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청주, 박상혁 기자] KB스타즈가 염원하던 V1의 꿈을 결국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팀의 미래를 얻었다. 

청주 KB스타즈는 2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 아산 우리은행 위비와의 경기에서 57-75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KB스타즈는 시리즈 전적 3연패로 챔프전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우리은행에 아쉽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시즌 출발은 좋았다. 일단 외국인선수로 박지수와 호흡을 맞출 트윈타워로 193cm의 센터 다미리스 단타스를 데려와 철벽 골밑을 구성했다. 여기에 국내 경험이 풍부한 스코어러 모니크 커리가 가세하며 기존의 강아정과 김보미와 더불어 외곽 전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 주전가드로 올라선 심성영도 분명 KB스타즈 전력의 핵심이었다. 

정규리그에서 KB스타즈는 승승장구했다. 안정된 골밑과 폭발적인 외곽을 앞세워 언제나 상위권에 있었고 우리은행과 마지막까지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다투기도 했다.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는 나머지 5개 구단 중 유일하게 3승 4패로 우리은행에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까지 간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물론 이것이 KB스타즈가 진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쨌든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신한은행과 3차전까지 치른 뒤 단 하루를 쉬고 우리은행과 챔프전을 가진 KB스타즈는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주장 강아정은 경기가 없는 날은 치료와 휴식으로 체력 복귀에 매진해야 했고, 김보미와 심성영 등 다른 선수들 역시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커리는 득점력은 높았지만 여의치 않은 팀플레이에 짜증을 내기 바빴고, 정규리그 때 잘해주던 단타스 역시 챔프전에서 급격한 부진을 겪었다. 가장 젊은 박지수가 분전했지만 박지수 혼자서 모든 걸 이겨낼 수는 없었다. 

노련미와 경험에서도 KB스타즈는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은행의 임영희와 김정은, 그리고 박혜진은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들로 손발이 척척 맞는 데다 위기 상황에서도 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패턴에 대한 응용 능력까지 있는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을 상대할 강아정과 심성영, 김보미 등이 기량이 떨어졌다기보다는 우리은행의 국내 3인방이 너무도 월등하게 뛰어났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KB스타즈는 이런 우리은행을 넘어서지 못했고 팀의 숙원과도 같던 우승을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다.

하지만 KB스타즈의 2017-2018시즌이 평가절하될 시간은 아니다. 

사령탑인 안덕수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2년 만에 팀을 챔프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첫해만 해도 일본농구와는 다른 한국농구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 슈퍼루키 박지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1년만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겸손한 자세로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일본 전지훈련 기간에는 JX-ENEOS와 샹송화장품 등 일본 강호팀 빅맨들과의 매치업을 통해 박지수의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선수가 자칫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이 나오면 호통을 치며 박지수의 집중력을 유지시켰고 골밑 몸싸움을 위한 박지수의 체력 향상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 끝에 박지수는 상대팀 외국인 센터와의 몸싸움에도 당당히 맞서는 센터가 됐고 다양한 골밑 공격은 물론 미들슛까지 장착한 국내 최고의 빅맨이 됐다. 이제 국내 빅맨 중에 박지수를 1대1로 막을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여기에 지난 시즌을 통해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성장한 심성영, 올 비시즌 동안 확실한 식스맨으로 성장한 김민정 등은 안 감독이 키운 선수들과도 같다. 이런 성장을 거듭한 KB스타즈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경험과 노련미다. 지금의 기량을 유지하고 더 발전시켜나가면서 많은 실전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접하고 그에 따른 대처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이번 우리은행과의 챔프전에서 KB스타즈가 밀렸던 것은 바로 노련미였다. 위기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 능력이 있었다면 무언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것은 감독이 일일이 선수들에게 가르쳐 줄 수는 없는 부분이다. 코트 위에서 뛰는 선수들이 오랜 기간 뛰면서 몸으로 체득한 경험과 노련미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KB스타즈 선수들에게 이번 시즌 특히 챔프전은 평소보다 몇 배 이상의 경험과 노련미를 쌓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박지수를 포함해 강아정과 심성영 등의 선수들도 분명 한 단계 성장했을 것이다. 또 다잡은 우승을 놓친 것에 대한 간절함도 생겼을 것이다. 이런 노련미와 간절함 등을 다음 시즌에 녹여낸다면 KB스타즈의 우승도 그리 멀지 않았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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