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용인, 최기창 기자] 이제 한국 농구는 명실상부 ‘박지수 시대’다.
청주 KB스타즈 박지수는 2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경기에서 26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날 박지수의 활약 속에 삼성생명을 73-64로 꺾은 KB스타즈는 시리즈 전적 3승으로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던 박지수는 챔피언 결정전 MVP까지 거머쥐며 올 시즌 WKBL 최고 선수로 인정받았다.
분당경영고 출신인 박지수는 지난 2016-2017 WKBL 신입선수 선발회를 통해 KB스타즈 유니폼을 입었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센터가 될 자원이라는 평가와 함께 고교 시절 각종 대회와 상을 휩쓸었던 그는 일찌감치 태극마크를 달고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연히 전체 1순위였다. 입단과 동시에 프로 무대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프로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입단 직후 청소년 대표팀에 소집됐고, 대회를 치르던 도중 부상을 당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꾸준한 재활을 거친 뒤에야 데뷔전을 소화할 수 있었다. 데뷔 상대는 당시 존쿠엘 존스를 앞세워 리그를 맹폭하던 우리은행. 2016년 12월 17일 박지수는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마침내 그토록 기대하던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데뷔전에서 4점 10리바운드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다. 양지희(은퇴)와 존스에게 밀려다니며 자신의 플레이를 선보이지 못했다. 프로의 벽을 실감한 셈이다. 이후 꾸준하게 경기에 나서며 데뷔 시즌에 평균 10.4점 10.3리바운드를 기록해 신인선수상의 주인공이 됐지만, 파워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드러났다. 팀도 챔피언 결정전에 나서지 못했다.
박지수는 절치부심했다. 비시즌 동안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자신을 단련했다. 결국 2017-2018시즌 그는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미리스 단타스(OK저축은행)와 함께 트윈타워를 이루며 페인트 존을 장악했다.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KB스타즈는 삼성생명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에 발목을 잡히며 2위로 떨어졌다. 결국 우리은행과의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도 앞서고도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하지 못했다.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과의 혈투 끝에 챔프전에 올랐지만, 맥 빠진 모습을 보이며 우리은행의 통합 우승 달성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미 국내 정상급 기량을 갖춘 박지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도전을 선택했다. 고교 시절부터 그토록 바래왔던 WNBA 무대를 밟게 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한 그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종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시즌 초반에는 베테랑 캐롤린 스워즈 대신 꾸준하게 주전으로 출전했다. 롤모델이었던 캔디스 파커(LA)와도 맞대결을 펼쳤고, 호주 출신 세계 정상급 센터 리즈 캠베이지(댈러스)와도 경기를 치렀다. 시즌을 치르면서 부족함을 실감했지만, 그에게는 큰 자극이었다.
박지수의 비시즌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WNBA 시즌 종료와 동시에 남북단일팀 멤버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이후 국가대표로 FIBA 여자농구월드컵에도 출전했다.
무리한 국가대표 출전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 초반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시즌을 맞이했다. 페인트 존보다는 미드레인지에서 활동하며 우려를 샀다. 한때 어시스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박지수는경기를 치르며 자신의 기량을 금세 되찾았다. 특히 후반기 들어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팀 창단 최다인 13연승 달성에도 공헌했다. 지난 2월 15일에는 개인 통산 100스틸과 1000리바운드도 작성했다. 두 기록 모두 WKBL 최연소 기록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 3일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16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결국 박지수는 지난 11일 열린 WKBL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커리어 통산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역시 역대 최연소 MVP였다. 또한 기자단 투표 101표를 모두 받아 만장일치로 MVP에 올랐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26점 13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삼성생명을 맹폭한 박지수는 2차전에서도 23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3차전에서도 그의 활약이 이어졌고, 결국 박지수는 공헌을 인정받아 챔피언 결정전 MVP까지 차지했다.
정규리그 MVP가 챔피언 결정전 MVP를 받은 경우는 박지수를 포함해 김영옥(2005여름, 당시 우리은행)과 타미카 캐칭(2006겨울, 당시 우리은행), 정선민(2007-2008, 당시 신한은행), 임영희(2012-2013, 우리은행), 박혜진(2014-2015, 2016-2017, 우리은행) 등 6명(7회)이다. 박지수는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번 시즌 WKBL의 새 역사를 썼다. 명실상부 ‘박지수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박지수는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 그는 한국 여자농구의 세대교체를 이끌 중심이다. 박지수는 한국 농구를 넘어 세계 농구의 중심에 서야 한다.
당장 가장 큰 목표는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여자농구는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본선 무대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점점 진화하는 박지수에게도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또한 박지수는 올 시즌 중반 WNBA에 재도전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WNBA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만큼 루키 시즌과는 달리 철저한 준비로 WNBA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도전들은 분명 그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새 시대를 연 박지수가 한국 여자농구를 세계로 이끌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