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지난해에는 절망을 맛봤지만, 올해는 희망을 확인했다. 

한국대학선발은 18일(금)부터 사흘 동안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제41회 이상백배 한일 대학농구경기대회를 치렀다.

지난 대회에서 남녀부 정상을 모두 일본에 빼앗겼던 한국은 올해 남대부 우승을 다시 찾아오며 자존심을 살렸다. 반면, 지난해에 3패를 당했던 여대부는 이번 대회에서도 1승을 거두지 못한 채 아쉬움을 삼켰다.

높이의 건재함 확인한 남대부
한국 남대부는 도쿄에서 열린 지난해 대회에서 굴욕을 맛봤다. 3경기에서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1차전에서는 70-74로 졌고, 2차전은 77-88, 3차전은 93-84로 무릎을 꿇었다. ‘남자 농구는 아직 우위에 있다’던 믿음이 깨졌다.

그러나 이번 이상백배는 전혀 달랐다. 지난 대회보다 공수에서 짜임새가 있었다. 특히 박정현(고려대)과 김경원(연세대), 이윤수(성균관대) 등 3학년 센터 트리오를 앞세워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하며 경기를 쉽게 풀었다. 한승희(연세대) 역시 빠른 발로 높이에 기동력을 보탰다. 

또 이들이 각 팀에서는 주득점원이지만, 대학선발팀에서는 서로 희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경원은 “(박)정현이의 공격력이 좋다. 그래서 이번 선발팀에서는 수비에 더욱 신경 쓰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윤수 역시 “아무래도 대표팀에 공격을 잘하는 다른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조금 더 궂은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 농구의 높이를 책임질 자원들이다. 당장 프로나 국가대표 레벨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고무적이다.

다만 3차전 패배는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장 변준형(동국대)도 “2승 1패로 우승컵을 차지한 것이 의미 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 긴장이 풀린 채로 끝까지 집중하지 못했던 것은 아쉽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사령탑인 김상준 감독은 “아직 어린 선수들이다. 이 부분을 잘 되새겨야 한다. 학교로 돌아갔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건넸다.

의외의 선전, 가능성 확인한 여대부
사실 이번 이상백배 직전 여자대학부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3경기 모두 워낙 큰 점수 차로 패했기 때문이다. 

대학농구연맹 정규성 부회장 등 일부 인사가 사비를 털어가며 여대부에 관심을 보였지만, 소수에 그쳤다. 일부에서는 “20점 이상만 지지 않아도 성공이다. 망신이나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대회 3경기 평균 득점이 36.7점에 그쳤고, 실점은 무려 87.3점이나 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한국은 의외로 조직력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주전 라인업으로 경기를 소화했던 박경림(수원대)-김희진(용인대)-김민정(한림성심대)-이명관(단국대)-강유림(광주대) 등은 일본 대학 탑 레벨의 선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특히 수비에서 저돌적인 몸싸움과 투지로 일본의 공격을 저지했다. 일본 여자대학선발팀을 지도한 키노시타 요시코 코치도 “한국 선수들의 끈기가 수비에서 느껴졌다”고 칭찬했다. 

다만 대학 선발팀 속에서도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컸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3차전에서 맹활약했던 한선영(단국대)을 제외하면, 선수 대부분이 상대의 빠른 트렌지션에 고전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상대의 전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도 비주전 선수들의 단점이었다. 

결국 주전급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이 쏠릴 수밖에 없었고, 전반에 팽팽한 흐름을 유지하다 주전들의 체력 저하로 인한 집중력 결핍으로 후반에 차이가 벌어지는 경기 결과가 계속 초래됐다. 국선경 감독은 “우리의 전력이 다소 처지는 상태에서 고르게 선수를 기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명히 공수 모두에서 무기력했던 지난 대회보다는 1년 만에 확실히 나아진 것은 긍정적이었다. 대학농구연맹 정태균 부회장은 “여대부 걱정을 많이 했다. 비록 3패지만, 이 정도까지 투지 있게 할 줄은 몰랐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성과 거둔 상비군 제도, 개선점은?
대학농구연맹은 지난 이상백배의 아픔을 거울삼아 올해 처음으로 상비군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주말마다 소집돼 훈련을 소화했다. 남대부는 대부분 성균관대에 모여 집중 훈련을 했고, 여대부는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결국 경쟁을 거쳐 남녀 각각 최종 12명만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선수들은 상비군을 거치며 성장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사령탑들도 이번 대회 내내 상비군 제도가 큰 힘을 발휘했다고 입을 모았다. 결과적으로도 상비군 제도는 성공적이었다. 남대부는 우승컵을 되찾아왔고, 여대부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남자대표팀 김상준 감독은 “고무적인 것은 선수들이 상비군을 거치며 기량이 급상승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여자대표팀 국선경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 감독은 “이번에 새로 생긴 상비군 제도가 힘들었지만, 효과가 있었다. 잘한다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훈련을 하니 선수들도 승부욕이 생기고, 자극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대부 주장 변준형은 “오래전부터 손발을 맞추다 보니 패턴 등 전술 훈련을 할 시간이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이상백배에 참가했던 전현우는 “선수들의 호흡이 지난해보다 훨씬 좋았다. 아무래도 주말마다 훈련했던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 (상비군 훈련이) 정말 피곤했지만, 막상 승리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한국은 이번 상비군을 오직 이상백배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했다. 반면, 일본은 2019 나폴리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초점을 두고 대학 선발팀을 운용 중이다. 결국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다음 이상백배에서는 일본의 전력이 더욱 탄탄할 가능성이 크다. 

김상준 감독은 “우리도 단발성 상비군이 아닌 준비 기간이 긴 상비군을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선경 감독도 “이번 상비군 제도를 통해 여대부도 희망을 봤다. 결국 비결은 운동이다. 조금 더 길게 (상비군을) 운영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 = 대학농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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