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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WKBL 레전드 센터 6인의 박지수를 위한 변명 ②

| 인터뷰에세이 ‘단편’(斷片/短篇) 
| WKBL 레전드 센터 6인의 박지수를 위한 변명
| The Dissection Of A Giant Pikachu 

[루키=박진호 기자] ①편에 이어..

그러면 본격적으로 ‘부풀려진 피카츄’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박지수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논란들을 역대 WKBL을 대표했던 빅맨들과 함께 논의해봤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각 팀에 소속되어 있는 지도자들은 제외했고,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빅맨 중에서도 5번 포지션의 정통 센터였던 이들로 범위를 좁혔다. 정은순 KBSN 해설위원, 김계령, 이종애(이상 전 삼성생명), 하은주(전 신한은행), 강영숙, 양지희(이상 전 우리은행)가 함께 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2월호 커버스토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1) 몸싸움을 기피하는 박지수... 골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
KB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1위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시즌 초반 우리은행에게 밀렸고, 전반기를 2위로 마쳤다. 현재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에서 4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지만, 여전히 경기력에 대해서는 혹평이 많다. 전력만큼의 경기력은 아니라는 것. 이겨도 나쁜 평가가 더 많은 것은 박지수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박지수가 높이의 장점을 가장 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골밑을 지키지 않고 밖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센터라면 반드시 견디고 극복해야 하는 몸싸움을 어린 선수가 고의적으로 기피하고 있으며, 팀도 이를 바로잡아주지 못한다’며 박지수와 KB가 함께 지적을 받고 있다.

선배 센터들 역시 이 부분의 지적에 공감했다. 조금 더 골밑에서 자리를 잡아야 하고,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쳐야 한다는 것. 센터가 미들슛으로 득점을 올리는 것과 골밑에서 득점을 더하는 것은 같은 2점이라도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도 있었다. 박지수에게 아쉬운 점, 혹은 보완했으면 하는 점에 대해 모두 몸싸움과 골밑으로 의견을 통일했다.

그렇다면 박지수는 왜 골밑 플레이를 더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는 것일까? 

6명의 선배들은 박지수의 매치업 상대가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역대 WKBL에서 전 경기 외국인 센터를 혼자서 상대하는 선수는 박지수가 처음이라는 것. 이들은 외국인 선수와의 매치업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정은순 :  뛰는 것보다 몸싸움이 훨씬 더 체력 소모가 크다. 게다가 흑인 선수들은 몸 자체가 우리랑 완전히 다르다. 국가대표로 한 대회를 뛰면 엉덩이 근육이 다 터졌었다. 외국인 선수와의 몸싸움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현역 시절의 나한테,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를 일대일로 상대하라고 했으면 못했을 거다. 

양지희 :  하나은행의 버니스 모스비와 매치업이 돼서,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3번 정도 연속으로 몸싸움을 했던 적이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혓바닥이 땅에 닿는 줄 알았다. 나는 몸싸움에 강점이 있는 선수고, 모스비는 센터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힘들었다. 

강영숙 :  박지수는 매 경기 35분 정도를 뛴다. 경기 내내 적극적으로 외국인 선수들과 골밑에서 싸움을 한다면 30분도 버티기 힘들 거다. 박지수가 모자라서가 아니다. 외국인 선수들과의 기본적인 피지컬 차이가 그렇다.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

외국인 선수와의 매치업 부분과 함께 시즌 준비가 충분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으로 거론됐다.

2017-18시즌을 마친 후 박지수는 WNBA의 지명을 받으며, 채 한 달도 쉬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WNBA에서 한 시즌을 보낸 박지수는 시즌을 마치자마자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합류했고, 바로 이어서 FIBA 여자농구 월드컵도 소화했다. 결국 소속팀의 일본 전지훈련 때 박지수는 동행하지 못했다. 짧은 휴식을 취했고, WKBL 개막 두 주 전에야 팀 훈련에 복귀했다.

