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청주, 원석연 기자] 1분 14초. 정미란이 모처럼 챔프전에 나섰다.

청주 KB스타즈는 23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73-51로 이겼다.

경기 종료를 2분여 앞둔 상황, 벤치에 앉아 있던 정미란이 교체 대기석으로 향했다. 올 시즌 정미란의 정규리그 출전은 15경기 도합 94분 6초. 경기당 출전 시간은 6분 16초에 불과했다. 정미란은 이날 경기 1분 14초 동안 슛 하나를 던져 실패했다. 

한국 나이 35세의 베테랑 정미란은 지난 2004년 구리 금호생명 레드윙스에 입단, 지금까지 경력을 이어왔다. 2년 전, 암 투병으로 잠시 코트를 떠났던 그는 지난 시즌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청주체육관으로 돌아왔다. 

“다음 시즌 계획은 아직 미정”이라는 정미란이 모처럼 챔프전에서 뛴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정미란과 일문일답.

오랜만에 경기에 나섰다. 뛴 소감은?
-주전으로 나선 선수들이 경기 초반, 호흡이 잘 안 맞았다. 하프 타임 때 잘 정비한 것이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때도 교체를 위해 대기석으로 갔으나, 경기가 멈추지 않아 불발됐다. 아쉽지는 않았나?
-챔프전이 있기 때문에 괜찮았다(웃음). 그 땐 감독님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오늘은 꼭 나가고 싶어서 2분을 남기고 감독님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막에 들어가서 슛을 올렸지만 실패했다. 득점을 노렸나?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나 넣고 싶었는데, 안 들어가더라. 그래도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는 것에 만족한다. 전반전만해도 팽팽해서 ‘오늘 못 들어가는 것 아닌가’ 싶었다.

통산 네 번째 챔프전이다. 어떤 느낌인가?
-주전이었던 때도 있었고, 벤치였던 때도 있었고, 이번처럼 거의 못 뛰는 챔프전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챔프전이 가장 의미가 남다르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경기에 들어가서 청주 팬들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정미란에게 청주 팬들이란?
-가족이다. 워낙 열정적이시기도 하고, 이제는 오래 뛴 만큼 오래 보기도 했다. 교체 대기석에 앉아서 관중석을 바라보는데, 정말 장관이더라. 

청주 팬들과 함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지난 번에 수술하고 돌아왔을 때였다. 아마 신한은행과 경기였다. 교체로 들어가서 팬 분들의 함성 소리를 듣는데 정말 특별했다. 장내 아나운서 분도 특별히 멘트를 해주시고 (강)아정이랑 애들이 안에서 반겨주는데 정말 울컥했다. 오늘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시즌에 또 들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다음 시즌 계획이 있나?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 다만 (임)영희 언니 마지막 경기나 오늘 끝나고 울고 있는 (김)보미를 보니 이상한 마음이 들긴 하더라. 데뷔 때 우승을 했다. 만약 올 시즌 팀이 우승하고, 내가 은퇴를 한다면 시작과 끝을 우승으로 장식하는 선수가 된다. 최초 아닌가?

우승까지 1승 남았다. 
-1승 했을 땐 몰랐는데, 2승 하고 나니까 좀 보이는 것 같다. 남은 경기도 동생들과 잘 준비해서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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