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용인, 박진호 기자] 이날을 위해 25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렸다. 마침내 KB가 정상에 섰다. 

청주 KB스타즈가 2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제패에 이은 통합 우승이다.

지난 1963년 창단하며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구단 중 하나로 명맥을 이어 온 KB는 그러나 WKBL 출범 이후로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팀이었다.

정규리그 우승은 2차례 기록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그랬던 KB가 마침내,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승리하며 꿈에 그리던 우승을 달성했다.

KB가 여자농구 정상에 마지막으로 올랐던 것은 농구대잔치 시절이던 1994년이다. 

KB는 1994년 2월 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1993-94 농구대잔치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은순, 왕수진, 오미숙, 한현선 등이 활약한 삼성생명을 55-50으로 꺾었다. 이강희, 김윤희, 박현숙, 안선미, 한현 등의 활약 속에 3승 1패로 삼성생명을 제압한 KB는 이후, 리그 마지막 날 단 한 번도 웃지 못했다.

김영옥, 정선민, 변연하 등 한국 여자농구를 빛낸 전설들과 타미 셔튼 브라운, 샤미크 홀즈클로, 티나 탐슨, 마리아 스테파노바 등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우승까지는 늘 한 걸음이 모자랐다. 

그러나 25년의 기다림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한국 여자농구의 희망’ 박지수가 굳건하게 중심을 잡았고, FA시장에서 영입한 염윤아의 성공적인 합류가 팀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은 ‘KB 맞춤형 선수’로 거듭났고, 김민정의 성장도 힘을 보탰다. 기존의 강아정과 심성영이 외곽에서 지원에 나서며 KB는 통합 6연패를 달성했던 우리은행의 시대를 끝내 넘어섰다. 

2014년 2월 6일의 기쁨이 9179일의 시간을 건너 2019년 3월 25일, 용인에서 감격으로 다시 살아났다. ‘기필코 우승’이라는 문구를 가슴에 새기고 결연히 맞이한 시즌에 그토록 기다렸던 V1을 달성했다.

WKBL은 1997겨울리그 이후 왕조의 시대를 거듭해왔다. 신한은행이 통합 6연패를 구축하며 ‘레알 신한은행’의 역사를 만들었고, 이후 우리은행 왕조가 6년을 지배했다. 그리고 이제 KB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왕좌에 올랐다.

‘프로 출범 후 첫 우승’이라는 묵은 한을 풀어낸 KB는 이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이은 새로운 왕조를 바라보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KB는 이미 지난 시즌부터 전력 면에서 리그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상대팀 지도자들 또한 “우승 경험이 없는 KB가 만약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더욱 막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경계를 나타낸 바 있다. 저주와도 같았던 우승의 한을 풀어낸 KB가 새로운 왕조를 개척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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