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부산, 박상혁 기자] "저도, 선수들도 새로운 출발선상에 선 셈이에요. 차근차근 잘 만들어가야죠."

2015년 KDB생명 코치직에서 물러난 이후 약 4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유영주 부산 BNK 감독은 지난 13일 부산 금정체육관 내 보조체육관에서 훈련을 끝낸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각오를 밝혔다. 

오는 6월 창단식을 앞둔 BNK의 사령탑에 선임된 유영주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통산 두 번째 여성 감독이다. 이옥자 감독이 BNK의 전신인 KDB생명에서 2012년부터 약 1년간 지휘봉을 잡았고 그다음이 올해 BNK의 유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대행까지 포함하면 그가 여자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여자 사령탑이다. 유영주 감독은 2001년 은퇴 후 그해 10월 KB국민은행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2002년 7월 당시 박광호 감독의 사퇴로 감독대행을 맡았다. 

지난 4월 29일부터 첫 훈련을 시작했다는 그는 "신생팀이다보니 훈련 외에 신경쓸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젊은 선수들과 알아나가는 것도 내가 해야할 숙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노현지와 김소담, 이소희, 진안, 안혜지, 구슬 등이 주축인 BNK는 다른 나머지 5개 구단과 비교해서도 유독 젊은 축에 속하는 팀이다. 물론 농구라는 공통 분모가 있지만 세대 차이에 따른 다름은 아직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두 달의 휴가 기간에서 마지막 2주 동안 훈련을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오라고 했는데 생각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거기에 따른 실망감도 들면서 초반에 강하게 훈련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유 감독의 말이다. 

그는 원활한 팀 훈련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소통'을 해결책으로 꺼내 들었다. 얼마 전 전문 심리상담사를 통해 선수들의 성향도 파악하면서 여러 차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방침을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또 선수들이 자신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감독의 이야기에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생각을 조금씩 밝히면서 마음의 문을 열었다.  

유 감독은 "초반에 훈련이 힘들다는 의견이 있어서 선수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훈련 계획을 조금 수정하기도 했다. 또 훈련을 하나 하더라도 왜 이걸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면서 하고 있다. 예전과는 다른 환경과 상황인데 나 역시 예전 감독대행과 코치 시절에는 아무 것도 모른채 열정만 갖고 했다면 지금은 방법론적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선수들에게 다가서려고 한다"라고 했다. 

단 그는 선수들의 이야기는 듣되 무조건적으로 선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감독으로서 팀 운영에 있어 나만의 주관과 원칙이 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해달라는 것을 들었을 때 내 원칙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다면 해주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많다면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통은 하되 무조건 선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이미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한 부분이다." 

코치진 구성에서도 가드 출신의 최윤아와 센터 출신의 양지희를 코치로 영입해 포지션별 균형도 맞췄다. 여기에 코치들에게도 벌써부터 많은 숙제를 주고 있다. 얼마 전까지 신한은행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최윤아 코치에게는 가드 선수들의 개인 훈련 지도는 물론이고 지난 시즌 팀 성적 분석 및 차기 시즌 목표에 대한 자료 작성 등을 지시했다.

미국 유학 중에 지도자로 오게 된 양지희 코치는 외국인선수 물색 및 자료 정리, 그리고 미국 출장 일정 조율의 역할을 맡겼다. 양지희 코치는 "오전, 오후 훈련에 새벽에는 출장 준비까지 하면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르다"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유영주 감독은 이렇듯 팀 운영에 있어서는 확고한 원칙과 소신을 갖고 진행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여러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며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한다. 진안과의 팔씨름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뒤 "가을까지 나를 못 이기면 네 연봉 반 이상 깎는다"라고 장난 섞인 으름장을 놓기도 했고 선수단의 단체 커피숍 미팅을 위해서 흔쾌히 자신의 법인카드를 쾌척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단 전체적으로는 최고참인 정선화가 리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 선화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에 많이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시즌을 앞두고 부지런히 훈련 중이다. 최근에 식단 조절에도 들어가는 등 복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코트 위에서는 구슬이 리더 겸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지금 재활중이긴 하지만 조급하지 않고 차분하게 준비시켜 복귀시킬 생각이다"라고 했다. 

사진 =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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