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수원, 최기창 기자] “좋은 지도자 밑에서 배운 것들을 후배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

대구광역시청은 19일 수원보훈재활체육센터에서 열린 KDB생명 위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73-94로 패했다. 

이경희와 박진희, 김희란, 허기쁨, 박혜련, 황승미, 임소흔 등 WKBL 출신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대구시청에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다. 바로 강영숙이다. 

강영숙은 한국 여자농구를 주름잡는 센터였다. 프로 데뷔 이후에만 우승을 11번이나 했고, 2010-2011시즌에는 정규리그 MVP도 수상했다. 또 ‘코트 위의 손예진’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WKBL을 대표하는 미녀 선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2014-2015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그동안 육아에 전념하며 농구와 거리를 뒀다.

하지만 그는 최근 다시 농구공을 잡았다. 지난 7월 대구시청의 플레잉 코치로 부임한 것이다. 강영숙은 이날 연습경기에서 지도자 겸 선수로 경기를 소화했다. 

그는 이날 경기 내내 가장 바빴다. 또 무서운 선배이자 지도자였다.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큰소리로 지적하기도 했고, 직접 코트를 누비며 스크린과 박스아웃 등 궂은일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맘에 들지 않는 플레이가 나올 때는 작전 타임을 부른 뒤 골대 밑으로 선수들을 불러 모아 일일이 자세를 잡아가며 설명했다. 

마치 그와 함께했던 명장들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었다. 

강영숙의 표정은 누구보다 즐거워 보였다. 그는 “벌써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 쉰 지도 오래됐고, 이 나이에 뛴다는 것 자체가 조금 그렇다”며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사실 농구를 다시 하니까 좋고 재밌다”며 웃은 뒤 “현재 운동을 많이 하지는 못한다. 육아도 해야 하고, 코치로서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지금은 1주일에 두 번 정도 운동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도자로 변신하는 것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처음에는 남편이 조금 반대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은퇴하면서 언젠가는 지도자 공부를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플레잉코치여서 직접 뛰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지만,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대구시청 선수들을 봤는데 정말 열심히 하더라. 예전에 알던 실업 선수들의 마인드가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플레잉 코치’를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플레잉 코치’ 강영숙의 가장 가까운 목표는 다음 달 12일부터 전라북도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소속팀인 대구시청이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는 “사실 우리 팀의 대진표가 좋지는 않다. 그러나 스크린,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직접 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후 “나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 임달식 감독 등 좋은 지도자들을 많이 만났다. 이분들 밑에서 배웠던 노하우를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습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 최기창 기자,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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