김계령 :  초반에는 몸싸움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몸이 안 되니까 다른 방법을 찾는 것 같다. 미국이 선진 농구임은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선수 한 명한테 맞춰서 몸 관리를 해주지는 않는다. 박지수는 충분한 휴식도 없었고, 만족스러운 비시즌 훈련도 없었다. WKBL만 놓고 보자면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시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종애 : WNBA와 대표팀을 모두 소화해서 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리그에 돌입했다. 그 상태에서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을 하니 체력 소모가 더 심할 수 밖에 없다. 체력이 부족한 상태로 시즌에 임해 경기 내내 체력 소모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지희 :  일반인들은 잘 이해를 못하는데, 국제대회 하나를 마치면 진이 다 빠진다. 시즌 하나를 통째로 마친 것처럼 몸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흔들린다. 박지수는 비시즌 훈련을 할 기간에 WNBA시즌을 뛰면서 몸이 100%가 아니었고, 그 상태로 국가대표 대회 2개를 치렀다. 생각만 해도 손발이 저릴 정도로 힘들 것 같다.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나자 미국행이 성급했다는 의견도 있다. 2-3년 정도 더 국내에서 성장한 후 갔으면 WNBA에서도 더 많은 시간을 뛰었을 것이고, 국내 무대에 복귀해서도 이런 부침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

김계령 :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2-3년이 아니라 1년만 늦게 갔어도 분명 달랐을 거 같다. 하지만 WNBA 진출 기회가 늘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나? 언제나 갈 수 있다는 장담을 누가 할 수 있을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것도 맞다. 적어도 박지수의 미국 진출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박지수를 보는 시각에 대한 변화, 그리고 팀 차원에서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애 :  센터니까 골밑에 더 치중하고 몸싸움을 더 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센터가 모두 똑같은 스타일은 아니다. 선수마다 장점이 다르고, 고유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 박지수를 ‘몸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선수’라고 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학생 때와 비교하면 몸싸움도 많이 좋아졌다. 성장하고 있다. 선수 본인은 물론 팀도 장점을 살려야 한다. 농구는 혼자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하은주 :   획일적으로 ‘너는 그냥 그거를 해야 한다’고만 말하는 것 자체가 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박지수도 스스로 골밑 플레이를 늘려야겠지만, 박지수가 조금 더 쉽게 골밑에서 자리를 잡고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팀 플레이와 전술적인 부분을 가다듬는 것도 방법이다.

6명의 선배들은 박지수에 대한 비판에 대해 ‘더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못한다는 비난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똑같이 제시했다.

정은순 :  외국인 선수와 경기 내내 일대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박지수에 대한 평가는 100점 만점에 90점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계령 :  외국인 선수와 경기 내내 매치업이 되는데, 리바운드와 블록슛이 그렇게 많다. 공격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평균 득점도 10점 이상이다. 득점이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다. 득점에서 평균을 더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박지수 나이를 생각해봐라. 이런 선수를 두고 어떻게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있나?

강영숙 :  솔직히 나는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내가 감히 박지수한테 뭐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싶다. 박지수는 그 정도 수준의 선수다.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수비에서의 역할까지 생각해보면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득점이 0점이라도 팀 전력의 절반은 혼자 책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만 나서는 2쿼터는 어떨까? 일부에서는 김한별(삼성생명), 김소니아(우리은행), 백지은(하나은행) 등을 상대로도 높이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밀려다닌다는 지적을 한다.

정은순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쿼터에도 박지수는 자기가 하던 플레이를 꾸준히 하고 있다. 박지수가 작은 선수들한테 밀린다고? 외국인 선수 없이 40분간 국내 선수들끼리 붙여봐라. 상대팀은 계속 5반칙 퇴장을 당할 거다. 그나마 10분이니 그 정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김은혜 KBSN해설위원은 “박지수가 2쿼터에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지 않은 것도, KB가 2쿼터에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B를 상대로 2쿼터에 좋은 경기를 펼친 팀들은 대부분 후반에 뒷심부족이 눈에 띄었다. 삼성생명은 물론 체력이 가장 강하다는 우리은행도 그랬다. 그게 박지수의 위력이다. 2쿼터에 박지수를 상대하는 것에 대한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박지수의 의견은?

