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우리은행 김정은이 데뷔 첫 우승에 성공했다. 11년간 간절하게 품었던 우승의 꿈을 이적 첫 해에 이루어냈다.

아산 우리은행 위비는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청주 KB스타즈를 3경기 만에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결국 이번 시즌에도 통합우승은 우리은행의 몫이었다. 무려 6시즌 연속 통합우승이다. 이쯤되면 선수들 모두 우승에 이골이 났을 정도. 그러나 우리은행의 주전 선수 중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맛본 선수도 있다. 바로 김정은이다. 

김정은은 WKBL을 대표하는 포워드다. 데뷔 시즌부터 화려했다. 

온양여고 출신인 그는 전체 1순위로 프로 선수가 됐고, 데뷔 경기였던 지난 2005년 12월 21일에는 당시 신세계 소속으로 16점을 기록하며 프로 첫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복도 있었다. 그는 커리어 내내 시즌 베스트 5, 라운드 MVP, 득점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소속팀이 약체였던 탓이다. 신세계가 하나외환을 거쳐 KEB하나은행으로 바뀐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공식적으로’ 챔피언결정전을 소화했던 경험도 없다. 비록 지난 2015-2016시즌에는 하나은행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적이 있지만, 당시 팀 동료이던 첼시 리의 자격이 문제가 돼 해당 시즌 하나은행의 공식 성적이 모두 무효 처리 됐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우승 도전이지만, 사실상 첫 번째 챔피언 결정전인 이유다.

2015-2016시즌과 2016-2017에는 부상에 시달렸다. 일부에서는 전성기를 지난 ‘퇴물’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김정은을 비난했다. 결국 그는 변화를 선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자격을 얻은 김정은은 정든 하나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에 새둥지를 틀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김정은의 부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쉽지는 않았다. 김정은은 위 감독의 혹독한 조련에 비시즌부터 많은 땀과 눈물을 쏟았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김정은은 “거의 매일 울었다. 울면서 (임)영희 언니한테 힘들다고 털어 놓은 적이 많다”고 밝혔다.  

역할의 변화도 있었다. 하나은행 시절 주로 ‘공격’을 담당했던 그였지만, 우리은행에서는 공수 모두에서 힘을 쏟아야 했다. 

특히 양지희의 은퇴로 헐거워진 골밑을 지켜내는 것이 그의 최우선 과제였다. 자신보다 키가 큰 상대 빅맨을 온몸으로 막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새로운 팀에서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던 셈이다. 게다가 시즌 중반에는 어깨를 다쳐 잠시 쉬기도 했다. 

김정은은 이번 시즌 내내 “나만 잘하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사실 그가 없었다면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는 어려웠다. 

그는 거의 매 경기 공수에서 베테랑의 힘을 선보였다. 박혜진과 임영희가 주춤할 때면, 어느새 김정은이 나타났다. 34경기에 나서 평균 33분 48초 동안 12.8점 4.5리바운드 2.9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0.6%(48/157)를 기록했다. 득점이 다소 주춤한 날에는 수비로 팀에 보탬이 됐다. 

그는 지난 19일에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도 3점슛 4개 포함 18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21일 열린 3차전에서는 결정적일 때마다 정확한 슛을 자랑하며 KB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결국 김정은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됐다. 무관의 한을 마침내 풀어냈다. 

물론 다음 시즌은 더욱 힘겨운 행보가 예상된다. KB는 이번 시즌 무섭게 성장한 박지수를 앞세워 다음 시즌에도 우리은행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은 김정은은 시즌을 마친 후 곧바로 수술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의 농구 인생은 끝이 아니다. 그는 이번 시즌 ‘이제는 끝났다’는 평가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화려했던 20대보다 더욱 진화한 모습이었다. 김정은의 농구 인생이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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