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박진호 기자] 권은정, 김경희, 김은경, 김은혜, 박현숙, 신혜인, 양희연, 이종애, 장선형, 전주원, 정은순, 천은숙, 허윤정...

한국 여자농구의 한 시대를 장식했던 스타들이 코트로 돌아왔다. 학창시절의 유니폼을 다시 입은 이들은 현역 때와 조금은 달라진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기도 했지만 감각과 실력은 여전했다.

지난 26일과 27일 양일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숙명여고 체육관에서는 제38회 전국 어머니농구대회가 열렸다. 

노련한 드리블과 정확한 슈팅이 이어졌고, 몇 차례 연습을 거쳤던 팀들은 유려하게 볼을 돌리며 여느 팀 못지않은 경기 흐름을 가져갔다. 

김경희, 김은혜의 3점슛은 변함 없었고, 박현숙의 경기 운영과 권은정의 속공전개는 현역 시절 못지않았다.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지만 전주원, 정은순은 존재감만으로도 코트를 꽉 채웠고, 이종애의 블록슛은 WKBL 블록 여왕의 위용을 보여줬다. 

대회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승부욕도 여전했다. 몸싸움에는 양보가 없었고, 의아한 판정에는 점수차와 관계없이 날카로운 항의도 있었다. 선수라는 이름을 내려놓았지만 코트에서 그들의 피는 여전히 뜨거웠다.

7개의 고교 졸업팀(대전여상, 선일여고, 성덕여상, 수원여고, 숙명여고, 숭의여고, 인성여고)과 3개의 연합팀(연우, 광주, 부산) 등 총 10개의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는 숭의여고가 2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마쳤지만, 예년보다 내실을 조금 더 다지게 됐다는 데에 더 큰 의의를 둘 수 있었다.

홍영순 한국어머니농구회 회장은 “최근의 대회가 예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올해에는 지난 몇 년 간 참가하지 않았던 인성여고가 다시 모습을 보였고, 소속 학교가 없어도 함께 하는 회원들이 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은퇴 선수들의 나이가 많아지고, 농구팀 수도 줄어들다보니 참가하는 학교가 줄어들었지만 팀과 관계없이 꾸준히 함께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일 년에 한 번 씩 이런 자리를 통해 보고 싶던 선후배를 만나는 게 참 좋았는데, 그런 부분에 더 많은 가치를 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프로에 등록되지 않은 이들 중 결혼을 했거나 31세 이상인 이들이 참가했던 이 대회는 내년부터 미혼자들의 출전 자격을 35세로 높였다. 홍 회장은 “어머니 농구대회가 처음 만들어졌던 취지에 충실하기 위해”라고 이유를 밝혔다. 

사진=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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