“내가 외국인 선수를 끌고 하이로 나오면 비어있는 공간으로 카일라 쏜튼이 공격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고 팀에서도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쏜튼은 득점력이 있는 선수니까요. 그런데 내가 높이의 우위만 갖고 밖에서 마음껏 슛을 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쏜튼도 피지컬에서 앞선다는 이유 하나로, 안하던 포스트업이 무조건 잘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힘들고 부족하더라도 결국 제가 더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2) 결국은 키만 큰 선수. 농구 센스와 기술은 턱 없이 부족하다
박지수가 부진한 날은 어김없이 나오는 비판이다. 특히 득점이 부족하거나, 림과 가까운 거리, 혹은 쉬운 슛의 실수가 있는 날이면 ‘그저 키만 큰 선수’라는 날선 비난이 꾸준히 이어진다. 골밑에서 높이의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박지수는 “농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패스”라며 “좋아하는 거랑 포지션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망했다”고 말한다. 박지수는 그저 키만 큰 선수일까?

정은순 :  패스 센스는 역대 대한민국 센터 중에 단연 최고인 것 같다. 패스 센스와 블록슛 타이밍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다. 타고나야 한다. 센스가 없다? 아니, 너무 많아서 문제다. 단순하고 시야가 좁으면 볼 잡고 림만 볼 텐데, 공을 잡았을 때 주변이 다 보이고 여러 능력이 되니까 패스도 하고 밖으로도 나오는 거다. 센터가 패스에 흥미를 느끼는 건 맨 마지막이다. 나는 득점을 더 하고 싶어서 미들슛을 던졌고, 득점 기회를 더 늘리기 위해 안 되는 패스를 배워가면서 선수 생활 마지막에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박지수는 그 나이에 벌써 패스하는 재미를 안다. 박지수가 키만 갖고 농구를 한다고? 그건 자기가 농구를 볼 줄 모른다고 말하는 거랑 다를 게 없다.

김계령 :  신체조건과 재능, 센스를 모두 갖췄다. 어린 나이까지 감안하면 저런 감각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능력이 멈추지 않고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강영숙 :  센스 없이 키만 갖고 농구를 한다? 당황스럽다. 농구를 어떻게 보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블록슛 타이밍을 봐라. 볼 때 마다 놀란다. 키가 크고 팔이 길어서 공중에서 흔든다고 되는 게 블록슛이 아니다. 게다가 엄청나게 유연하다. 피지컬이 좋다는 게 단순히 키만 크다는 게 아니다. 그 신장에 순발력과 민첩성도 있다. 머리도 좋다. 타고난 게 정말 많은 선수다.

양지희 :  지난 시즌 WNBA에서 가장 어린 선수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무대에서 가장 어린 선수로 한 시즌을 소화했다. 그들이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박지수를 뽑은 게 아니다. WNBA에서도 뛸 자격을 인정받은 우리나라 선수를,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정 안하는지 모르겠다.

WKBL 현장에서 만나는 농구인들은 박지수의 신체조건과 어린 나이 외에도 타고난 센스와 영리한 농구 지능을 함께 장점으로 거론한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박지수의 패스를 보고 놀랄 때가 많다. 전주원 코치도 ‘저건 센터가 아니라 가드가 하는 패스’라고 칭찬하더라”고 말한다.

KBSN에서 여자농구 해설을 맡고 있는 조성원 명지대 감독은 “박지수의 패스 턴오버 중 절반은 받는 선수가 못 받는 거다. 보고 뿌려주는 게 남자농구 수준이다. 여자 선수가 받기에 너무 앞서 있는 부분”이라며 박지수의 패스 능력을 인정했다.

