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최기창 기자] ‘단 1명 취업, 취업률 12.5%.’

WKBL(여자농구연맹)은 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회의실에서 2018-2019 WKBL 신입선수 선발회를 개최했다. 

올해 선발회에서는 27명의 선수 중 13명이 프로팀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률은 48.1%. 2003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44.1%를 기록한 이후 최저다. 유망주가 없어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받았던 지난 시즌(58.3%)보다도 크게 낮은 확률이다. 

그러나 대학 선수들은 더욱더 차가운 겨울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졸업 후 실업 선수로 뛰던 선수를 제외하면, 이번 드래프트에 도전한 대학 출신 중 단 2명만이 프로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대학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는 1라운드 4순위로 하나은행에 지명된 김두나랑 뿐이다. 결국 대학리그 출신 중 단 1명만이 프로팀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8명 중 단 1명. 취업률은 12.5%에 그친다. 

사실 이번 신입선수 선발회를 앞두고 각 팀 관계자들은 대학 출신 선수들을 선발하는 것에 난색을 보여 왔다. 대학 출신 선수들에 관한 좋은 평가가 있었던 몇 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번 드래프트에 도전했던 선수들의 실력이 프로팀 구단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실 대학 출신 선수들을 뽑는 것은 큰 위험 부담이 따른다. 특출한 것이 아닌 비슷한 실력이면, 조금 더 어린 고교 출신 선수들을 선호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회를 줄 만한 선수가 부족하다. 신체 조건과 장점이 애매한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얼리로 도전했던 일부 대학 출신 선수들의 경우 인성이나 태도에 관한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도 지명률이 낮아진 요인이다. 프로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던 일부 선수가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며 드래프트에 지원하지 않은 것도 대졸 선수에 관한 관심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대졸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그동안 프로에 진출했던 대학 선수들이 자초한 바가 크다. 

그동안 대졸 여자선수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인성’과 ‘농구를 바라보는 태도’였다. 대학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 진출 실패, 실력 부족, 학업에 관한 욕심 등을 이유로 대학교 입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 대부분이 고교 졸업과 동시에 최소 한 번의 실패를 겪는 셈이다. 관계자들은 이들이 경험하는 실패가 프로 생활을 버티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 왔다. 

하지만 최근 프로에 진출한 대학 출신 일부 선수가 입단 이후 빠르게 농구를 포기하면서 대졸 선수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바뀌었다. 일부의 경우 성실하지 않은 태도로 프로팀 지도자들의 원성을 샀다. “어차피 대졸 애들도 빨리 그만둘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어린 선수들을 선발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평가가 자연스러웠던 이유다.

일부 대학 선수들이 프로팀 적응에 애를 먹는다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사회를 경험하고 오는 탓에 선후배 관계와 팀 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대학 선수들을 향해 “놀기 좋아한다”는 일부 관계자들의 평가도 있었다.

대학교 선수들의 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프로팀 지도자는 “대학리그를 치르면서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운동을 시켜보면, 프로팀 훈련을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 결국 대학교를 거치는 메리트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들이 대학을 거치며 확실하게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고교 선수들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팀에서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러나 대학선수들은 아니다. 이들은 프로팀에 들어와 바로 훈련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올라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드래프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농구연맹은 2015년 대학리그 여대부를 출범한 이후 여자대학 농구부를 키우겠다고 꾸준히 약속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다. 출범 당시 7팀이었던 여대부는 지난 시즌 단 6팀만으로 리그를 소화했다. 해체가 결정된 용인대의 상황도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

일부 학교가 대학리그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청소년 대표팀 출신 수준급 유망주를 싹쓸이한 것도 리그의 근간을 흔들었다. 또한 일부 팀의 경우 선수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특정 팀은 지도자의 욕심으로 인해 지난 시즌을 앞두고 신입생을 과도하게 모집했다. 다음 시즌 리그의 불균형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렇듯 대학리그 여대부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일부 대학리그 관계자들은 “대학리그 여대부가 어렵다. 프로팀에서 선수 선발 등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분명히 스스로를 먼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대학농구연맹을 비롯한 대학리그 관계자들이 선수들과 리그 수준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먼저 반성해야 할 때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대학리그 여대부 출신 중 유일한 취업자인 김두나랑은 “상위 지명인 데다 대학 선수들이 뽑히지 않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대학선수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김두나랑 한 명에게만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신입선수 선발회 결과를 거울삼아 대학리그 여대부가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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