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청주, 박진호 기자] 청주 KB스타즈가 결국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7연패를 저지했다. 

청주 KB스타즈는 3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부천 KEB하나은행을 71-65로 이겼다. 27승 6패가 된 KB는 매직넘버를 모두 없애며, 2006여름리그 이후 13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KB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농구 특별시’ 청주는 처음으로 WKBL 정규리그 우승트로피를 품게 됐다.

1997년 남자프로농구 SK나이츠가 청주에서 창단했지만, 2001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며 프로농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 여자농구 KB스타즈가 청주에 입성하며 다시 프로농구단을 보유한 도시가 됐다.

WKBL 6개 구단 중 가장 적극적으로 ‘홈 프랜들리 정책’을 펼친 KB스타즈에 새로운 연고지 청주는 뜨겁게 반응했고, 자타공인 여자농구의 인기가 가장 높은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펼치는 타구단 관계자들도 “이 정도 열기를 이끌고 있는 팀이 한 번은 우승을 해야 한다”고 말 할 만큼, 청주는 여자농구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정규리그 때도 경기 전부터 팬들이 경기장 입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빈번하고, 성인 남성 팬들이 여자농구팀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응원하는 일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유일한 경기장이 청주체육관이다. 

비인기 종목은 프로스포츠라도 관중 동원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지만. 청주체육관과 KB에게는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청주팬들의 열기는 원정 경기때도 이어진다. 원정 경기에 적극적으로 따라나서는 팬들도 두드러진다. 

KB선수들 역시 그 어느 팀보다 홈팬들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나타낸다.  

‘KB의 기둥’ 박지수는 “드래프트에서 KB에 지명됐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열광적인 KB 팬들”이었다고 말한다. FA자격을 얻어 올 시즌 KB의 유니폼을 처음 입은 염윤아는 “어느 팀에서 뛰든 홈팬들에게 감사한 건 마찬가지지만, 청주는 확실히 다르다.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팀을 떠난 선수들도 마찬가지. KB에서 다른 팀으로 옮긴 선수들은 “KB 유니폼을 입고 청주에서 경기를 뛸 때 팬들의 함성을 들으면, 등 뒤에서 누군가가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 같다. 선수로서 정말 행복한 경험”이라고 회상했다.

KB는 지난달 23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우리은행에게 승리를 거둔 후 상대 홈팬들에게 전혀 위축되지 않았던 원정팬들에게 하트 세리머니를 펼쳤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3일에는 홈팬들에게 절을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열기에도 불구하고 청주는 마지막까지 WKBL의 주인공이 된 적은 없다. ‘레알 신한은행’과 ‘최강 우리은행’의 시대가 이어지며 KB는 항상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고, 청주체육관의 마지막 함성은 늘 격려로 마감됐다.

그리고 2019년. 마침내 KB가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며 청주시는 처음으로 여자농구 우승의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이전까지 정규리그 우승은 두 차례 기록했던 KB지만 당시의 연고지는 청주가 아니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B는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해,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승자와 오는 21일부터 이번 시즌의 마지막 주인공을 가린다. 1963년 팀 창단 이후 화려한 행보를 이어왔지만, WKBL 출범 이후로는 최종 우승에 이르지 못했던 KB가 가장 유리한 고지에서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팀은 물론 팬들 역시 정규리그 우승에 만족하지 않는다. 통합우승이 목표다. 청주 팬들이 올해는 리그의 마지막 날까지 웃을 수 있을까?

청주 팬들은 뜨거운 지원과 열광적인 연고지 분위기에서는 이미 KB를 리그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이제는 팀의 통합 우승, 하나만 남았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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