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미운 오리 새끼’는 덴마크 유명 작가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다. 거처를 여러 차례 옮기는 등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살던 새끼 오리가 자신이 백조임을 깨닫고 결국 화려하게 날아오른다는 내용이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는 지난 31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경기에서 66-58로 이겼다. 

이날 승리의 수훈갑은 20득점을 기록한 김정은이었다. 하지만 박다정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날 12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자신의 통산 최다 득점 기록도 함께 경신했다. 

이번 시즌 박다정의 활약은 다소 놀랍다. 그동안 그가 마치 ‘미운 오리 새끼’처럼 여러 차례 둥지를 옮기는 등 자신의 기량을 좀처럼 펼치지 못하던 유망주였기 때문이다. 

인성여고 출신인 박다정은 지난 2012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슛이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려하게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11-2012시즌부터 3시즌 동안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고 20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다. 결국 2013-2014시즌 도중 최희진과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으로 이적했다. 

트레이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15-2016시즌 들어 16경기에 나서 평균 10분 48초를 뛰는 등 출장 기회는 이전보다 조금 늘었다. 그러나 수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착하지만, 코트에서 다부지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결국 2016-2017시즌 도중 단행한 3대3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됐고, 다시 삼성생명으로 컴백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삼성생명에서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박하나, 최희진, 윤예빈, 이주연 등에 밀렸다. 결국 2017-2018시즌 단 7경기 평균 2분 23초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긴 채 시즌을 마감했다. 1순위였지만,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단 채로 선수 생활 중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바로 우리은행이었다. 이은혜와 홍보람 등 식스맨들의 은퇴로 고민하던 우리은행이 박다정을 영입했다. 사실상 무상 트레이드였다. 

이적 이후 그는 수비력 향상에 힘을 쏟았다. 위성우 감독은 수비를 특히나 강조하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박다정은 비시즌 내내 기본자세와 스텝은 물론 수비 손 위치까지도 일일이 지적을 받았다. 비시즌 연습 경기 도중 위 감독에게 크게 혼나기 일쑤였다.

물론 가장 큰 변화는 마음가짐이다. 바닥까지 떨어진 탓에 간절함이 생겼다. 박다정은 시즌 초반 “사실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긴 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은행에서도 안 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간절함은 이날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상대 수비를 악착같이 쫓아다니는 것은 물론 공격 찬스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또한 순간적으로 페인트 존으로 들어가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골밑 득점에 성공하기도 했다. 프로 데뷔 이후 ‘다부진 면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던 그가 한 시즌 만에 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가 잘 드러난 셈이다.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박다정은 이번 시즌 벌써 18경기에 나섰다. 출장 시간도 평균 18분 49초다. 수비력이 좋아지자 자신의 장점이던 외곽슛도 서서히 두각을 드러냈다. 올 시즌 3점슛 성공률이 47.5%(19/40)에 달한다. 시도는 많지 않지만, 중요한 순간에 외곽슛을 통해 팀에 보탬이 됐다. 다른 팀들이 박혜진과 임영희, 김정은 등 베테랑을 수비하느라 미처 박다정까지 체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에게 오픈 찬스가 많이 나는 이유다.

마음의 변화는 각오에서도 엿보인다. 이날 자신의 프로 통산 최다 득점에 성공했지만, “기록은 잘 몰랐다.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제가 잘한다고 주변 분들이 기뻐해 주신다.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내 역할에 집중을 더 해야 한다. 올스타 휴식기에도 수비랑 궂은일을 더욱더 보완하고 싶다. 후반기에는 이 부분이 더욱 좋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프로 데뷔 이후 온갖 어려움을 겪었던 박다정이 이번 시즌을 발판 삼아 백조처럼 화려하게 날아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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