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상대 팀 벤치에서 버리라는 말이 들리더라고요”

현대모비스 배수용은 미완의 대기다.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은 성장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은 선수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물론이고 배수용 본인도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첫 2경기에서 배수용은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1차전은 2분 24초, 2차전은 5분 28초 출전에 그쳤다. 대선배 오용준, 문태종이 좋은 활약을 펼쳤고 결국 배수용은 코트를 잠깐 밟는 데 그쳤다.

하지만 3차전에서 배수용은 앞선 경기들보다 훨씬 많은 13분 30초 동안 경기에 나섰다. 그의 역할은 분명했다. 전자랜드의 장신 국내 포워드들을 괴롭히고 포워드진 전체에 에너지를 더해주는 것이었다.

성공적이었다. 3차전에서 배수용은 6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6점은 모두 3점슛으로 만들어졌다. 3개를 던져 2개 적중. 이만하면 제몫을 다한 셈이었다.

배수용 본인은 자신의 3차전 활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경기 후 만난 배수용은 “특별히 다른 역할을 생각하지 않았다. 코트에 있을 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수비다. 그걸 했을 뿐”이라고 했다.

상대 팀의 멘트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 이는 3차전 활약의 원동력이 됐다. 배수용은 “지난 경기 때 상대 벤치 앞에서 내가 볼을 잡았다. 그때 그쪽에서 ‘버려’라는 말이 들리더라. 선수나 코치님은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이)대성이 형, (양)동근이 형이 기회가 나면 과감하게 슛을 던지라고 한다. 오늘은 그런 조언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배수용은 현대모비스의 히든 카드로 역할할 전망이다. 전자랜드의 장신 국내선수들이 워낙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챔프전에서 정효근, 강상재, 이대헌, 김상규 중 3명을 코트에 동시에 세워 현대모비스 포워드진의 낮은 높이를 공략하는 전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전자랜드의 방식에 오용준, 문태종은 공략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배수용은 현대모비스 포워드 중 사이즈와 에너지 레벨이 가장 뛰어난 선수다.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수 있었던 3차전에서 그가 평소보다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배수용은 “감독님이 따로 제게 불러서 주문하신 것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수비다. 부딪혀 보니 전자랜드 장신 선수들은 충분히 막을 만한 것 같다. 공격을 할 때는 라건아에게 수비가 많이 몰린다. 그래서 기회가 나면 적극적으로 계속 슛을 던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3차전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경기의 X-팩터가 된 배수용. 과연 4차전에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질 수 있을까?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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