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분명히 슛이 약점이라고 들었건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점슛 57.1%로 프로 무대를 폭격 중이다. ‘노력하는 천재’ 박지현의 이야기다.

2월 27일은 박지현에게 특별한 하루였다. 도원체육관에서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상대로 33분 20초 동안 3점슛 5개를 포함 21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나이트를 보냈다. 득점, 출전 시간, 3점슛 성공 모두 데뷔 후 최고 기록.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3점슛 5개다. 박지현은 이날 경기 후 “하루에 천 개씩 연습했다”고 말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아마추어 시절 득점, 패스, 리바운드, 스틸 등 모든 카테고리를 휩쓸며 고교 대회를 평정한 박지현이었으나, 유일하게 약점으로 평가받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슛 거리다. 박지현을 지도한 숭의여고 이호근 감독 역시 드래프트 당시 “(박)지현이는 신체조건도 좋고, 스피드도 빠르다. 프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슛은 아직 약하다.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호근 감독의 근심을 뒤로 하고 이뤄진 박지현의 프로 데뷔. 그러나 박지현은 자신의 프로 첫 야투를 3점슛으로 기록하며 은사의 걱정을 멋쩍은 노파심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어느덧 13경기. 박지현은 3점슛 성공률 57.1%(16/28)를 기록 중이다. 경기 수가 적은 탓에 규정 순위에는 못 들지만, 57.1%는 올 시즌 리그에서 3점슛을 20개 이상 시도한 선수 중 가장 높은 성공률. 2위 티아나 하킨스(45.16%)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은행 선수가 올 시즌 한 경기 3점슛 5개를 기록한 것은 박지현이 처음이다. 최근 4시즌으로 기간을 넓혀봐도, 한 경기 3점슛 5개 이상을 기록한 우리은행의 국내 선수는 박혜진, 임영희, 김단비(현 하나은행)가 전부다. 박혜진은 지난 시즌 KB스타즈를 상대로 7개의 3점슛을 기록했다. 임영희와 김단비는 박지현과 같은 5개다.

 

“고교 시절에도 한 경기에 3점슛을 5개나 넣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박지현의 말이다. 하루에 천 개 슈팅. 아마추어 시절 슛이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박지현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이제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3점 슈터가 됐다. 

그는 “입단 후 감독님께서 자세를 고쳐주신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나 위성우 감독은 “따로 크게 교정해 준 것은 없다. 나쁜 버릇만 잡아줬다”며 덤덤하게 말한다. 

그는 “시즌이 한창이다. 팀도 순위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시즌도 아니고, (박)지현이만 붙잡고 지도할 수는 없다.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나쁜 버릇만 잡아줬을 뿐”이라면서도 “단, 똑같이 가르쳐도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능력이다. 지현이는 그게 빨랐을 뿐이다”라며 제자를 돌려 칭찬했다.

 

그런데 박지현의 3점슛만큼이나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 바로 그의 2점 야투 성공률이다. 높은 3점슛 성공률(57.1%)에 비해 2점 야투 성공률은 32.6%로 저조하다. 올 시즌 박지현은 3점슛, 특히 정면 3점슛(75%)에서 가장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반면, 골밑을 제외한 중거리에서 슛은 10번 던져 모두 실패 중이다.

위성우 감독은 “(높은) 3점슛도, (낮은) 2점슛도 아직 적게 던졌기 때문이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수비 코트에서는 자세와 리바운드 등을 강조하지만, 공격만큼은 지현이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슛도 자신 있게 쏘고, 패스도 마음껏 하라고 맡겼다”고 말했다. 위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박지현은 올 시즌 벌써 수차례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어내고 있다. 

이렇게 신인왕을 향해 순항 중인 박지현에게도 아직 남은 숙제가 하나 있다. 지난 1월 16일 신한은행을 상대로 데뷔해 3점슛을 성공한 박지현은 공교롭게도 5위 하나은행(2월 1일), 4위 OK저축은행(2월 7일), 3위 삼성생명(2월 13일)을 상대로 차례대로 3점슛을 기록하며 ‘도장 깨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오직 단 한 팀, 청주 KB스타즈는 박지현에게 3점슛을 용납하지 않았다. 박지현의 통산 KB전 성적은 2경기 평균 1.0점 0.5리바운드 0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25%. 상대 전적 0승 2패. 과연 박지현은 마지막 숙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우리은행과 KB의 정규시즌 맞대결은 모두 끝났다. 이들이 만날 수 있는 곳은 오직 챔프전뿐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WKBL 통계 프로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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