수비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박지수의 득점이 무서운 건 그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비 다하고, 리바운드를 그렇게 잡으면서, 득점도 10점 이상을 가져간다. 골밑에 박지수가 있다는 건, 공격하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말 할 수 없는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선 삼성생명 코치는 “골밑에서의 높이가 다가 아니다. 3번 자리까지 커버한다. 3번 선수들보다 순발력과 스피드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4번 선수들보다는 빠르다. 그러다보니 3번 선수들이 빠져나가도 뒤에서 따라와서 붙어주고, 수비 센스도 워낙 좋아서 외곽 수비까지 커버를 한다”고 박지수의 수비 위력을 설명했다.

(3) 과보호 받는 박지수, 기록 밀어주기도 불만
꾸준히 언급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박지수에게 WKBL의 판정이 관대하다는 것이다. 박지수에게는 쉽게 파울의 수혜를 주고, 박지수가 하는 파울이나 3초 바이얼레이션 등은 불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른 바 ‘지수콜’ 논란. 이는 일반 농구팬들은 물론 상대팀에게서도 종종 언급되는 부분이다. “박지수가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국가대표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WKBL에서 판정을 공정하게 불어야 국제대회에 나갔을 때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계령 :  신체적인 조건에서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WKBL 판정이 박지수에게 유리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박지수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본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박지수가 특별히 이익을 보는 판정은 없다.

강영숙 :  상대적인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 다른 팀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박지수가 오히려 피해를 본다. 작년에는 상황에 따라 의아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가 있었지만, 이번 시즌은 전혀 아니다. 손해 보는 경우가 있으면 있지 이득은 없다.

6인의 선배들은 심판 판정이 박지수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에 대해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지수가 불이익을 본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자신들이 센터였기에, 센터 입장에서 내린 해석은 아니었을까?

‘지수콜’ 논란에 대해 김은혜 KBSN 해설위원은 “냉정하게 얘기해서, 나는 올 시즌에 박지수가 판정에서 이익을 본 장면을 단 한 건도 보지 못했다. 반대로 억울했을 장면은 꽤 기억이 난다”고 언급했다.

박정은 WKBL 경기부장은 “선수 시절에 하은주를 막은 적이 있는데, 하은주가 나한테 하는 파울을 심판이 불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니터를 해보니 하은주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더라. 신체적으로 월등한 선수를 상대하다보면 그 선수의 정상적인 플레이도 작은 선수 입장에서는 파울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박지수가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더블팀이 들어올 때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지기 전에 이미 파울인 경우가 허다하다. 더블팀이 아닐 때는 아예 몸으로 들이받고 들어오는 선수, 허리태클을 하듯이 달려드는 선수도 있다. 그 부분을 다 지적하면 박지수를 막는 선수들은 대부분 파울아웃을 면하기 힘들다. 그래서 심판들이 오히려 콜을 아낄 수도 있다. 박지수 입장에서는 비슷한 상황은 똑같이 파울을 부는 국제대회가 더 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래서 심판이 휘슬을 분 장면만 보면 박지수가 유리하게 판단한 것 같겠지만, 이미 그 전에 박지수가 파울을 안고 플레이를 했음을 감안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파울 당한 박지수에게 콜을 주지 않으려 했다가, 상황이 그렇게 되니 늦게라도 분 경우”라고 설명했다.

