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누구도 그가 팀 던컨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루머의 중심에 서 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카와이 레너드 이야기다. 시즌 내내 계속된 부상과 소통 단절로 인해 카와이 레너드와 관련한 트레이드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 이미 샌안토니오와의 관계가 끝으로 치닫고 있다는 과격한(?) 전망도 나온다. 카와이 레너드 드라마(drama)의 방영이 임박한 것일까?

 

2017년 5월 14일이었다. 골든스테이트와의 서부지구 결승 1차전. 경기 중 카와이 레너드가 쓰러졌다. 점프슛을 시도하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자자 파출리아의 발을 밟은 것이다.

단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부상을 유도한 악질적인 행위였을까. 레너드의 착지 공간에 발을 내민 파출리아의 동작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고의가 아니라고 해서 살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매우 과격한 발언으로 파출리아를 비난했다. 결국 레너드는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샌안토니오는 4전 전패로 허무하게 시리즈를 마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후 1년 동안 레너드가 단 9경기 출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나고 있다. 정규시즌을 사실상 모두 날린 레너드는 플레이오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양복을 입고 벤치 뒤에 앉아 있는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지금 레너드가 부상을 입은 부위는 ‘파출리아 사건’과는 무관하다. 파출리아의 발을 밟고 레너드가 다친 부위는 발목이었다. 하지만 지금 레너드의 부상 부위는 왼쪽 다리 대퇴사두근이다. 여름부터 계속된 대퇴사두근 부상으로 레너드는 트레이닝 캠프와 프리시즌을 모두 날렸다. 12월 13일이 되어서야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레너드는 부상이 재발해 또 다시 코트를 떠났다.

 

이후 네 달 넘게 레너드는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두문불출’하고 있는 레너드를 두고 온갖 루머가 쏟아지는 중이다. 부상 문제를 놓고 샌안토니오 구단과 갈등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레너드를 둘러싼 루머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던 그렉 포포비치 감독조차도 4월이 되자 태도를 바꿨다.

4월 16일 골든스테이트와의 1라운드 1차전이 끝난 뒤였다. 레너드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묻는 현지 기자들에게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레너드와 레너드의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라(You’ll have to ask Kawhi and his group that question)”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날 카와이 레너드의 소식이 업데이트됐다. 레너드가 이번 플레이오프에 아예 뛰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18일 2차전이 끝난 뒤에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또 한 번 레너드를 우회적으로 저격했다. 라마커스 알드리지의 분전에 대해 포포비치 감독은 “알드리지는 작은 부상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알드리지는 어떤 부정적인 일이 있어도 극복하며 뛴다. 알드리지처럼 매일 밤 역경을 이겨내고 동료들을 위해 뛰는 선수들은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포포비치의 이 말을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레너드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샌안토니오와 카와이 레너드는 어떤 지점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일까? 바로 부상을 둘러싼 의견 차이이다.

의료진의 진단을 놓고 카와이 레너드와 샌안토니오 구단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져 있다. 샌안토니오 구단 의료진은 레너드가 플레이할 수 있다고 진단했지만, 레너드는 이를 의심하고 있다. 레너드는 올스타 휴식기가 있었던 지난 2월에 한 번, 그리고 정규시즌이 시작된 4월에 한 번 뉴욕을 방문했다. 대퇴사두근 부위 전문의를 따로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샌안토니오 의료진이 어떤 진단을 내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 레너드가 이를 전혀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포비치가 거론한 ‘레너드의 그룹(his group)’은 다름 아닌 레너드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는 뉴욕의 의료진을 말한다.

지금 레너드는 샌안토니오 의료진보다 자신이 직접 만나고 있는 의료진을 더 믿고 있다. 몸 상태에 대한 샌안토니오 구단과 레너드의 관점이 전혀 다르다. 이러다 보니 복귀 논의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레너드는 시즌-아웃을 선언했다. 계약 관계에 있지만 선수 본인이 부상 중이라는데 억지로 뛰게 할 수는 없다. 샌안토니오는 레너드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레너드가 복귀하더라도 문제다. 복귀 후 레너드가 커리어 내내 아주 건강한 상태로 뛰는 일은 불가능하다. 언제든지 크고 작은 부상이 찾아올 수 있다. 현재 부상 부위인 대퇴사두근도 다시 아플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레너드와 샌안토니오 의료진의 신뢰는 깨진 상태다. 과연 앞으로도 레너드는 샌안토니오 의료진의 판단을 온전히 믿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레너드와 샌안토니오 의료진의 갈등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샌안토니오를 제외한 다른 팀들은 레너드와 샌안토니오 구단의 갈등을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이미 오프시즌에 여러 팀이 샌안토니오에 레너드 트레이드를 제안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LA 레이커스, LA 클리퍼스가 이미 루머에 언급됐다. ESPN의 브라이언 윈드호스트 기자는 레너드의 움직임이 올여름 르브론 제임스의 FA 시장 행보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새크라멘토 지역 언론에서는 레너드가 샌안토니오 구단의 문자와 전화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정말 올여름 NBA에는 카와이 레너드 드라마가 방영될 것인가?

 

사진 제공 = 나이키,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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