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올 시즌에는 수비수와 1대1을 해서 개인기로 직접 찬스를 만드는 공격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받아먹기만 하면 반쪽짜리 선수다.”

33경기 출전, 36분 7초, 15.0점 2.8어시스트 3.0리바운드. 

지난 시즌 박하나의 정규리그 성적이다. 출전 시간과 평균 득점, 어시스트 모두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가드 박하나.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것보다 보완해야 할 점이 더 먼저 보인다”며 만족을 모르는 그는 다음 시즌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기 위해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과연 박하나가 생각하는 지난 시즌 그리고 다가오는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는 삼성생명의 어엿한 에이스로 성장한 박하나를 지난 4일 만나봤다. 다음은 박하나와 일문일답.

Q. 시즌을 마치고 휴가 기간은 어떻게 보냈나?
-휴가 때 일본 여행도 다녀오고 푹 쉬었다. 복귀한 지 이제 2주 정도 됐다.

Q. 시상식부터 챔프전까지 다사다난했던 지난 시즌이었다. 
-얻은 것이 많은 해였다. 재밌어서 빨리 가기도 했고. 프로 데뷔 후 가장 즐거웠던 시즌이었던 것 같다. 

Q. 지난 시즌 본인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70점 정도? 좋았던 점보다도 보완해야 할 점이 더 먼저 보인다. 지난 시즌 팀원들이 워낙 잘해줬기 때문에, 이제 나만 더 발전해서 제 몫을 다하면 팀도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시즌을 보낸 것은 맞지만, 내 커리어도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할 수 있다.

 

Q.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다른 기록에 비해 리바운드 참여도가 낮았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리바운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한다. 또 지난 시즌 내 득점을 보면 캐치앤슛과 받아먹기 같은 쉬운 득점이 많았다. 올 시즌에는 수비수와 1대1을 해서 개인기로 직접 찬스를 만드는 공격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마침 감독님께서도 비시즌 시작하면서 같은 말씀을 하시더라. 받아먹기만 하면 반쪽짜리 선수다. 비시즌 기술적으로 많이 가다듬어서 이제 직접 만들어 해결할 수 있는, 팀에 정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Q.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비해 챔피언 결정전에서 다소 아쉬운 활약을 펼쳤다. 어떤 차이였을까?
-체력 문제가 가장 컸지만, 의욕도 너무 앞섰던 것 같다. 무득점을 기록했던 2차전 때도 슛이 안 들어갈 것 같지는 않았는데 챔프전이라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몸에 힘이 좀 들어갔다.

Q.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챔프전을 치른 선수들은 항상 체력 문제를 거론한다. 얼마나 힘든지 가늠하기 어려운 팬들에게 어떤 느낌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
-(강)아정이 언니가 예전 미디어데이 때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를 치르고 (챔프전에) 오면, 경기 전 몸만 풀어도 등에 식은땀이 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 말을 안 믿고 웃어넘겼는데 정말이더라(웃음). 사실 챔프전 1차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몸을 압도했는지 괜찮은 편이었는데, 2차전부터는 코트에 도착해서 슛만 던져도 땀이 줄줄 흘렀다. 많이 뛰어서 지치는 것보다 몸에 진이 다 빠진 느낌? 그런 느낌이다. 경기 중에도 바로 앞에 루즈볼이 나와도 머리는 뛰어가라고 하는데 몸이 한 박자 두 박자 늦게 반응한다. 

Q. 지난 시즌 삼성생명은 유난히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 팀이었다(국내 선수만 뛰는 2쿼터 평균 득점 19.3점 리그 1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타 팀 선수들도 올 시즌 목표로 ‘지난 시즌 삼성생명과 같은 팀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삼성생명의 특별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선수들마다 자존심이 워낙 강하다. 지고 싶지 않다는 승부욕도 세고, 각자 공을 잡았을 때 스스로 해결하려는 에이스 본능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자율 농구’의 힘이 가장 큰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임근배 감독님의 ‘자율 농구’를 훈련을 적게 하거나 혹은 마음대로 하는 농구로 알고 있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감독님의 ‘자율 농구’는 코트 위에서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플레이하는 농구다. 선수들이 더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절대로 ‘이거 하지 마’라고 억압하는 일도 없다. 선수 입장에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경기를 하니 농구가 재밌어진다. 

물론 감독님을 처음 만나 감독님께서 처음 이런 자율 농구를 지시하셨을 땐 선수들도 힘들어했다. 그전까지는 벤치에서 시키는 대로 수동적인 농구만 해왔으니까. 지금도 사실 감독님의 농구를 100%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감독님과 함께 더 보완해서 다가오는 시즌에는 꼭 우승하고 싶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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