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①편에 이어...

2018-19시즌 KB의 12월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우리은행을 3라운드에서 잡으며 상승세를 타는가 싶었는데, 이후 오히려 3연패에 빠졌다. 
-뭐가 씌었던 것 같다(웃음). 개인적으로 정신력 싸움에서 졌다는 말을 굉장히 안 좋아하는데, 그 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은행에게 1-2라운드를 모두 졌다. 3차전을 앞두고 코치님들이 “이번 라운드에도 지면 이번 시즌 내내 못 이길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고 1점차로 이겼다. 그렇게 이기고 나니까 안도감에 선수들이 다들 붕 떴던 것 같다. 이기고 나서 바로 하나은행과 경기를 했는데, 사실 그 때도 훈련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다. '괜찮겠지'하고 넘어갔는데 진짜로 졌다. 그렇게 3연패를 당했다. 

3연패를 하고 나니 작년 생각이 났다. ‘또 이러다가 2위해서, 플레이오프 3차전 가고, 지겠구나’ 싶었다. 인천에서 경기를 마치고 선수단끼리 미팅을 했다. 언니들이 ‘안 될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가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다음 경기 집중하자’고 얘기했다. 그렇게 미팅을 하면서 선수들도 안일하게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그날부터 운동 분위기가 바뀌었다.  

3연패에서 벗어난 KB는 올스타 브레이크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팀이 됐다. 13연승을 질주했다. 이렇게 극적인 반전은 쉽지 않다. 다른팀 지도자들도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의 KB와 이후의 KB는 전혀 다른 팀이라고 평가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 모르겠다. 어떻게 그렇게 바뀐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그런데 그런 생각은 있다. 내가 신인 때도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팀이) 좋아졌고, 두 번째 시즌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특별히 뭘 준비한 것은 아니다. 정말 똑같이 연습하는데, 뭔가 올스타 브레이크만 되면 달라진다. 우리팀이 뒷심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몸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임 체력’이라고 하지 않나. 게임 체력이라는 것이 어쨌든 게임을 뛰어야 유지되고 올라오는 것인데, 게임을 조금씩 뛰다 보니 체력이 올라온 것 같다.

앞서 언급했던 염윤아와 호흡이 올라온 시기도 이쯤이었던 것 같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나는 박지수가 아직 마음에 안 든다’며 뼈있는 농담을 건네던 염윤아가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이제는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맞다. 윤아 언니가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지만,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내 동기가 (이)소정인데, 시즌 초반 한창 힘들 때 소정이 방에 찾아가 “난 윤아 언니랑 안 맞는 것 같아”라며 하소연하곤 했다(웃음). 

사실 시즌 초반 원래 룸메이트는 (김)민정 언니였다. 신인 때부터 민정 언니와 방을 썼다. 그런데 내가 감기에 걸리면서 방이 바뀌고 바뀌다가 어떻게 윤아 언니와 같이 방을 쓰게 됐다. 방을 함께 쓰면서 서로 말을 많이 했다. 나도 언니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언니도 나한테 필요한 말을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잘 맞게 됐다.

사실 그 동안 내 주위 사람들은 나를 보고 항상 ‘잘하고 있다’고만 얘기했다. 잘했다고 하니 뭘 잘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잘하고 있나 보다’하고 했는데, 윤아 언니는 내가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바로 지적을 해준다. 그런 걸 기분 나쁘게 들은 적이 정말 단 한 번도 없다.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안 보이지만, (언니는) 할 말을 다하는 캐릭터다(웃음). 주위에 그런 사람들을 보면 기분 나쁠 때도 있지 않나? 그런데 신기하게 윤아 언니의 말은 기분이 안 나쁘다.  

나중에 소정이가 그러더라. “맨날 안 맞는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는 그렇게 언니가 좋다고 웃고 다니기 있냐!”

그렇게 화려한 정규리그를 보낸 KB는 챔프전도 3전 전승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지수가 있었다. 3경기 평균 25.0점 12.0리바운드 1.7블록슛. 일각에서는 박지수가 정규리그부터 이렇게 했으면 전승 우승을 했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내년에는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까?
-딱 세 번만 할 수 있는 것 같다(웃음). 사실 5차전까지 갔으면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 게, 3차전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3차전 용인에서 훈련을 할 때도 언니들이랑 ‘내일 만약 지면, 우리는 4차전도 질 것 같다. 제발 오늘 끝내자’고 했다. 챔프전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딱 세 경기만 뛸 거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맞춰 준비를 했고... 홈에서 우승을 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5차전까지 가는 건 정말 아니지 않나?

