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코칭스태프 선임 과정에서 거센 폭풍을 맞았던 신한은행은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코칭스태프 선임을 완료했지만, 곧바로 선수들의 무더기 은퇴라는 두 번째 폭풍을 맞이했다. 

그간 부상에 시달리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드라인에서 김규희, 윤미지, 김형경이 은퇴했고, 베테랑 국가대표 빅맨이었던 곽주영이 은퇴했다. 거기에 슈터 양지영의 은퇴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양지영은 지난 해 박신자컵에서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유승희와 리그 경기 도중 십자인대 부상으로 역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던 김아름의 영향으로 출장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다음 시즌 유승희가 정상복귀 한다해도 당분간 경기 감각이나 코트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부침이 있을 것이고, 김아름은 유승희보다 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슈터 포지션에서 양지영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했다. 그런데도 단호하게 은퇴를 선언한 것은 의외다. 

신한은행은 한채진을 마지막으로 영입하며 슈터 자리의 부족분을 채웠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은 이번 FA를 통해 가드라인에서는 가장 메리트가 있었던 김이슬을 영입입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행보다. 지난 해 이경은을 잡은데 이어 이번에는 김이슬을 선택하며, 최윤아 이후 맥이 끊긴 팀의 주전 가드 바로 세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 시즌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경은은 최근 몇 년 간 제대로 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김이슬은 긴 부상에서 복귀해 지난 시즌 성공적으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부상에 대해 불안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부상과 몸 관리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지우지 못한 두 선수로만 긴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는 분명 의문이다.

이경은과 김이슬이 모두 건강한 상태로 시즌을 치른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의 스타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나이와 경험에서 오는 노련미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이는 가드에게 무척 중요한 컨트롤 능력과도 연결이 되는데 김이슬이 이 부분에서 약간 부족하다. 

김이슬은 다루기 쉬우면서도 반대로 가장 어려운 선수 중 하나다.

김이슬은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운동에 임한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이며, 요령을 부리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은행 코치 시절, 나는 김이슬을 간혹 ‘달려라 하니’라던가 ‘직진 이슬’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요령을 부리지 않는다는 장점이지만, 뒤집어서 보면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외부 요인에 의해 정신적인 면에서 영향을 잘 받는 편이다. 

따라서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이 어떠한 요인에 의해 막히고 있다는 판단이 되면, 그야 말로 백지상태가 되는 경우도 잦다. 턴오버가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는 팀플레이의 어려움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김이슬은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가 특히 중요한 요소가 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선수의 성향과 스타일에 대해 오해 없이 적절하게 대처하면, 김이슬 스스로의 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무척 성실하기 때문에 지도자가 원하는 바에 부합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떤 지도자를 만나도 자기 역할을 해 내는 선수가 결국은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패스를 할 줄 아는 능력을 갖췄어도 동료가 잡을 수 없는 패스가 많이 나오는 가드에게 ‘패스를 잘 하는 선수’라고 칭찬을 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이 그동안 꾸준히 반복된 김이슬의 단점이었다. 하지만 김이슬은 잦은 부상과 긴 재활, 그리고 거기에 따라오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냈고 분명 이전보다 성숙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해 ‘시즌 전 경기 출장의 목표’를 꼭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다. 

주전 빅맨 곽주영이 빠진 자리는 지난 시즌,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준 한엄지와 김연희를 주축으로 성장의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KB로부터 김수연을 데려온 것도 상당한 수확이다.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빅맨 자원의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지금 WKBL에서 김수연은 사실 어느 팀을 가도 활용가치가 있는 선수다. 다만 카일라 쏜튼이 현행 제도에서는 박지수로 인해 ‘KB만 쓸 수 있는 외국인 선수’라면, 김수연은 박지수가 버티고 있기에 ‘KB에서만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선수’였다.

WKBL은 지난 시즌부터 2쿼터를 국내 선수만 뛴다. 국내 4,5번 선수들의 가치가 매우 귀해졌다. 신한은행의 김연희도 이러한 2쿼터를 통해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부분이 크다. 한엄지가 3,4번을 오가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자원이라면, 조금 더 제대로 된 빅맨에 가까운 역할은 김연희와 김수연이 맡을 것이다.

김연희는 이미 지난 시즌, 포스트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파울이 다소 많았던 단점이 있었는데, 경험도 부족하고, 기동력이 떨어지다 보니 상대가 2:2 플레이로 괴롭히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파울을 자주 범했다. 

지난 시즌 성장한 것만큼 올 시즌도 더 발전하겠지만, 당장의 부족함은 김수연이 무리 없이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김수연도 꾸준히 규칙적인 출장 시간을 보장받으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베테랑이다. 

미들슛도 나쁘지 않고, 리바운드와 블록슛에 강점이 있다. 다만 무릎이 좋지 않은 부분을 무시 할 수 없는데, 이 부분은 상당한 저항을 받으며 뒤로 스텝을 밟아야 하고 방향전환이 많은 수비에서 힘든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출장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며 자기 역할을 소화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신한은행에 충분히 귀한 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박진호 기자 ck17@rooki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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