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승기 기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로스터에는 한국 농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있다. 바로 디온테 버튼이다. 맞다. 2017-18시즌 KBL 원주 DB에서 활약하며 리그를 초토화시켰던 바로 그 외국인선수다. 그는 시즌 종료 후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꿈’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디온테 버튼은 과연 NBA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본 기사는 루키더바스켓 3월호에 실린 기사를 부분 보완한 것입니다. 디온테 버튼이 버튼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정식 NBA 계약을 맺기 전인 지난 2월 22일에 작성됐습니다.

 

KBL을 정복한 사나이

잠시 시계를 2017년 여름으로 돌려보자. KBL의 원주 DB 프로미가 웬 처음 보는 23살짜리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왔다. 이름은 디온테 버튼(Deonte Burton). 공교롭게도 DB 구단과 이니셜 약자가 똑같았다. 맨발 신장 192.6cm의 단신 외국선수인데, 1번부터 4번까지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했고, 프로 경험은 처음이었다.

당시 원주 DB의 전력은 매우 약했다. 김주성은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윤호영은 전성기가 지났다. 두경민은 미완의 대기에 불과했다. 언론은 DB를 강력한 꼴찌 후보로 꼽았다. 그런데 2017-18시즌 개막과 함께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새로 부임한 이상범 감독의 조련 아래 DB가 개막 5연승을 질주하더니, 그대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디온테 버튼이 있었다. 버튼은 그냥 급이 달랐다. 코트 위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해냈다. 엄청난 운동능력과 개인기를 바탕으로 코트를 지배했다. 버튼이 못하는 것은 없었다. 그는 이상범 감독에게 포인트가드로 뛰게 해달라고 건의했고, 실제로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도맡으며 팀을 먹여 살렸다. 버튼의 2017-18시즌 평균 기록은 31.1분간 23.5점 8.6리바운드 3.6어시스트 1.8스틸 1.1블록이었다.

버튼의 활약은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되었다. 덕분에 DB는 4강전에서 안양 KGC를 3승 0패로 스윕해버리면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상대는 서울 SK 나이츠. DB는 1, 2차전을 모두 잡아내며 그대로 우승하는 듯 보였다. 버튼은 1, 2차전에서 평균 38.5점을 퍼붓는 등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DB는 우승하지 못했다. 3차전부터 거짓말처럼 내리 4경기 연속 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SK에 내주고 말았다.

2017-18시즌 종료 후, 버튼은 본인의 꿈인 NBA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머지않아 버튼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소속으로 2018 NBA 서머리그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 뉴스를 접했을 때, 필자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2018 챔피언결정전 도중 들었던 한 가지 이야기 때문이었다. 당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스카우터가 디온테 버튼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기자 및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였다.

 

꿈에 그리던 NBA 리거가 되다

버튼은 2018 서머리그에서 펄펄 날아다녔다. 압도적인 운동능력, 날카로운 돌파, 간간이 터지는 외곽포, 동료를 살려주는 패스, 활동량 등으로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국 버튼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투-웨이(Two-way)’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투-웨이 계약이란, NBA의 각 구단이 15인 로스터 이외에 최대 2명과 더 계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이 계약을 맺은 선수는 NBA와 G리그를 오가며 뛸 수 있다. NBA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최대 45일. 나머지는 G리그에서 보낸다.

투-웨이 계약을 맺은 버튼은 이에 고무되었는지, 더 대단한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7월 중순 올랜도 매직과의 서머리그 경기에서 26분 동안 17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도 모자라 위닝샷까지 작렬시켰다. 엄청난 윈드밀 덩크는 보너스.

버튼의 활약은 2018-19시즌 시범경기까지 이어졌다. 버튼은 밀워키와의 시범경기에서 16점 4리바운드 3스틸 3점슛 3개를 기록하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연장전에서만 11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도중에는 원핸드 앨리웁 덩크를 터뜨리며 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버튼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2018-19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꿈에 그리던 NBA 리거가 된 것이었다. (러셀 웨스트브룩의 발목 부상, 안드레 로벌슨의 장기 결장 등으로 인해 가드진에 공석이 생긴 것도 버튼 입장에서는 호재가 됐다.)

 

너무나 높은 NBA의 벽

버튼의 NBA 정규리그 데뷔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였던 LA 클리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딱 1분간 출전해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이틀 뒤 새크라멘토와의 홈경기에서는 8분간 5득점을 올리며 는 등 나쁘지 않았다. 이후 간간히 출전했지만 임팩트를 남기는 데는 실패했다.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뉴욕 닉스와의 경기는 일찌감치 승패가 결정이 나버렸다. 덕분에 버튼은 12분간 코트에 나와 7점 4리바운드 2스틸이라는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경기였던 피닉스전에서는 10분간 무득점, 새크라멘토 원정에서는 7분간 무득점 등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1월 말 버튼에게 또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테렌스 퍼거슨과 하미두 디알로가 동시에 부상으로 이탈한 것. 덕분에(?) 버튼은 21분이나 소화할 수 있었고, 11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올리며 팀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이후 덴버를 상대로 14분간 8점,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16분간 8점을 올렸다. 공수 양쪽에서 효율이 상당히 좋았다. 그러나 애틀랜타전에서 20분 동안 2득점 3실책에 그쳤고, 퍼거슨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버튼의 출전시간이 다시 줄어들게 됐다. 

시간이 흘러 2월이 됐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알렉스 아브리네스를 방출했다. 방출 사유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구단 역시 개인적인 사유라고만 했을 뿐,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어쨌든 덕분에 다시 버튼이 NBA로 콜업되었다.