챔프전에서 임팩트도 어마어마했지만, 시즌 초반에는 두 차례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내기도 했다. 본인은 15점-10리바운드-10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과 25점-10리바운드의 더블더블 중 어떤 기록지를 더 선호하나?
-솔직히 중고등학교 때 이 질문을 받았다면 트리플더블을 뽑았을 것이다. 센터로 뛰면서 어시스트상을 받았을 정도로 패스를 재밌어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25점 10리바운드가 더 좋다. 학교 다닐 때부터 상이란 상은 다 받아 봤는데, 딱 한 가지 ‘득점상’은 못 받아봤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에 다녀오면서 공격 욕심이 생긴 것도 있다.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와 아쉬운 경기를 꼽는다면?
- 우리은행과의 6라운드 경기가 가장 기억 남는다. 이유는 다들 너무 잘 아실 거 같다.(이날 KB는 카일라 쏜튼이 퇴장 당한 가운데 10점차 이상으로 끌려가다가 박지수의 역전 득점과 위닝 블록슛으로 승리했다) 가장 아쉬운 경기는 13연승이 끊어졌던 삼성생명 전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 경기가 끝나고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았고, 그냥 많이 분했다.

프로 3년 차에 신인왕을 비롯해 통합 우승과 통합 MVP를 모두 이뤘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올 시즌 유독 많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처럼 선배님들의 기록을 하나하나 깨 나가고 싶다. 평범하지 않은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다가오는 시즌 목표는 첫 번째로 V2, 두 번째로 부상 안 당하기, 마지막으로 방탄소년단 콘서트 또 보러 가기다.

얼마 쉬지 못하고 바로 미국으로 간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휴가가 짧다. 아쉽지 않나?
-아니다. 많이 놀았다. 오히려 너무 많이 놀아서 걱정이다. 운동을 틈틈이 해야 했는데, 후회하고 있다. 볼을 좀 만지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스킬트레이닝도 시작했는데, 스케줄이 생각보다 많다보니 그렇게 많이 하지는 못했다. 내가 볼을 끌어당기는 힘이 부족해서 이런 부분이랑 볼핸들링을 연습하고 있다. 이렇게 쉬고 나서 운동을 시작할 때가 제일 힘들다. 러닝머신을 10분만 뛰어도 앞이 안 보인다. 

우승 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기록한 통합 6연패를 넘고 싶다'고 했다. 다음 시즌은 이번 시즌보다 더 자신있게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나?
- 그래도 우승을 했으니 조금 더 자신감 있고 설레는 상태에서 시즌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벌써부터 부담이 많이 된다.

최근 태국에서 BTS 콘서트를 보고 왔다. 
-최고의 힐링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콘서트가 또 열리는 것이 아니라면, 방콕은 다시 가고 싶지 않다. 교통체증이 심하고, 너무 덥다. (다음에 또 콘서트가 열린다면?) 음… 당일치기로 다녀오겠다. 공연은 정말 꿈같았다. 보면서도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너무 꿈같아서 앞으로 콘서트를 더 많이 다니려고 한다.

키가 워낙 커서 뒷줄에 앉은 팬들이 고생했을 것 같다. 
-아니다!(웃음) 사실 다 같이 일어나라고 할 때 살짝 눈치를 좀 봤다. 물론 나중에는 결국 일어나서 미친 듯이 흔들었지만…(안 보인다고 뭐라고 한 사람들은 없었나?) 없었다. 우리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는 다 착하다. 나를 알아보는 분들도 계셨다. 찾아오셔서 사인을 부탁하는 분도 계셨고, 우승과 MVP를 축하해주는 팬들도 많았다. 역시 우리 팬들은 다 착하시다. 정말 감사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이러다가 BTS 미국 공연도 가는 것 아닌가?
-티켓팅 시도도 안했다. 시도해도 안 될 것 같고, 일정도 안 맞을 것 같다. 작년에도 BTS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했는데도 시즌 일정이 안 맞아서 못 보지 않았나? 미국에서는 그냥 농구만 해야할 것 같다. 아! 지난번 인터뷰때 내가 태국 콘서트 티케팅에 성공해도 일정 때문에 못 갈 것 같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솔직히 그때, 정말 미웠다.(웃음)

5월 1일 ‘2019 빌보드 뮤직어워드’가 열린다. BTS가 상을 받을 수 있을까?
-후보에 올라 있는 탑 소셜 아티스트 상이랑 그룹상 두 개 다 받아야 한다. 지금도 열심히 투표 중이다. 

지난 번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멤버 두 명(지민, 정국)을 놓고 결정 장애를 보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점점 지민을 언급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 사진을 무의식적으로 저장하는 편인데, 핸드폰을 보니 '지민님 사진'이 더 많더라. '최애는 지민, 차애는 정국'인 것으로 하자. 정국님도 절대 잃을 수 없다.

KB에서는 팀내에 BTS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다녔다. WNBA에서도 그럴 예정인가?
- 진짜 거기까진 생각을 안 해봤다.(웃음) 다만 라스베이거스 SNS관리자는 내가 BTS 광팬인 걸 알고 있다.

앞으로 일정은?
-5월 1일 출국한다. 가면 바로 캠프 시작이다. 한 번 경험해 봤으니 이번에는 더 잘하고 싶다. 지난 시즌 못 가본 플레이오프도 한번 가보고 싶다. 지난 시즌 도전하면서 느낀 것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떤 곳에서 뛰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하겠다.

사진 = 본인 제공,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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