박지수는 현재까지 경기당 4.67개의 파울을 얻어내고 있다. 전체 7위, 국내 선수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 전문가는 “냉정하게 불면 국내선수만 뛰는 2쿼터에만도 박지수는 3-4개 이상의 파울을 당하고 있다. 몸싸움을 할 때 이런 콜을 안 불어주니까 박지수가 골밑 플레이를 더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은주 :  박지수는 늘 힘들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체격 조건이 우세한 선수한테는 콜이 인색하다. 똑같은 상황인데, 덩치가 크니까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지 않냐는 거다. 오히려 많이 맞기까지 한다. 경기를 하다보면 늘 억울하고 서럽다. 나도 현역 때 항의를 많이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작은 선수들이 큰 선수를 막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박지수가 잘하면 잘할수록, 더 거칠어 질 것이다. 내가 한 번 해서 파울이 나오는 상황이, 당할 때는 5번은 당해야 한번 불어준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박정은 부장은 “‘지수콜’에 익숙해지면 박지수의 국제경쟁력도 떨어질 거라고 우려하는데, 박지수가 국제대회에서 판정에 적응을 못했나? 오히려 국제대회에서 더 잘하지 않나? 리그 판정이 박지수의 국제경쟁력에 방해가 된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못을 박았다.

기록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박지수는 올 시즌 두 차례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박지수의 타고난 패스 센스를 엿 볼 수 있는 부분. 하지만 그때도 박지수에게 ‘기록 밀어주기를 했다’며 기록이 의미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정은순 :  들을 가치도 없는 얘기다. 트리플더블이 밀어줘서 할 수 있는 기록이면 내가 한 번 밖에 못했겠나? 그 멤버에, 내 성격에? 

양지희 : 트리플더블이 밀어주면 할 수 있는 거였나? 처음 알았다. 어차피 밖에서 박지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이고, 혹시라도 농구계 안에서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그냥 남 잘되는 걸 못 봐서 그러는 거 같다.

(4) 바람직하게 성장중인 박지수에게 응원을...
이 밖에도 박지수에게 따라다니는 일부의 비판 혹은 비난에 대해 선배 6인의 입장은 단호했다.

▲ 성장이 더디다. 열심히 안하는 것 같다.
양지희 :  국내에 박지수와 매치업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훈련 때도 남자 코치가 매치업 상대일 것이다. 라이벌이 없으니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하고 있고, 매년 성장하고 있다.

▲ 한국 농구의 미래? 기대에 못 미친다. 농구를 못하는 선수다.
김계령 :  눈높이의 기준이 어디냐의 문제다. 박지수한테 ‘못한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나? 아시안게임만 생각해봐라. 모두가 열심히 한 결과지만, 단적으로 누구 때문에 결승에 올라갔나? 박지수 아닌가?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하고, 억울하게 졌다. 그나마 그것도 박지수가 있어서 가능했다. 박지수 혼자 20-30점의 차이를 커버했다. 박지수가 없었으면 중국한테 일방적으로 당했을 것이다. 아니, 결승도 못 갔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박지수만한 선수 4-5명이 돌아가면서 나오는 데, 우리는 박지수 혼자서 그걸 다 감당했다. 훈련도 부족했고 몸도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수는 그걸 견디고 버티면서 해줬다. WNBA를 갔다 왔으니 그에 어울리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주변 시선에 대한 정신적인 부담도 엄청났을 것이다. 너무 짠했다. 박지수는 그걸 이겨내면서 그렇게 했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 고충을 누가 알아주나? 난 박수치면서 응원했다. 

▲ 어린 나이에 건방지다. 판정에 과민 반응하고 짜증내는 모습이 보기 싫다.
정은순 :  코트에서 선배 대접을 하란 얘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정도도 하지 말라고 하면 그건 농구를 하지 말란 이야기 아닌가? 막상 본인이 박지수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그보다 더할 거다. 그리고 실제로 박지수가 지금과 같이도 하지 않으면, 근성도 없고 승부욕도 없다고 비난할 거다. 기분 나쁘거나 화날 때는 더 표현해도 된다. 박지수의 행동이 건방지거나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라. 그건 페어플레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코트 위에서 가장 쓸모없는 게 그저 착하기만 한 선수다. 

