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이동환 기자] 은퇴 기로에 섰던 전태풍이 SK 유니폼을 입었다. 전태풍은 취한 채로 문경은 감독에게 먼저 전화를 건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놓았다.

전태풍은 24일 KBL 센터에서 서울 SK 나이츠와 공식적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1년. 연봉은 7천 5백만원이다.

계약 체결 후 만난 전태풍은 “FA 계약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계약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밝게 웃었다.

그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니까 기분이 정말 좋다”며 “사람이 죽어가는 데 누가 도와주면 정말 고맙고 기분이 좋지 않나. 지금 그런 느낌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태풍은 “최근 2년 동안 경기도 많이 못 뛰었다. FA가 됐지만 다른 구단에서 연락도 안 왔다. 스스로 농구선수로서 생명이 끝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6, 7살때부터 지금까지 농구에만 시간을 투자해왔다. 이대로 은퇴하고 농구교실 같은 걸 해볼까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밝혔다.

그런 전태풍이 SK와 계약을 맺은 과정은 다소 독특했다. 영입 의사를 밝히는 팀이 없어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시던 전태풍은 SK 김민수에게 받은 문경은 감독 연락처로 대뜸 전화를 걸었다.

“술도 취했고 스스로 열도 많이 받은 상태였다.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문경은 감독님께 먼저 전화를 걸었다. ‘감독님, 죄송합니다. 저 태풍이입니다. KCC 생활이 끝났는데 감독님은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여쭤봤다. 감독님이 놀라시면서 연봉을 얼마 받고 싶냐고 물으시더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실 함부로 얘기하기 힘들었다. 감독님께 연봉 많이 안 줘도 되고 돈보다는 즐겁게 팀에서 뛰고 싶다고, 30분씩 안 뛰어도 되고 10분에서 20분만 뛸 수 있어도 좋다고 말씀드렸다” 전태풍의 말이다.

결국 SK와 기적적으로 마음이 맞았다. “화요일 12시가 지나도 연락이 안 왔다. 많은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12시 반에 감독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계약할 수 있다고 하셨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최근 보낸 2~3주가 정말 영화 같았다”

전태풍과 SK의 연결고리가 된 선수는 김민수였다. KCC와 협상이 결렬된 후 김민수는 전태풍에게 연락해 “KCC에 남지 못할 거면 형은 SK로 꼭 와야 한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그때 전태풍이 김민수에게 문경은 감독의 연락처를 받았고, 이 일이 SK 이적의 끈이 됐다.

전태풍은 “SK와 잘 되고 나서 김민수에게는 연락을 했다”며 “고맙다고 말했고 같은 다문화 선수로 잘해보자고 함께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밖에서 전태풍이 바라봤던 SK는 ‘멋쟁이 구단’이었다. 전태풍은 “SK 선수들을 보며 ‘프리티 보이(pretty boy)’라는 느낌을 받았다. 유니폼도 깔끔하게 입고 머리스타일도 멋있고 SK 체육관에 가면 오히려 다른 경기장보다 NBA 분위기가 난다는 생각도 했었다. 무엇보다 최부경과 같이 뛰는 게 이제는 정말 좋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래 부경이를 무척 싫어했었다. 경기하면 몸싸움을 너무 거칠게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같은 팀이 되니 너무 좋다. 이제는 부경이가 상대를 거칠게 안 괴롭히면 더 때리라고 부추길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SK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묻자 전태풍은 “이제 노장이다. (김)선형이, (최)준용이처럼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응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경기에 나설 때는 좋은 개인 기술을 보여줘야 한다. 득점, 어시스트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그냥 잘 뛰고 싶다. 개인 성적에 대해 스스로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SK라는 팀만큼은 잘 돼야 한다. 좋은 기억이 남도록 하고 싶다”며 다짐을 드러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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