버튼은 세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휴스턴전에서는 수비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10분 남짓한 플레잉 타임 동안 크리스 폴과 제임스 하든을 번갈아 막았는데, 꽤나 잘 수비해낸 것이었다. 빌리 도노반 감독 역시 버튼의 수비를 칭찬했을 정도였다.

현지시간 2월 11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홈경기. 데니스 슈로더가 아내 출산 문제로 자리를 비웠고, 제레미 그랜트가 부상 때문에 결장하게 되었다. 버튼에게는 엄청난 기회였다. 핵심멤버 2명이 빠졌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활약한다면 분명 정식계약과 가까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버튼은 이날 26분이라는 데뷔 이래 최장시간을 소화했다. 그리고 3점슛 3개 포함, 18득점 3블록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야투 성공률은 77.8%(7/9)에 달했고, 3점슛 성공률 또한 60.0%(3/5)나 됐다. 재미있는 것은 버튼이 성공시킨 7골이 모두 러셀 웨스트브룩과 폴 조지의 어시스트를 받은 것이었다는 점. 수비에서도 높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 경기 후 폴 조지와 웨스트브룩, 빌리 도노반 감독은 버튼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버튼이 NBA에 몸담을 수 있는 45일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터뜨린 기가 막힌 반전이었다. 물론 버튼은 그 다음 경기였던 뉴올리언스전에서는 14분 동안 2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동료들과 코칭 스태프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그의 정식계약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

그렇다면 버튼의 활약은 왜 꾸준하지 못할까. 야투 시도 자체도 들쑥날쑥하고, 경기별 공헌도 또한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역할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원주 DB의 버튼과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버튼은 완전히 다른 선수다.

KBL 시절 버튼은 그냥 코트 위의 ‘왕’이나 다름없었다. 이상범 감독이 그에게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부여했고, 덕분에 버튼은 경기 내내 공을 손에 들고 플레이할 수 있었다. 엄청난 피지컬, 운동능력을 앞세워 다 때려 부수고 다녔다. 일단 돌파하면 득점이 나오는 자판기 수준이었고, 겹수비가 오면 절묘한 킥아웃 패스로 동료들을 살렸다. 2017-18시즌 MVP로 선정된 두경민이 부상을 당하거나 태업 논란을 일으키며 결장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버튼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DB는 그대로 연승행진을 달렸다. 버튼의 영향력이 그 정도로 컸다.

버튼은 중거리에서 현란한 개인기로 상대를 따돌렸다. 포스트업과 페이스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곤 했다. 속공 상황에서는 말도 안 되는 운동능력으로 환상적인 덩크쇼를 펼치기도 했다. 공격이 정체될 때면, 아예 하프라인부터 공간을 넓혀가며 공격을 전개하기도 했다.

버튼은 2018 올스타전 MVP 트로피와 덩크슛 대회 우승 트로피를 동시석권하기도 했다. 시즌 종료 후에는 당연히 외국선수 MVP까지 수상했다. 게다가 인성도 좋았다. 엄청난 실력에 좋은 인성까지 갖춘 버튼에게 한국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처럼 KBL 원주 DB 소속으로 뛰던 디온테 버튼은 팀내 최고의 선수를 넘어 리그의 지배자나 마찬가지였다. 그냥 코트 위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었던 선수라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NBA에서는 아니었다. 세계 최고 리그인 NBA에는 버튼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대학시절 가드와 포워드를 겸해서 뛰었고, KBL에서는 공격시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았지만 NBA에서는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버튼은 그간 해오던 농구 스타일을 바꿔야 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메인 볼핸들러는 러셀 웨스트브룩이다. 폴 조지와 데니스 슈로더 역시 볼핸들러 역할을 맡는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로테이션을 통해 세 선수 중 한 명은 무조건 코트 위에 올라와 있게끔 한다. 게다가 벤치에는 보조 핸들러 레이먼드 펠튼도 있다. 버튼이 이들보다 볼핸들러 역할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는 제한적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롤플레이어가 되었다는 얘기다.

늘 공을 들고 플레이했던 버튼이지만, NBA에서는 제한적이고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롤플레이어로 뛸 수밖에 없는 상황. 낯선 환경과 달라진 역할에 적응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버튼이 매경기 기복을 보이는 것도 설명이 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원주 DB 시절에는 메인 볼핸들러 역할을 했지만, 오클라호마시티에서는 ‘3&D’가 됐다. 픽앤롤 스크리너 혹은 픽앤팝 슈터 역할 혹은 코너에서 3점슛을 노린다.

하지만 디온테 버튼은 대단히 영리한 선수다. 특정 스팟에 가만히 서서 패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법이 없다. 늘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낸다. ‘커터(Cutter)’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오클라호마시티의 경기를 보면, 버튼이 뛰어난 ‘컷-인’ 능력을 보여주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웨스트브룩과 폴 조지는 이를 놓치지 않고 버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며, 패스를 받은 버튼은 휘황찬란한 슬램덩크를 터뜨리며 공격을 마무리 짓는다.

버튼의 경기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체 얼마나 노력했던 것일까. 메인 옵션에서 3&D 유형의 선수가 되었지만 생각보다 잘 적응해나가고 있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경기를 보면 그 과정에서 버튼이 흘렸을 땀과 눈물, 그리고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올시즌 버튼의 NBA 평균 기록은 26경기 8.6분간 3.0점 1.0리바운드 0.3어시스트 0.2스틸 0.3블록슛 야투율 42.1% 3점슛 성공률 34.8%.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은 기록이다. 하지만 숫자 자체보다 내실은 분명 더 괜찮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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