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아산, 박진호 기자] 삼성생명이 이겼다. 6년 전 ‘레알 신한은행’의 챔피언 결정전 7연패를 좌절시키며 한 시대의 왕조에 마침표를 찍었던 삼성생명이 이번에는 우리은행 왕조가 바라보던 챔피언 결정전 7연패를 막아섰다.

6년 전 삼성생명은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다. 당시 플레이오프는 4위 팀까지 오를 수 있었다. 4위 KB스타즈와의 두 경기를 모두 이긴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7연패에 실패하고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역사를 이어가려던 신한은행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전체적인 전력에서는 신한은행의 우세.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도 삼성생명은 신한은행에 3승 4패로 열세를 보였다. 이전까지 6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까지 경기를 치르며 정상을 지켜왔던 신한은행을 상대로 삼성생명이 승리를 거두는 것은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신한은행을 꺾었다.

신한은행의 ‘끝판왕’ 하은주가 부상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가운데, 삼성생명은 1차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65-66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엠버 해리스가 시도한 마지막 공격이 불발되자 이미선이 달려들며 풋백득점을 성공했고 경기는 67-66, 삼성생명의 승리로 정리됐다.

2차전은 47-62로 완패를 당했다. 한때 20점차까지 끌려간 삼성생명은 사실상 와이어 투 와이어 패배를 당했다. 일방적인 패배였다. 시리즈 분위기는 신한은행으로 넘어간 듯 보였다.

그러나 3차전에서 변수가 생겼다. 부상으로 정규리그를 3경기 밖에 뛰지 못했던 김한별이 깜짝 복귀했다. 긴 시간을 소화하지는 않았지만 김한별은 20분 40초를 뛰며 14점을 득점하며 신한은행의 경기 흐름을 무너뜨렸다.

앰버 해리스가 외국인 선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삼성생명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레알 신한은행의 연속 우승에 종지부를 찍었다. 2013년 3월 11일이었다.

6년의 시간이 흐른 2019년. 삼성생명은 간발의 차로 정규리그 우승을 놓친 디팬딩 챔피언 우리은행을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우리은행은 6년 전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통합 6연패를 달성하고, 챔프전 7연패를 노리는 상황이었다. 6년 전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분위기와 전력 면에서 삼성생명이 다소 열세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6년 전처럼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김한별이었다. 김한별은 플레이오프 3경기를 모두 20점 이상 득점하며 삼성생명을 이끌었다. 

서로 1승만을 남겨뒀던 3차전. 양 팀 모두 체력이 바닥으로 향했던 종료 25초전. 70-68로 앞서던 삼성생명은 공격 제한 시간에 쫓겼고, 샷 클락 버저와 거의 동시에 던진 김한별의 3점슛이 림을 갈랐다. 사실상 플레이오프의 승부를 결정지은 한 방이었다.

그리고 끝날 것 같지 않던 우리은행의 연속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신한 왕조를 끝낸 삼성생명이 이번에는 우리 왕조의 시대를 종식시켰다.

6년 전 신한 왕조를 끝냈던 삼성생명은 그러나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우리은행 왕조의 시작을 알리는 ‘킹 메이커’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생명은 21일부터 KB스타즈와 챔피언 결정전을 치른다.

‘왕조 종결자’ 삼성생명이 이번에는 ‘킹 메이커’를 넘어, 새로운 왕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