(5) 박지수에게 전하는 바람
그렇다면 WKBL을 대표했던 역대 센터들이 박지수에게 전하고자 하는 조언과 메시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정은순 :  물론 더 성장해야 한다. 어려움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결국 골밑 플레이를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공격 기술도 더 연마하고 언더슛도 더 자신 있게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대단한 선수고, 엄청난 달란트를 갖고 있는 선수다. 그렇게 잘하는 데도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어린 나이에 참 세상 살기 힘들겠다. 난 박지수가 코트에서 조금 더 못됐으면 좋겠다. 스타성도 더 갖췄으면 좋겠다. 답답하고 안 될 때는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기분 좋을 때나 잘했을 때는 자신 있게 세리머니를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박지수한테 가장 큰 불만은 프로 3년째인 올해에 올스타 투표 1위를 못했다는 거다. 그 정도 능력과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면 올스타 투표에서 독보적으로 1위를 해야 한다. 주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인터넷 댓글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김계령 :  더 큰 성장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훈련량에 대한 부분을 말하고 싶다. 박지수도 욕심이 있는 선수라고 들었다. WNBA 진출도 단순히 경험을 쌓는 게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 이상을 보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시야도 넓어지고 경험도 쌓았지만 분명 운동량은 부족했다. 그 시기에 스스로 몸이 좀 쉬었다고 생각하고, 지금 웨이트나 개인 훈련량을 더 늘리는 건 어떨까 한다. 몸을 만드는 건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가 더 쉽다. WNBA와 WKBL을 병행하는 이상 몸 만들 시기를 따로 두는 건 힘들다. 두 리그를 병행하면서 뛰어 본 선수도 박지수가 처음이기에 섣불리 조언을 하기도 쉽지 않다. 트레이너가 직접 관리해주고 챙겨주는 건 한국이지 미국이 아니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우리나라에 있을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쉬는 것도 잘 쉬고, 웨이트와 운동도 더 많이 습득하고 스스로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 미국에 가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 때도 알아서 몸을 끌어올릴 수 있다. 코 앞만 바라보면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칠 것이다. 주변의 기대는 어쩔 수 없다. 본인의 몫이다. 선수 생활 내내 그럴 거다. 내가 봐도 앞으로 한국 농구를 이끌 중심이자 재목은 박지수 뿐이다.

이종애 :  박지수는 장점이 참 많은 선수다. 어린 나이인데도 벌써 너무 잘하고 있다.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묵묵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잘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 밖에서 “박지수니까 이 정도는 해야 한다”거나 “왜 이렇게 못하냐”고 지적하는 것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기 장점을 찾아서 꾸준히 하다보면 자신감이 붙을 것이고, 자신감이 붙으면 지금보다도 더 성장할 수 있다. 부담 갖지 말고, 걱정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통산 블록슛 기록 보유자라는 타이틀은 항상 나에게 항상 뿌듯함을 준다. 그런데 박지수가 하는 걸 보면 내 기록이 곧 깨질 것 같다는 불안감도 든다. 그래도 박지수라면 내 기록을 깨줬으면 좋겠다. 

하은주 :  박지수가 한국 농구의 희망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신체조건과 타고난 능력을 보면, 지금 농구를 잘 못하고 있어도 WKBL과 대한민국농구협회 차원에서 어떻게든 키워내야만 하는 선수다. 그런데 이미 저렇게 잘하고 있지 않나?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해줘야 하는 데, 무슨 이유로 비난을 받는지 모르겠다. 박지수가 멘탈이 약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 스스로 단련되리라 생각한다. 불필요한 비난에 휘둘릴 필요 없다. 눈에 보이는 이상한 비난보다 표현하지 않는 응원이 더 많다는 것을 잊지 마라. 경기장에 찾아와서 자신을 칭찬하고 성원하는 팬들과 관계자들의 얼굴만 보고, 그 눈빛만 기억해라. 그리고 힘냈으면 좋겠다. 마음고생이 심하면 SNS는 하지 말라고 추천하고 싶다.

