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위기는 있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흔들리는 팀을 건실하게 버텨준 것은 베테랑의 관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은행의 맏언니' 임영희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베테랑 임영희의 존재감이 한껏 드러난 시즌이었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는 2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이번 챔프전도 3경기 만에 정리를 했다. 그리고 6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챔피언 결정전은 일방적으로 끝났지만, 우리은행의 이번 시즌 행보는 여느 때와는 달랐다. 정규리그를 치르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며 어려움을 겪었고, 개막 후 첫 두 경기에서 연속 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중심을 잡은 것은 베테랑 임영희. 에이스 박혜진과 새롭게 영입된 김정은 등 소위 '빅3'였고, 외국인 선수 나탈리 어천와가 기대 이상으로 팀에 적응력을 높이며 분위기를 바꿨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이들 네 명의 선수가 정규리그 35경기를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맏언니 임영희였다.

우리은행에서 임영희의 비중은 상상 이상이다. 우리은행에서 가장 나이가 많음에도 어린 선수들과 함께 모든 훈련을 소화한다. 

동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혜진은 항상 “영희 언니가 저렇게 뛰는데 어린 내가 힘들다고 하면 안 된다”며 자신을 스스로 다독였고, 새롭게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긴 김정은은 “팀을 옮기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 영희 언니한테 털어놓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시즌 중반 다소 부침을 겪기도 했다. 쉬운 득점을 놓치거나, 슛 시도를 머뭇거리는 장면을 노출했다.

그러나 당시 위성우 감독은 “(박)혜진이와 (임)영희가 팀에서 차지하는 몫이 크다”며 시즌 내내 믿음을 표시했다. 또 “영희는 공격에서 부진해도 수비와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다른 역할로 팀에 기여한다”고 설명한 뒤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라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영희는 스스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있는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물론 위성우 감독이 임영희를 공개적으로 질책한 적도 있다. ‘그가 못해서’는 결코 아니다. 다른 선수들의 자극을 위해서다. 이때 선수들 반응은 대부분 “우리가 부족해서 영희 언니가 감독님께 혼난다”였다. 임영희가 팀의 정신적인 지주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지난 시즌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기록에도 임영희의 가치가 여전한 이유다. 

WKBL의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인 그는 이번 시즌 WKBL에서 활약한 선수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선수로서는 황혼기다. 게다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최고령 허윤자(삼성생명)가 은퇴 의사를 밝힌 상황. 임영희가 다음 시즌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면, 자연스럽게 그는 WKBL 최고령 선수가 된다.

‘현역 연장’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영희는 이번 시즌까지 정규리그 통산 566경기를 소화했다. WKBL 역대 최다 출전 기록 2위이며, 현역 선수 중에는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만약 다음 시즌에도 부상 없이 경기를 소화한다면, 신정자(은퇴)가 기록한 586경기를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다. 

임영희가 WKBL의 전설로 남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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