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 

[루키=최기창 기자] 룸메이트는 선후배 사이의 권력 관계가 쉽게 드러난다. 주로 선배들이 대화를 주도하고, 후배들은 리액션을 담당한다. 또 후배가 선배를 맞춰주는 장면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러나 ‘김단비-김형경’은 예상과 달랐다. 

껌딱지가 고마울 때도 있다

김단비(이하 '단비') :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처음에는 제가 어딜 가든 졸졸 따라왔어요. 그러면서 ‘언니 뭐가 필요하세요?’라고 자꾸 물어보고 그랬어요.

김형경(이하 '형경') : 언니가 물 마시러 갔을 때 제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웃음) 근데 사실 저는 언니를 졸졸졸 따라다니는 게 정말 좋아요.

단비 : 그러다가 형경이가 순간 방에 들어갔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 바로 제가 나오지 말라고 했죠.

형경 : 그래서 제가 다시 문을 열고, ‘언니 왜요??’하고 다시 물어봤어요.

단비: 얘 진짜 같이 살기 너무 힘든 스타일이에요.

그러나 김단비는 김형경의 수발(?)이 고마웠던 적도 있다고 했다. 

단비 : 제가 재활하다가 다쳐서 수술을 받을 때가 있었어요. 너무 아파서 오른발을 아예 땅에 딛지 못할 정도였죠. 그때 의자에 앉아서 한발로 이동하고 그랬어요. 다행히 형경이가 그날도 따라다니면서 뭐 필요한 거 없냐고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그때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날 형경이한테 부탁을 많이 했죠. 그러면 형경이가 막 이것저것 가져다주고 정말 좋았어요. 

김형경의 수발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단비 : 제가 아예 움직이지를 못하니까 다음 날 아침도 먹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어요. 그때 형경이가 방문을 노크를 하더라고요. 아침을 챙겨왔다면서요.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단비 : 근데 챙겨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딱 계란 한 알과 과일 한 조각만 챙겨왔더라고요.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건지. (웃음) 절 놀리는 건가 싶었어요.

김단비는 줄곧 김형경을 귀찮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자꾸 들으니 실제로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 ‘예쁘다’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단비 : 사실 제가 후배한테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후배들이 먼저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형경이는 정말 성격이 좋아요. 붙임성이 있고요. 그런 후배들이 없어요. 먼저 다가와 주고, 살갑게도 해주고요. 형경이는 애교도 많고요. 

그러나 김단비의 칭찬은 오래가지 않았다. 

단비 : 제가 방 바꿀 때 먼저 형경이랑 쓰겠다고 했어요. 지금은 제일 편한 후배죠. 딱 이렇게까지만 포장이 가능할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까 고마운 날은 딱 하루밖에 없었네요. (웃음) 

“형경이가 제 방졸을 계속해야 돼요”
최근 두 선수의 SNS에는 서로의 사진이 올라왔다. 포문은 김단비가 열었다. 그는 거실 바닥에 누워있는 김형경을 몰래 핸드폰에 담았다. 김형경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윽고 김형경도 바닥에 누워있는 김단비를 찍어 올렸다.

단비 : 제가 먼저 찍어서 올렸더니 형경이가 복수하겠다고 저를 찍겠더라고요. 우리 형경이는 이런 아이예요. 

김형경은 김단비와 함께 생활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SNS 사진도 그 과정에서 올라온 것이었다. 

형경 : 언니와 방을 함께 쓰면서 느낀 점이 많아요. 언니는 정말 프로선수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지금 언니한테 프로 선수의 마인드를 배우고 있어요. 언니는 쉬면서도 운동을 해요. 같이 TV를 볼 때도 ‘힙 운동’을 해요. 아니면 공을 만지면서 쉬고요. 

단비 : 근데 귀찮을 거예요. 제가 형경이한테도 운동을 시키거든요. 거실에서 같이 TV보면서 ‘힙 운동 20개!’ 이런 식으로요. SNS에 올라온 사진도 그때 같이 운동하면서 찍은 거예요. 

김형경은 김단비를 존경하고 있었다. 언니 껌딱지가 된 것도 바로 그 이유였다. 김형경은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수줍게(?) 고백했다.

형경 : 저는 진짜 단비 언니가 좋아요. 제가 방에 있을 때 언니 인기척이 들릴 때가 있잖아요. 그때 언니가 거실로 나왔다는 생각이 들면, 그 소리를 듣고 저도 거실로 나가요. ‘언니가 방에서 나왔으니까 나도 나가야지~’하면서요. 언니랑 같이 있고 싶어서요. (웃음)

단비 : 아, 진짜? 그럼 어쩔 수 없이 눈치 보면서 나온 게 아니었어?

형경 : 정말 하나도 안 불편해요. 근데, 언니! 혹시 오히려 제가 불편한 건 아니죠?

단비 : (웃음) 아니야, 하나도 불편하지 않아. 그건 진짜 걱정 하지마!

김단비와 김형경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단비 : 형경이는 지금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무릎 재활을 하고 있어요. 수술을 여러 번 했거든요. 지금 되게 힘들 거예요. 그동안 무언가를 보여준 것도 아니어서 조바심도 날 거예요. 그런데 프로는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더라고요. 농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티는 게 먼저입니다. 형경이도 꼭 포기하지 않고, 프로 생활을 잘 버텼으면 좋겠어요. 

형경 : 저도 언니 말씀대로 무릎 재활 잘해서 꼭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리고 저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저녁에 항상 TV를 함께 봐주셔서 감사해요.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항상 이렇게 거실에서 언니 얼굴을 보고 싶어요.

단비 : 야, 너! 정말!! (웃음) 시즌 시작하면 방에서 안 나올 거야!!

그러나 이후 김단비도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단비 : 제가 후배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아요. 저는 형경이의 재활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형경이는 저랑 쭉 함께 살아야 하거든요. 형경이가 계속 제 방졸을 해야 해요.(웃음) 적어도 제가 은퇴할 때 까지만이라도 형경이가 버텨줬으면 좋겠어요. 

형경 : (웃음) 언니! 저도 언니 말씀대로 무릎 재활 잘해서 언니 방졸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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