강영숙 :  박지수가 고3때였나? 대표팀을 같이 들어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아기였다. 부딪히면 픽 쓰러졌고 울기도 했다. 감독님이 ‘살살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언니들은 슛이 너무 잘 들어간다”며 힘들어했다. 그런데 그 다음번 대표팀 소집 때는 완전히 달라져서 왔다. 그 어린 나이에도 스스로 그렇게 성장하는 선수였다. ‘얘는 정말 잘 하겠구나’라는 걸 그 때 느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내 경험을 갖고 박지수한테 뭐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박지수는 아직 어리지만 이미 그 정도 선수다. 특별한 조언이 필요 없을 것이다.

양지희 :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 나이에 전 경기를 외국인 선수와 매치업하고, 외국인 선수 포함해서 리바운드와 블록슛 부문에서 1위를 다퉜던 선수가 있었나? 이미 누구도 못했던 것을 하고 있는 선수다. 박지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선수라는 직업 특징 때문에 비난이야 평생 따라다니겠지만, 그건 박지수가 어린 나이에 사람들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았기 때문에 따라오는 거다. 그러니까 그런 말들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잘하고 있음에도 앞으로 당연히 더 성장할 거라서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강한 멘탈을 꽉 붙잡고, 절대로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2018-19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 중 하나가 박지수의 활약이었다. WNBA 진출에 성공해 루키 시즌을 마쳤고, 아시안게임에서 성장의 증거를 보여줬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박지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여부는 KB의 전력 상승, 그리고 통합 7연패에 도전하는 우리은행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등장했고, 때로는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졌다. 미국 진출이 시기상조였다며 이번 시즌을 마친 후에는 국내에 잔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도 박지수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2월 13일 현재 27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34분 9초를 뛰며 12.9점 11.9리바운드 3.1어시스트 1.9블록을 기록 중이다. 블록슛 부문은 전체 1위.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도 비슷한 기록을 가진 선수조차 없고, 올 시즌 전 경기에서 블록슛을 성공하고 있다.

5라운드에 주춤하며 전체 2위로 내려온 리바운드도 국내 선수 중에는 1위. 평균 리바운드 10개가 넘는 선수 3명 중 1명이다. 부진하다는 득점도 전체 10위.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6위다. 1라운드와 4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박지수는 올 시즌 트리플더블 2회를 비롯해, 더블더블은 15회를 기록했다. 프로 3시즌을 마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총 44번의 더블더블을 기록해 WKBL 역대 11위에 올라있다. 1번만 더하면 역대 톱 10에 오른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시즌 초반, 박지수에 대해 “대표팀에서 데리고 있어봐서 잘 안다. 비시즌 훈련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겠지만 게임을 뛰면 뛸수록 몸이 올라오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라운드를 거듭하면 자기 몸 상태를 회복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 예상은 현실이 되고 있다. 박지수가 안팎에서 위력을 더하며 KB의 상승세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박지수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대단하다. 당장의 평가는 하루 경기 결과에 따라 오락가락하지만 미래 가치에 대한 바람은 꾸준하다. 그래서 그의 현재를 보는 눈높이는 어느 덧 기대에 대한 것과 기준을 같이하고 있다. 6인의 선배들은 박지수를 칭찬함과 동시에 “이제 스물 한 살이다. 앞으로도 최소 10년은 박지수가 끌고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전히 성장중인 박지수는 이미 리그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며, 소속팀 KB의 숙원인 V1을 위한 절대적인 열쇠다. 박지수가 WKBL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SNS에도 그 소식이 바로 올라갈 만큼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시즌, 박지수가 소속팀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그래서 WKBL 역대 최연소 MVP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지, 그리고 피카츄에서 라이츄로의 본격적인 레벨업과 진화를 언제 보여줄 수 있을지,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시선도 필요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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