼성생명), 박인아(부산대) 등, 가드자원이 많았던 작년 고교 졸업생들 중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고교 시절 큰 부상을 연이어 당해 프로 입성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감독에게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로 주목해 볼 필요도 있겠다.

다른 포지션을 보면, 슈팅력과 공격력을 갖춘 구슬과 노현지, 확실한 3점 슈터인 정유진이 있고, 터프한 스타일의 진안과 미들레인지에서 강한 김소담, 그리고 긴 공백을 딛고 복귀한 후 짧은 시간이지만 여전히 파워풀한 모습을 보이는 정선화가 포스트에 있다.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BNK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BNK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는 데는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였던 다미리스 단타스의 역할이 컸다. BNK는 ‘창단 프리미엄’으로 외국인 선수 선발회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단타스, 혹은 그 이상의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

다만 긴 시간을 뛰는 선수 중에 베테랑이 없어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믿고 해결을 해 줄만한 선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어린 선수들의 가장 큰 단점인 경기력의 기복은 비시즌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현재 BNK의 선수 구성에서는 궂은일을 하는 선수가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그나마 진안이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 등을 보여주는 선수지만, 전체적으로 강한 투지와 볼에 대한 집중력과 집착, 흐르는 볼을 잡기 위에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가 BNK의 다른 선수들에게서는 매우 부족하다. 

이소희가 떨어지는 볼을 날다람쥐처럼 채가는 모습을 팬들이 좋아 했던 이유는 지금 이 나이대의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기본적이고, 바람직한 태도였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어릴 때부터 하게 되면, 습관이 되어 나중에 베테랑이 되어도 자연스럽게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들이다. 

지난 시즌 팀을 이끌었던 정상일 감독도 작전 지시 중 항상 입에 달고 있었고, 가장 많이 화를 냈던 점이 선수들의 투지와 적극성, 그리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책임감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흔히들 수비나 리바운드 같은 궂은일에 대해 기술이 아닌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팀 연습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또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 수비와 리바운드, 즉 박스아웃을 하는 방법에 대한 연습이다. 가장 힘들지만, 그러면서도 귀찮고 어려워서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훈련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상대와 몸을 부딪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도 당연히 연습과정 안에 들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를 모르는 지도자들은 없다. 게다가 BNK의 유영주 감독은 물론 두 코치(최윤아, 양지희)는 모두 현역 시절, 기량도 뛰어났지만 적극성과 투지를 앞세워 몸싸움과 궂은일을 조금도 마다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BNK는 다른 무엇보다 선수들의 적극성과 훈련을 대하는 태도가 비시즌 준비와 새 시즌의 가능성을 좌우할 것 같다. 이로 인해 선수들에게 새로운 자세와 적극성이 몸에 베이게 될 지 아니면 그 전과 같을지가 결정 되게 될 것이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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