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시즌 중에 여러 곳에서 좋은 오퍼가 왔었습니다. 그런데도 안 가고 저희 팀에 남더라고요”

LG의 시즌이 마무리됐다. 창원 LG 세이커스는 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86-88로 패했다. 앞선 1, 2차전을 모두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LG는 이날 패배로 결국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됐다.

다사다난한 시즌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외국 선수와 국내 선수의 조화 문제가 이슈가 됐고, 시즌 중반까지 이 고민이 해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제임스 메이스, 조쉬 그레이가 국내 선수들과 손발이 맞기 시작하면서 팀이 달라졌다. 잠시 6강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던 LG는 결국 30승 24패 리그 3위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4년 만에 나선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창원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고 4강 무대를 밟았다. 분명히 성과가 있었던 시즌이었다.

전자랜드와의 3차전이 끝난 후 한 LG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재밌는 비화를 하나 들려줬다. 바로 단신 외국 선수 조쉬 그레이와 관련한 이야기였다. 

시즌 초중반까지만 해도 LG 구단은 기대에 못 미쳤던 그레이의 경기력에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한다. 완벽하게 수비수를 제쳐놓고도 손쉬운 레이업슛을 실패하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걱정이 커졌었다고. 그렇게 그레이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던 시기에 LG 구단을 놀라게 한 일이 벌어졌다. 그레이가 해외 팀들의 좋은 오퍼를 모두 거절하고 팀에 남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시즌 중에 그레이에게 3개 정도의 해외 팀이 오퍼를 넣었었습니다. 모두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유명한 팀들이었어요.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해줄 테니 건너오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레이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민이 될 만한 오퍼였죠”

“그런데 그레이는 그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우리 팀에 남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자신은 한국이 좋다면서요. 솔직히 많이 감동받았습니다. 그 뒤에 그레이도 잘하고 팀 성적도 반등하고 다행히 일이 잘 풀렸습니다” LG 관계자의 말이다.

LG는 올 시즌에 외국 선수를 단 한 명도 교체하지 않았다. 10개 구단 중 LG가 유일했다. LG 관계자는 이 부분도 그레이의 공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그레이가 정말 착해요. 이렇게 착한 외국 선수는 보기 힘들어요. 고비가 많았지만 우리 팀이 2명의 외국 선수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레이의 인성이 정말 좋았던 덕분입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레이와 LG의 동행은 결국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그레이는 향후 거취에 대해 아직 특별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 선수 신장 제한이 모두 풀리는 다음 시즌에는 그레이의 모습을 한국에서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2018-2019시즌은 LG와 그레이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 분명하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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