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선수 정미란이 아닌 코치 정미란이다.

청주 KB스타즈가 24일 2019-20시즌 코치진 구성 소식을 알렸다. KB는 “지난 시즌, 첫 통합우승을 기록하며 성공스토리를 쓴 안덕수 감독 및 진경석 수석코치, 이영현 코치와 재계약에 합의했으며, 14일 은퇴를 발표한 정미란이 신임 코치로 합류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 나이 35세의 베테랑 정미란은 지난 2004년 구리 금호생명 레드윙스에 혜성같이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15년간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2년 전, 암 투병으로 코트를 떠났던 그는 지난 시즌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청주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출전 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코트가 아닌 벤치와 라커룸에서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안덕수 감독은 지난 시즌 삼성생명과 챔피언 결정전 3차전 4쿼터 종료 53초를 남겨 두고 팀의 기둥인 박지수를 빼고 정미란을 투입했다. 우승 순간을 코트에서 만끽하라는 배려였다. 박지수 역시 마지막 순간 누구를 빼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안 감독에게 다가가 ‘제가 먼저 나가겠습니다’라고 흔쾌히 말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후 정미란은 지난 14일 청주체육관에서 개최된 우승 축하 행사 '농구歌舞(가무) 시즌2 우승 잔치'에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구단과 이미 코치진 합류가 이야기된 상황이었지만, 선수 ‘정미란’으로서 팬들과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15년 차 베테랑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열흘 뒤. 이제는 ‘코치’ 정미란으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 그는 “아직 너무 어색하다”면서도 “성실한 코치, 희생하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다음은 정미란과 일문일답

 

정미란 ‘코치’다. 축하한다. 기분은 어떤가?
-하하하, 아직 너무 어색하다(웃음). 기분은 설렘 반, 걱정 반인데 걱정이 좀 더 앞선다. 선수로 몇 년을 뛰었든, 코치로서는 완전 초보다. 그래도 주위에서 ‘잘 할 수 있을거야’라며 용기를 주셔서 힘이 되고 있다.

코치 제의는 어떻게 이뤄졌나?
-(안덕수) 감독님께서 믿어 주셨다. 시즌 중반부터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지나가는 말로 말씀을 하셔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감독 안덕수, 코치 진경석, 코치 이영현. 세 명의 코치진 모두 훌륭하지만, 여자 코치 그리고 KB 출신 코치는 처음이다. ‘선수’ 정미란이 바라본 이들 세 명 코치진의 장점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팀만의 장점이 있었다. 감독님이 정말로 선수들 말에 귀를 잘 기울여 주신다. 당연히 코치님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코치님들께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고, 코치님들 또한 감독님께 선수들이 원하는 부분을 서슴없이 보고한다. 우리는 ‘대화’가 되는 팀이다. 운동할 때도 코치진이 선수단에 무언가를 지시하면, 선수단이 맞춰갈 때 서로 대화하면서 완벽히 맞출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신다. 이 부분은 정말 우리가 최고다. 사소해 보이지만, 선수가 코치진에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큰 장점이다.

그렇다면 ‘코치’ 정미란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선수 시절, 뛰어나진 않았지만 성실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2년 전 아프기 전에는 정말 많이 성실했다(웃음). 그 성실함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감독님 또한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코치가 되어서도 성실한 코치, 희생하는 코치가 되고 싶다. 유일한 여자 코치로서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

선수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청주 팬들은 정말 특별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청주 팬들에게 한 마디한다면?
-지난 14일, 팬분들께 가장 먼저 은퇴 소식을 알렸다. 그때도 SNS를 통해서 ‘1년만 더 하시지’나 ‘아쉬워요’ 같은 응원의 메시지가 많이 왔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정말 특별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선수 정미란이 아닌 코치 정미란은 앞으로 팬분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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